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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2.15 학업성과와 차후 개선사항

[학업성과와 차후 개선사항]


어제 과제물 제출로 한 학기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이번 학기는 게리 버지 교수와 <요한복음>, 제프리 와이마 교수와 <데살로니가전후서>를 공부했습니다. 처음으로 두 과목을 전공수업으로 공부해봤는데, 유학생으로서 남다른 의미로 남아서 일종의 후기를 남겨 봅니다.


게리 버지 교수는 이번 학기부터 칼빈신학교에서 초빙교수로 강의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휘튼대학에서 25년 정도 교수생활을 한 전문가시죠. 한국에는 <NIV적용주석 요한복음>의 저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칼빈에서 첫 강의과목은 자신의 전공인 <요한복음>이었습니다. 프로필 사진에서 느꼈듯이 실제로도 너그러운 성품을 갖고 계십니다. 그러나 그의 강의계획서를 보면 알게 되겠지만, 요구사항은 절대 만만하지 않습니다. 쪽지시험(quiz)과 시험, 토론준비, 학기말 리포트 등 평가기준이 까다롭습니다. 수업 자체는 편안한 분위기로 진행되는데, 성적관리를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제프리 와이마 교수는 칼빈신학교의 터줏대감입니다. 주요저작으로는 <고대의 편지 저술가, 바울: 서신 분석을 위한 개론>(조호형 역, 그리심)과 BECNT <데살로니가전후서>가 있습니다. 이번 학기에는 자신의 전공인 <데살로니가전후서>를 강의했습니다. 지난 학기에 <NT Letters>를 청강해서, 그의 성격과 강의방식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지만, 역시나 이번 학기는 여러모로 고생을 해야 했습니다. 평가방식은 단순한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압권입니다. 매주 과제물을 미리 알려주고, 시험 예상문제도 기술해 두지만, 그의 주석서 중 주요 부분은 달달 외우다시피해야 합니다. 저는 준비가 미흡했는지 고득점에는 실패했습니다.


두 분 모두 수업 자체는 편합니다. 간혹 질문을 하지만 유학생들에게는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배려를 해줍니다. 그러나 좋은 성적을 받으려면 준비가 많이 필요합니다. 저는 많은 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냈는데도, 데살로니가전후서의 연구주제를 찾느라 제법 많은 시간을 들여서 다른 요구사항을 준비하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역시나 가장 큰 문제는 영어입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교수와의 대화는 아주 중요한데 유학생들 대부분 정확한 의사표현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나마 칼빈은 외국인들에 대한 배려를 중요시 하는 곳이라 영어를 잘 못해도 이해해주려고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의사표현이 원활하지 않을 때 느끼는 좌절감은 피할 길이 없습니다. 다행이라면, 저는 글로 소통하는 건 원활한 편입니다. 교수나 직원과 이메일을 주고 받을 때는 의사전달이 잘 됩니다. 페이퍼도 별다른 지적이 없고요. 물론 영작에 많은 시간을 소모하기는 합니다. 한글로 작성할 때 보다 최소 3배 정도 시간을 들이는거 같습니다. 그리고 외국인을 배려한다고 해도, 레포트의 질에 대한 평가는 엄격합니다. 문법실수나 애매한 표현 등은 감점요소입니다. 이 부분은 레토릭 센터를 적극 활용하면 됩니다. 그래도 레포트 제출 기간에 쫓기다 보면 레토릭 센터의 검토를 받을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가 있으니 미리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유학을 준비하거나 고려하고 있다면, 회화와 영작에 많은 투자를 하시는게 좋습니다.


아직 성적은 나오지 않아서 객관적인 평가는 어렵지만, 제 주관적인 학업성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자신감

영어회화와 영작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제 역량이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많은 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내야 했지만, 교수들의 요구사항을 제 시간 내에 충족해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2) 요한복음과 데살로니가전후서에 대한 이해

요한복음은 웨신대 시절 두 번 정도 수강한 적이 있는데, 솔직히 전반적인 이해가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요한복음 후반부를 다룬 수업이어서 그랬고, 두번째는 기독론을 다룬 수업이라 그랬습니다. 이번에는 전체 흐름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데살로니가전후서는 처음 배웠습니다. 여름방학 동안 데살로니가전후서에 대한 책을 찾아봤는데, 제가 가진 책을 살펴보니 유독 데살로니전후서 부분은 깨끗했습니다. 신학개론이나 바울신학 등 관련 수업 시간에 다룬 적이 없다는 반증이지요. 처음 접하다시피 한 본문이라 흐름을 잡기 쉽지 않았는데 시험을 준비하려고 몇 일 동안 붙잡고 있었더니 전체를 개관하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3) 연구물

'결국 남는건 내 글'이라는 생각이 있어서 레포트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가급적이면 내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하려고 노력했지요. 요한복음은 애초에 생각해둔 주제가 있어서 별 문제가 없었지만, 그래도 간간이 부딪히는 조그마한 어려움들이 있었습니다. 연구주제는 "요한복음 7장 37-39절과 스가랴 14장의 관계"입니다. 윤곽을 잡고 보니 졸업논문으로 다뤄도 될만한 주제였습니다. 그런 주제를 레포트로 제출할려니 욕심을 비워야 했습니다. 아쉬움이 남아서 차후 보강하고 발전시키려고 합니다.

데살로니가전후서의 경우 종말론을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었으나, 학계에서 별 이견이 없는 상황이고 무엇보다 관련 자료들을 소화하는데 필요한 시간들이 턱없이 부족해서 방향을 선회했습니다. 그래도 종말론과 관련성은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선정된 주제는 "바울의 권면에 나타난 공동체윤리와 삼위일체(살전 4:1-12)"입니다. 와이마 교수는 6-8절에 한정해 삼위일체를 다루었는데, 저는 1-12절에 바울의 삼위일체 사상이 나타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학기에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몇 가지 개선사항을 발견했습니다.


(1) 영어

아마 유학생활 동안 대부분의 고민은 영어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원어민들과 동일한 상황에서 공부하는데 짧은 영어실력으로 답답함을 느낄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한국으로 귀국한 이후에도 원서는 계속 읽겠지만, 회화와 영작이 일상화 된 곳에서 영어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2) 선택과 집중

석사과정은 박사과정을 위한 준비과정이라는 의식이 중요합니다. 대체로 이 과정은 뭔가를 연구하는 단계가 아니고 훈련 받는 과정이라고 여깁니다. 저는 연구역량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추고 싶지만, 교수들은 전혀 다른 인식을 갖고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 최근 졸업하신 목사님이 환송회에서 "내가 이곳에서 어떤 학문적 성과가 있었는지 모르겠다"라고 하신 말씀이 자꾸 떠오릅니다. 석사과정 동안 '학업'과 '박사과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합니다. 학업에만 충실하기에는 재정과 체류기간이 넉넉하지 않고, 박사과정을 위해서는 석사과정의 성적과 추천서, 샘플페이퍼가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그러니 학위과정 동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쫓아야 합니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이 매우 중요합니다.


내년 봄학기에는 자율연구(independent study)로 진행할 예정이라, 제 바람대로 연구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할 수 있을듯 합니다. 한 학기 동안 일정 수준을 넘는 글을 두 편이나 쓸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요. 게다가 박사과정을 위한 준비도 겸해야 해서 다소 빠듯한 한 학기를 보내야하지 않을까 짐작됩니다. 


마지막으로 한 학기 동안 열심히 공부했는데 성적은 잘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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