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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9.01 이사야의 포도원과 포도주 비유

고대 근동에서 궁극적인 국가의 통치자는 신(god)이며, 왕은 신의 대리자라는 개념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인식 위에 왕은 통치자로서 정당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목자-왕 전승은 목축 사회라는 시대적 토양을 기반한 은유로, 왕의 정당성과 책임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 

오랫동안 사사의 통치를 받은 이스라엘 백성은 왕정 국가라는 통치 체제를 요구한다. 하나님은 그 요구를 수용하셨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왕의 통치는 사울부터 시작되었으나, 그의 실패와 다윗이라는 불세출 영웅의 등장으로 다윗 왕조의 통치 기반은 확고해졌다.

북이스라엘의 멸망을 반면교사로 삼지 않은 남유다 왕국은 저들의 멸망이 왕국의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우상 숭배에 빠진 탓이라는 낙인을 찍어 버렸다. 남유다 왕국이라는 이름 자체가 유다 지파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행위이다.

남유다 왕국이 주변 정세 변화와 북이스라엘의 멸망에 대처하는 방법은 군사력 증강과 오랫동안 패권을 잡고 있었던 애굽과 외교를 강화하는 것이었다. 남유다는 풍요로웠고 견고한 동맹국을 확보하고 있었다(이러한 실상은 2:6-8에 잘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남유다의 우상숭배는 소돔과 고모라에 비할 정도로 심각했다(1:9-10). 무수한 제물을 드렸으나 그들의 마음은 진정성이 없었다(1:11-15). 북이스라엘의 멸망으로부터 남유다는 실질적인 교훈을 얻지 못했다.

이런 배경에서 이사야가 등장한다. 이사야의 언어는 독특하다. 그중 하나는 "포도원"과 "포도주"(대표적인 사례는 5장을 보라)라는 단어이다. 동시대에 활동한 미가는 목자-왕 전승을 두드러지게 사용한다. 예언서 시작 부분에 기록된 예언자의 신상 정보를 토대로 활동 지역을 예상하는데(사 1:1; 미 1:1), 역사적 재구성의 어려움으로 인해 그들의 언어가 실질적인 판단 기준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가령 이사야는 제사장 가문에서 교육을 잘 받은 엘리트 계층으로 예루살렘에 거주하는 도시인이고, 미가는 목축업이 생활 기반인 시골 지역 사람이라고 가정하는 해석자들이 많다. 이사야의 거주 지역 혹은 활동 지역에서 포도원이 주된 사업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와 비슷한 이유로 미가가 활동한 지역은 목축업이 주요 사업이었던 걸로 보인다. 그들의 청중을 고려한 비유를 통해, 예언자의 활동 무대를 추측할 수 있다고 보인다.

이사야서에서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의 관계를 규명하는 주요 용어는 "포도원"이다(대표적으로 5장). 이사야는 하나님을 포도원의 주인(5장)이나 포도원지기(27:3)로 묘사한다. 반면 타락한 지도자는 하나님의 포도원을 망가뜨린다(3:14). 또한 타락한 지도자는 포도주에 취해 있다(5:11). 포도주는 지도자의 무책임과 남유다 지역의 풍요로움을 동시에 비꼬는 수단일지 모른다. 

이사야 역시 목자-왕 전승을 사용한다(대표적으로 40:11). 그가 여러 차례 목자-왕 전승을 사용하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왕으로 대표되는 지도자 집단과 백성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목자-왕 전승이 이스라엘 전역에 자리 잡고 있었다고 단정 지을 수 있다. 단지 이사야의 청중이 목자와 양이라는 은유보다 포도원 비유가 더 효과적인 부류이었다고 추정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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