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도서관과 학교 수준

끄적 2018. 5. 18. 10:34

솔직히 웨신대 시절에는 도서관 이용율이 그리 높지 않았다. 우선 내가 연구소에 소속되어 있어서 공부하러 도서관에 갈 일이 없었다. 학교 규모가 작아서 도서관 내 서적 보유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M.Div.와 Th.M.까지 공부하는데 큰 불편을 겪지는 않았다. 도서관에 필요한 자료가 없으면 주변에 위치한 대한성서공회 성서학도서관을 이용하면 되었다. 그곳에 가면 국내 성서학자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감사하게도 성서학 분야만큼은 교수진이 국내에서 손꼽히는 수준이었다. 세계 정상급 수준의 신진학자들을 통해 최신 경향의 방법론들을 배울 수 있었다. 지금도 본문비평, 내러티브 비평, 텍스트언어학 등 당시에는 생소한 방법론들을 터득한 신진학자들을 통해 성경을 연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던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이 부분은 해외 유학을 나온 지금도 경쟁력이 되고 있으며, 어떤 면에서는 국내 학자들의 역량이 왠만한 영미권 학자들 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된다.


칼빈신학교 학생은 칼빈대학 헤크만 도서관을 사용할 수 있다. 관내 지역에서는 나름 규모가 있는 학교로 평가 받고 있고, 시설이 잘 구축되어 있어서 사용자 입장에서 불편함이 없다. 다만 성서학 박사과정이 없어서 인지 내가 필요한 책들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럴 경우 미시간 내 타 도서관 자료들을 대여하고 있다. 사실 이 부분에서 자주 기분이 나쁜데, 내가 타 도서관에서 대출하는 책들 대부분이 제칠일안식교 학교 도서관 소유이다. 미국에서는 제칠일안식교가 이단 혹은 사이비가 아니라고 하는데,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쁘다.


요새 자주 하는 생각 중 하나가 도서관과 학교 수준의 상관성이다. 내 생각에 도서관 시설이 잘 되어 있을 수록 학교 수준도 높다. 교수진의 역량이 뛰어날 수록 학생에게 요구하는 수준이 높기 마련이고, 교수들의 연구활동과 학생들의 학업을 위해서는 장서 보유량이나 관련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학교가 높은 학문적 수준을 유지하려면 교수 확보와 도서관 관리에 전념해야 하는 구조이다. 신학교는 신학 노선을 최우선 순위에 두기 때문에 도서관 관리에 신경을 못 쓰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나는 책 구입에 돈을 아끼지 않는 편이지만, 요즘 들어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학생이 교내 도서관에서 확보할 수 있는 자료의 양이 그 학교의 수준이다. 즉 학생들이 책 구입에 돈을 안 쓰게 하는 학교가 좋은 학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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