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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상근 파열

끄적 2020. 2. 9. 00:18

극상근 파열.

며칠 전 한의원에서 상담을 받은 후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 의심되는 증상은 극상근 파열이다. 극상근은 회전근개에 속하며, 파열의 원인은 스트레스나 과격한 운동 등이 있는데, 그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위치는 치료가 오래 걸리는 부위라고 한다. "파열"이란 단어가 꽤 심각하게 들리지만, 꼭 힘줄이 끊어진 상태가 아니더라도 힘줄이 손상된 상태면 파열이란 용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평소 운동을 안하다가 테니스에 잠시 재미를 붙였지만, 어깨통증을 느낄 정도로 열심히 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통증이 나타나기 시작한 시점이 박사 과정에 진학할 학교를 최종적으로 결정한 날 이후였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3년 동안 긴장하고 있다가 안도감을 느끼게 되자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거다. 그러니 나는 극심한 스트레스가 극상근 파열의 주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었던 시간도 한 몫했을 거다.

오늘은 의사가 나에게 "완벽주의자"냐고 물었다. 그리고 내 증상이 보통 고학력자들에게 많이 나타난다면서, 오늘만 세 번째 환자라고 했다. 대전에서 근무할 때 대덕연구단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나와 동일한 증상으로 많이들 한의원에 왔다는 말도 해줬다.

나는 완벽주의자는 아니지만, 주변에서 꼼꼼하게 일처리한다는 평가를 종종 들었다. 실제로 중요도에 따라 신중함의 무게가 달라지는데, 박사 과정 지원 중에는 최대한 완벽을 기했다.

그리고 "해야 할 일 이외에는 일을 만들지 말라"고 조언해 주었다. 지금 몸이 머리를 못 따라가는 상황이란다.

나는 그게 가장 힘든 일이라고 답하고 웃었다. 나는 며칠 별 계획 없이 지내다가고 몸이 근질근질해서 일을 만들어 낸다. 요새 정말 마음 편히 지내고 있지만, 집안 일 도와주는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고, 공부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아도 책도 조금씩 읽고 있다. 무엇보다 난 9월부터 영국 유학을 시작해야 한다.

그래도 최대한 쉬려고 노력한다. 일부러 일정을 안 만들고 있고, 전화번호도 주변에 안 알려주고, 페이스북에 글을 안 쓰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냥 조용히 지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하지만 3월부터는 조금씩 바빠질거다. 독일어 공부를 시작해야 하고, 책도 부지런히 읽어야 한다. 몇몇 분들에게 인사도 드려야 한다. 기회가 되면 연애를 시작할지 모른다(주변에 괜찮은 자매가 있다면 얼릉 소개를 해주시라).

내가 마음의 여유를 갖지 않는다면, 지난 3년 간의 미국 유학 생활처럼 몸도 마음도 피폐해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는 그 생활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 쉽지 않겠지만 쉬엄쉬엄 갈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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