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영국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시작하려면, 애초에 교수로부터 배운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박사 과정 학생은 지도 교수(혹은 지도 교수진)를 자신의 연구 제안서를 토대로 학위 논문을 완성해 가는 과정에 필요한 조언자로 간주해야 한다.

박사 과정에서 연구의 주체는 학생 본인이다. 지도 교수는 박사 수준의 연구를 진행하고 마무리하기 위해서 배정된 조언자이다. 학생은 그들과 대화하며 연구 방향을 상시로 검토 및 수정하는 데 필요한 조언을 구해야 하며, 지도 교수는 이러한 역할을 하기 위해 존재한다. 실제로 내 지도 교수인 David M. Moffitt 박사는 나에게 "자신은 네가 박사 학위 논문을 성공적으로 완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조언자이며, 모든 결과는 네가 책임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네가 만족할 때까지, 네가 만족스러운 연구를 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지도 교수와 지도 교수진은 교수 위원회에서 토론을 통해 결정되기 때문에, 박사 과정 학생에게 최적화된 교수(들)가 배정되었을 확률이 높다. 내 예상에, 내 연구에서 가장 어려운 분야는 '희생'(sacrifice)과 '속죄'(atonement)인데, Moffitt 박사는 이 분야의 전문가이다. 고로 나는 이 주제들을 Moffitt 박사로부터 배우게 되어 있다. 그 외 나머지 주제들은 나 스스로 고민하면서 지도 교수의 검토를 받으면 된다.

누구나 이런 훈련이 낯설다. 영국, 미국, 캐나다 등에서 유수한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도 초반에는 한 번씩 헤맨다. 그러니 영어부터 후달리는 한인 유학생들은 오죽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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