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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뉴스미션 "‘만들어진 신’, 문제점 있지만 그 비판은 귀 기울여야"


“문제점이 있다고 해서 이 책을 ‘무신론자의 책’이라고 그냥 덮어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한국 교회는 ‘도덕적이어야 할 종교가 비도덕적일 때가 많다’는 그의 비판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영국서 70만부 이상 팔린 데 이어, 국내에서도 출판된 지 45일 만에 14쇄가 발행된 영국의 생물학자 리차드 도킨스의 저서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에 대한 국내 한 조직신학자의 신학적 평가다.

도킨스의 책 ‘만들어진 신’의 중심 문제… ‘과학적 무신론’

‘연세대학교 신과대학 부설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는 6일 오후 연세대 신학관에서 ‘한국 개신교회의 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김균진(연세대 조직신학) 교수는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그 타당성과 문제점 - 한국 사회의 ‘반기독교적 정서’와 연관하여>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도킨스의 ‘과학적 무신론’을 비판했다.

김 교수는 도킨스의 책 <만들어진 신>의 중심 문제로 과학의 방법에 근거해 하나님의 존재를 부인하고 과학의 인식만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과학적 무신론’(scientific atheism)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도킨스는 과학의 방법으로 검증될 수 있는 물리적ㆍ물질적 세계, 곧 ‘자연계’만을 인정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어떤 다른 삶의 영역도 인정하지 않는다”며 “도킨스의 논리에 따르면 과학을 통해 설명할 수 있는 자연계에 속하지 않은 모든 현상들은 ‘delusion’(환상, 망상, 거짓된 것, 기만)이므로 신의 존재도 ‘delusion’이라 정의한다”고 밝혔다.

도킨스의 이러한 ‘과학적 무신론’은 20세기 전반기 비엔나 학파의 (과학을 통해 검증될 수 있는 물리적 현실만을 인정할 뿐 그 외의 모든 것은 불확실하고 의심스러운 것으로 간주하는)‘실증주의’와 그 궤를 같이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므로 김 교수는 “도킨스의 과학적 무신론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며, 학문적 깊이를 결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과학적 무신론은 이미 세계 신학계에서 상세히 연구ㆍ검토됐다”며 “한국교회가 <만들어진 신>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은 신학적 기초가 부실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나님은 과학을 통해 검증될 수 있는 물리적 ‘현실’ 아니다

김균진 교수는 도킨스의 ‘과학적 무신론’에 대한 신학적 응답으로서 ‘하나님은 과학을 통해 검증될 수 있는 물리적 현실(reality)이 아님’을 제시했다.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실증주의 사고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어떤 사람이 하나님의 존재를 믿고 경험할 때, 그 사람에게 하나님은 분명히 하나의 ‘현실’이지만, 그가 경험하는 하나님의 존재 유무는 과학의 방법을 통해 검증될 수 없다”며 “과학의 방법을 통해 검증된다면 그는 더 이상 하나님이 아닌, 과학을 통해 검증될 수 있는 ‘자연계’의 사물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과학의 방법을 통해 증명되지 않는다고 해서 ‘하나님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가 믿는 하나님은 망상(delusion)’이라고 간단히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사물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의 그 ‘느낌’이 망원경이나 현미경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너의 느낌은 망상(delusion)’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또한 김 교수는 “과학적 인식만이 유일하게 신빙성 있는 인식이라면, 인간과 세계를 구원할 수 있는 길도 과학적 인식에 있어야 한다”며 “과학은 우리가 갖고 싶은 것을 줄 수는 있지만 ‘우리가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에는 침묵한다”고 꼬집었다.

무신론에 대한 책임은 기독교에도… 도킨스의 비판,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지만 김 교수는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에서 문제점이 많이 발견된다고 해서 이 책을 무조건 덮어버리지 말고, 종교에 대한 그의 비판을 겸허하게 경청해 ‘종교도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워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김 교수는 “이 책이 특히 한국에서 큰 파문을 일으키는 것은, 신의 존재를 인간이 만든 하나의 ‘망상’ 내지는 ‘기만’으로 간주할 뿐 아니라 종교의 오류와 거짓을 폭로함으로써 한국사회의 소위 ‘반기독교적 정서를 부추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그의 비판이 전적으로 타당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비판은 기독교와 세계의 모든 종교들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자신을 개혁해야 할 많은 타당한 점들을 제시한다”며 기독교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 반성해야 할 몇 가지 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히 한국교회가 유의할 점으로 ‘세속적 욕심, 곧 물질적 욕심에서 자유로워져야 함’을 꼽았다. 기독교 지도자들이 △세속적 명예와 권세에 대한 과도한 욕심, △교회의 물량적 팽창과 교세에 대한 욕심, △이 욕심을 채우기 위한 돈에 대한 욕심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도덕적이어야 할 종교가 비도덕적일 때가 더 많다’는 도킨스의 비판도 한국교회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점으로 지적했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반기독교적 정서’의 한 가지 중요한 원인이 ‘기독교의 비도덕성’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김 교수는 한국교회를 향해 “무신론에 대한 책임은 기독교에도 있다”며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교회는 도킨스의 종교비판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을 개혁하는 일에 앞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김 교수의 발제에 앞서 문화평론가 진중권 교수는 ‘맘몬’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한국교회의 문제점들을 진단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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