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조언자의 중요성

유학정보 2019. 12. 22. 13:04

30대 초반에 유학을 결심한 후 주변에서 유익한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애초에 영국 학교에서 신약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싶어서, 신학 석사(ThM) 학위를 마친 후 영어 점수를 내고 바로 박사 과정에 지원하던가 영국에서 석사를 하고 박사를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졸업논문 심사일에 심사 위원으로 오신 한 교수님이 첫 대면에 나에게 유학을 갈 거냐고 물어보셨다. 한국 ThM 학생이 이 정도 수준의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칭찬하시며 유학을 갈 거면 꼭 미국 그랜드 래피즈에 있는 칼빈세미너리에 가라고 하셨다. 거기가 파라다이스라고.

미국에서 석사를 마치고 영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논문지도 교수님이 나에게 말씀하셨다. 한국인이 박사 과정을 바로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설령 합격해도 중도에 포기할 확률이 높으며, 영국 석사 과정은 일 년 내에 마쳐야 해서 박사 진학이 쉽지 않다고 말씀해주셨다. 그 대신 미국에서 석사를 하고 영국으로 가라고. 그리고 칼빈이 좋다고 들었는데 거기에 가라고. 덧붙여 본인이 미국 트리니티에서 석사를 했고 영어에 어려움을 느낀 적이 없지만 공부가 만만치 않았다고, 석사는 공부를 많이 하는 곳이 아니라 박사 진학을 준비하는 과정이니 칼빈에 가서 박사 진학 준비를 잘하라고 조언해 주셨다.

이외도 각종 강좌에서 칼빈에서 신약학 전공으로 석사 과정을 마치고 다른 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으신 분들을 만나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조언에 따라 칼빈에 왔지만, 확신은 없었다. 여기서 내 바람대로 영국 박사 과정을 갈 수 있을까 싶었다.

첫 학기에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자기소개를 하는데, 진로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자연스레 영국 박사를 말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나에게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뭔 소리를 하는 건가 싶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랜드 래피즈에서 8년 정도 살고 계신 분을 통해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칼빈에서 영국에 간 최근 사례가 8년 전 자기와 같이 입학한 동기밖에 없다고. 대부분 미국에서 박사를 하려고 하지 대륙을 건너 영국으로 가려고 하지 않는다고.

칼빈에서 공부하면서도 귀한 조언자들을 여럿 만났다. 미혼에 혼자 신약학 전공으로 공부하는 나를 가엽게 여긴 목사님이 나를 볼 때마다 조언을 아낌없이 해주셨다. 학업 중 마주한 위기를 그분 덕분에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박사 지원을 준비할 무렵인데, 학교별 교수진 정보를 거의 다 모으고 연구 제안서도 완성되어 갈 때 큰 고민이 있었다. 당시 케임브리지대학교 지원을 앞두고 있었는데 도무지 자신이 없어 갈등하던 순간이었다. 그때 한 분이 나를 좋게 보시고 승부를 걸어봐도 되는 상황이라고 말씀해주시며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 이분은 최근까지도 학교 지원 상황에 대해 조언을 해주신다.

영국에서 박사 과정을 하고 계신 한 목사님도 중요한 조언을 해주셨다. 특히 지도 교수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말을 해주셔서 좋은 결과를 얻었고, 그 교수의 한국인 제자를 비롯해 그를 직접 경험한 분들로부터 아주 좋은 평가를 들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루었다. 그동안 정말 열심히 준비했지만, 동시에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나에게 귀한 조언을 아끼지 않은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개인 공부라는 측면에서 학생 개인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지만, 유학은 그 이상의 변수가 수없이 작용한다. 그래서 현실을 잘 알고 실질적인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이 너무나 중요하다.

혹여나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면, 유학에 대한 환상은 잠시 미뤄두고 처절한 현실을 바라볼 기회를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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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가 끝났지만, 과제물을 붙들고 있는 한인 학생들을 도서관에서 자주 마주친다. 저마다 사유는 다르겠지만, 바람대로 페이퍼가 잘 써지지 않아 고민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들을 응원하는 마음과 달리, 이런 풍경을 몇 학기 동안 보고 있으니 답답하기도 하다. 특히 몇몇 학생으로부터 교수에게 "extension"을 요청해야겠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답답함은 더해진다. 

과목 담당 교수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수업 마지막 날 혹은 그다음 주로 제출 기한이 정해진다. 간혹 제출 기한을 넘겨도 감점을 하지 않는 교수들이 있긴 하지만, 형평성 문제 때문에 기한을 넘기면 그 날짜에 따라 점수 차등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성적을 잘 받으려면 과제는 제출 기한 내에 제출해야 한다.

마감일을 지키지 못하는 사유는 다양하겠지만, 결과적으로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담당 교수로부터 이런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 학생은 해당 과목에 관한 연구 주제를 찾을 줄 모른다' 혹은 '이 학생은 자신의 연구 주제에 관하여 기한 내에 완성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 등등

특히, 학생은 "extension"(연장)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성적표에는 "incompleted"(미완성)라고 찍힌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간혹 자비로운 교수들은 마감일을 연장해주고 학생의 성적표에 "incompleted"라는 낙인이 찍히지 않도록 배려하는 대신 성적은 공정하게 조정하기도 하지만, 교수로부터 후한 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간혹 성적표에 "incompleted"라는 단어가 있어도 성적이 좋으면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더 나은 페이퍼를 남길 수 있다면 차라리 "extension"을 요구하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지만, 나는 이런 조언에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미 기한을 놓친 페이퍼는 더 나은 성적, 더 나은 결과물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론적으로 석사 과정은 전공에 관한 깊이를 맛보여 줄 수 있는 글을 요구하지만, 현실에서는 마감일 내에 얼개를 완성할 수 있는 역량을 더 높이 평가한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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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A 신청과 승인

끄적 2019. 12. 13. 07:54

미국 여행에 비자는 필요 없는데 ESTA(Electronic System from Tarvel Authorization)는 필요하답니다. 미국 공항에서 인터뷰도 해야 하는 모양이네요. 이럴 거면 비자랑 ESTA 사이에 뭔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신청해보니 승인은 빨리 나옵니다.공식적으로는 72 시간 내에 결과가 나온다고 안내를 하는데, 2 시간 정도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몇 가지가 불편하군요.

1. 글자 입력시 자동으로 대문자로 설정되어 입력됩니다. Caps Lock를 누르면서 글자를 입력하면 인식할 수 없는 문자가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2. 승인 결과를 신청자에게 알려주지 않습니다. 신청자가 일일이 결과를 확인해야 합니다.

3. 승인 결과를 인쇄할 때 PDF로 저장이 되지 않습니다. 보통 인쇄 기능으로 PDF로 저장한 다음 종이로 인쇄를 하는데 이 곳은 PDF 저장 기능을 막아 놨습니다. 더구나 다운로드를 하면 HTML로 저장이 됩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편함이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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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지도 교수로 내정된 분에게 장학금에 관한 문의를 했다. 신중한 분이라 단정적인 표현은 잘 안 쓰시는데 이번엔 "불가능"(impossible)이란 단어를 사용하셨다. 소규모로 운영되는 장학금이라 학내 경쟁이 치열하고 교내 최고 학생들에게만 수여 된다고 한다. 그리고는 자신의 한국인 제자와 일본인 제자를 포함한 다른 한인 학생들에게 장학금과 학비에 관한 조언을 받으라고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셨다.

 

그분의 친절함에 감사한 마음에, 그리고 혹여나 하는 마음에 건네받은 이메일 주소로 문의를 했다. 감사하게도 모두 친절하게 답변해 주셨다.

 

모두 한목소리로 최고의 대학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고 축하해준다. 또 지도 교수의 역량과 성품 등을 높이 평가하면서 정말 좋은 기회이니 꼭 그의 지도를 받으라고 말해준다. 특히 그의 지도를 받은 분들이나 그와 같은 전공을 공부한 분일수록 평가는 더 후하다.

 

그러나 장학금에 대해서는 모두 부정적이다. 그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대부분 자비로 공부를 했다고 한다. 또한, 박사 과정 동안 장학금을 받는 학생은 예외적으로 단 한 번 봤다고 한다.

 

조금이나마 장학금을 기대해봤는데 학내 장학금은 불가능하다고 마음먹어야 할 거 같다. 대신 교외 장학금을 시도해봐야 한다.

 

현재 칼빈신학교에 초빙교수로 와 계신 우병훈 교수님께서 박사 과정은 지도 교수가 최우선, 그다음이 학교 명성인데, 내 경우 둘 다 보장되었으니 무조건 가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여러 조언을 해주신다.

 

재정적으로 벅찬 상황이 되겠지만 감사하다. 최고의 선물을 안겨주신 하나님, 그리고 나를 도와주려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 분들이 주위에 계셔서 정말 감사하다.

 

그래도 장학금은 어떻게든 마련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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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극히 평범한 머리를 가지고 있지만, 특정 주제에 관한 사심 없는 집착은 가지고 있다. 하나에 꽂히면 그것에 집중하는 단순한 성격에, 신학을 공부하면서 풀고 싶은 질문이 있기 때문이다. 감사하게도 박사 과정 연구 주제에 내 관심사가 집약되어 있어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낼 수 있다면, 내 신학 여정에서 중요한 분기점을 맞을 수 있을 듯하다. 내가 합격 통지서를 받아도 계속 도서관에서 자료를 검토하고 연구 제안서를 보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폴 그레이엄 – 천재에 대한 버스표 이론(1/2)
https://newspeppermint.com/2019/12/05/m-ticket1/

폴 그레이엄 – 천재에 대한 버스표 이론(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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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빈신학교 학생들은 학기 말이라 페이퍼를 쓰느라 정신이 없다. 빠르면 이번 주 제출, 아니면 다음 주가 마감일 거다. 가끔 목사님들과 강도사님, 전도사님들이 나에게 페이퍼를 쓰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들이 볼 때 나는 연구 주제가 확실하고 페이퍼를 잘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인가 보다. 최근엔 영국 박사 과정 합격증까지 받았으니 그 신뢰도가 더 올라간 분위기이다.

페이퍼로 고민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동일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1. 연구 주제가 없다
2. 연구 범위를 선정할 줄 모른다
3. 주장이 없다
4. 구조를 잡는 방법을 모른다 

한두 가지로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쓰다 보니 숫자가 점점 늘어나서 이 정도로...

석사 과정에서 페이퍼로 고민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특히 연구 주제는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내가 정말 심각하게 여기는 지점은 그들에게 '신학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어떤 질문을 하고 있느냐?'이다. 이 말은 학위와 진로에 관한 질문이 아니라 순수하게 '신학을 통해 어떤 질문에 답을 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학위 과정 내내 연구 주제를 찾느라 고생할 거 같다. 

나는 웨신 신대원 시절부터 저 질문에 답하고자 노력했다. 이 과정을 쓰면 글이 길어져서 건너뛰고, 박사 과정 진학을 위해 자기소개서(SOP: Statement of Personal)를 쓰는 과정에서 내 학업 과정이 결국 저 질문에 답하려는 노력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동안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과제를 "처리"하느라 근본적인 질문을 잠시 잊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 그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다들 저마다 목적이 있겠지만, 유학이라는 쉽지 않은 길을 택한 이들이기에 지금 학업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으면 좋겠기에, 시간이 된다면 '나는 신학을 통해 어떤 질문에 답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답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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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학위 연구 과정에 지원했을 경우 합격 통지서에 지도 교수 명단이 명시된다. 선발 위원회에서 지원자의 연구 제안서와 부합하는 교수들을 연결해주는데, 학교 교수진에 따라 지원자의 합격 여부가 갈리는 변수가 되기도 한다.

구글에 "The Supervisory Team"을 입력한 결과에서 나와 관련된 두 학교의 정보를 공유해 본다.

University of Cambridge
https://www.student-registry.admin.cam.ac.uk/information-supervisors/supervisory-team

Durham Universiey
https://www.dur.ac.uk/learningandteaching.handbook/8/5/1/

두 학교 모두 지도 교수를 최소 2명씩 배정해준다. 나 역시 2명씩 배정을 받았는데, 이례적으로 한 곳에서는 1명이 배정되었다. 이 결과에는 여러 의미가 함의되어 있다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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