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2018/05/18'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8.05.18 한 학기를 마무리하며
  2. 2018.05.18 도서관과 학교 수준

벌써 칼빈신학교에서 3학기를 마쳤다. 지난 주 금요일 저녁 이후로 방학을 맞이하고 있지만, 오늘 도서관 개인열람석을 비워줌으로서 진정한 휴식을 맞이하고 있다. 당분간 강제 휴무.


이제 다음 학기를 마지막으로 졸업하게 된다. 이 말은 곧 박사 진학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현재로서는 연말에 OPT를 신청해서 진학 준비에 전념하고, 지금은 성적과 추천서를 위해서 학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매 학기마다 욕심 만큼 공부하지는 못하지만, 다행히 이번 학기에는 자율연구를 통해 소정의 성과를 거두었다. 지도교수인 게리 버지 박사는 내 연구에 만족하는 분위기이고, 지난 학기에 좋은 성적을 받았으니, 나중에 추천서를 요청하면 잘 써주실거 같다. 무엇보다, 내 예상대로 요한복음 10장의 '선한 목자 담화'는 박사과정에서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번 연구로 샘플페이퍼는 준비된 셈이고 앞으로 연구제안서 준비는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다음 학기에는 구약에 나타난 목자 모티프를 중점적으로 연구할 계획인데, 일정 수준의 성과를 내면 박사 과정에서 시간을 아낄 수 있겠다는 예상이 든다.


문제는 영어성적이다. 내가 희망하는 학교에서 요구하는 성적은 최소 토플 100/아이엘츠 7.0 혹은 토플 110/아이엘츠 7.5이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박사과정 요구조건으로 최소 토플 100/아이엘츠 7.0을 요구하니, 당연히 그 정도는 충족시켜야겠지만, 토플시험으로 고생을 좀 해본 입장에서는 걱정이 된다. 리딩은 그렇게 오래 공부했는데 고득점이 쉽지 않고, 리스닝은 반복해서 들어도 잘 안 들리기는 마찬가지이고, 스피킹은 예상한 질문이 나와도 버벅거리고, 라이팅은 한두 문장에서 실수하면 바로 아웃 오브 토픽이다. 쩝. 현 상황에서는 영어성적이 박사과정 진학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작년에 몇몇 학교에 진학 문의를 해봤는데, 담당자들로부터 내가 미국 내 신학교에서 공부하고 있고, 이미 신학석사 학위를 가지고 있으니 지금이라도 지원하거나 앞으로 영어성적이 웨이브될 가능성이 있지만 확실히 보장할 수는 없다는 답변을 받았었다. 그러니 내가 지도교수로 문의하게 될 교수들이 나에게 영어성적을 요구하지 않는 한, 무조건 점수를 내야 한다. 이번 여름 방학에 영어 시험 공부를 할건데 올해 안이나 내년 초에 성적이 나와주면 환상적인 시나리오이다.


주변에서는 연구제안서와 영어성적으로 고전분투하는 경우가 허다해서 내 경우는 수월한 편이긴 한데, 시험이 나한테는 쥐약이라 걱정이 앞선다. 남들 보기에는 "준비된 신약학자"인데 그들이 내 속을 알랑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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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과 학교 수준

끄적 2018. 5. 18. 10:34

솔직히 웨신대 시절에는 도서관 이용율이 그리 높지 않았다. 우선 내가 연구소에 소속되어 있어서 공부하러 도서관에 갈 일이 없었다. 학교 규모가 작아서 도서관 내 서적 보유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M.Div.와 Th.M.까지 공부하는데 큰 불편을 겪지는 않았다. 도서관에 필요한 자료가 없으면 주변에 위치한 대한성서공회 성서학도서관을 이용하면 되었다. 그곳에 가면 국내 성서학자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감사하게도 성서학 분야만큼은 교수진이 국내에서 손꼽히는 수준이었다. 세계 정상급 수준의 신진학자들을 통해 최신 경향의 방법론들을 배울 수 있었다. 지금도 본문비평, 내러티브 비평, 텍스트언어학 등 당시에는 생소한 방법론들을 터득한 신진학자들을 통해 성경을 연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던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이 부분은 해외 유학을 나온 지금도 경쟁력이 되고 있으며, 어떤 면에서는 국내 학자들의 역량이 왠만한 영미권 학자들 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된다.


칼빈신학교 학생은 칼빈대학 헤크만 도서관을 사용할 수 있다. 관내 지역에서는 나름 규모가 있는 학교로 평가 받고 있고, 시설이 잘 구축되어 있어서 사용자 입장에서 불편함이 없다. 다만 성서학 박사과정이 없어서 인지 내가 필요한 책들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럴 경우 미시간 내 타 도서관 자료들을 대여하고 있다. 사실 이 부분에서 자주 기분이 나쁜데, 내가 타 도서관에서 대출하는 책들 대부분이 제칠일안식교 학교 도서관 소유이다. 미국에서는 제칠일안식교가 이단 혹은 사이비가 아니라고 하는데,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쁘다.


요새 자주 하는 생각 중 하나가 도서관과 학교 수준의 상관성이다. 내 생각에 도서관 시설이 잘 되어 있을 수록 학교 수준도 높다. 교수진의 역량이 뛰어날 수록 학생에게 요구하는 수준이 높기 마련이고, 교수들의 연구활동과 학생들의 학업을 위해서는 장서 보유량이나 관련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학교가 높은 학문적 수준을 유지하려면 교수 확보와 도서관 관리에 전념해야 하는 구조이다. 신학교는 신학 노선을 최우선 순위에 두기 때문에 도서관 관리에 신경을 못 쓰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나는 책 구입에 돈을 아끼지 않는 편이지만, 요즘 들어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학생이 교내 도서관에서 확보할 수 있는 자료의 양이 그 학교의 수준이다. 즉 학생들이 책 구입에 돈을 안 쓰게 하는 학교가 좋은 학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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