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출처 : 조선일보 "[인터뷰] SBS ‘신의 길, 인간의 길’ 김종일 PD"


"하고싶은 이야기 30% 만 소화..그래도 만족"

"
기독교 모태신앙
..그러나 성역은 없다"

"기독교가 모태신앙입니다. 하지만 PD로서 성역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수와 기독교에 대해 의문을 던진 SBS TV 4부작 다큐멘터리 '신의 길, 인간의 길'을 연출한 김종일 PD는 지난 3주 큰 홍역을 치렀지만 무척 담담한 모습이었다.

지난달 29일 다큐의 1부 방송을 앞두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는 방송 취소를 요구하고 나서고 목동 SBS 사옥 앞에서 시위를 펼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한기총의 반론 보도 요구를 거절한 SBS가 우여곡절 끝에 13일 마지막 4부 방송을 몇시간 앞두고 반론 보도 요구를 수용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일단락됐다.

15일 오후 목동 SBS에서 만난 김 PD는 "방송이 다 끝나 속시원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방송이 끝났다. 소감이 어떤가.

▲솔직히 이 다큐를 기획하고 만들 때는 이런 반발은 예상하지 못했다. 어떤 특정 단체나 교회를 겨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견이 있어도 반발이 심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프로그램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했나.

▲30% 정도 소화했다고 생각한다. 아직 할 이야기는 많이 남아있지만 이 정도면큰 상처없이 방송을 마친 것이기 때문에 만족한다.

--다큐의 기획 동기는 무엇인가.

▲기독교가 모태신앙이다. 어려서부터 시골에서 기독교와 교회를 접하며 자랐다.

사춘기 시절부터 의문이 생겼다. 교회 안팎의 삶이 구분되지 않는 사람들, 시골 작은 교회에서 내분이 일어나는 것 등을 보며 잘은 모르지만 뭔가 왜곡돼있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PD가 된 후 언젠가는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2002년 티모시 프리크의 '예수는 신화다'라는 책을 읽은 후 그 생각이 더 구체화됐다. 지난해 5월 내부에 기획안을 올렸지만 통과가 안되다가 아프간 피랍 사태가 발생하자 종교간소통과 화해를 모색하자는 취지로 기획안을 좀 수정하면서 제작 승인을 받았다. '신들의 고향을 가보자'는 취지로 기획했다.

--취재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뭔가.

▲이란에 가보니 이슬람 시아파와 기독교는 놀라울 정도로 여러가지가 비슷했다.

하지만 이란에서는 선교가 금지돼있고 거기서 개종은 목숨을 걸어야하는 일이었다.

우리나라 기독교 신자들은 그런 이란에 선교를 하러 간다.

그런데 선교하러 나서는 우리 기독교 신자들을 대상으로 이슬람에 대한 설문 조사를 해봤더니 60%가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읽어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남의 종교를알지도 못하고, 또 알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선교하러 가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있나. 다큐의 2부에서는 선교를 하려면 그들의 종교를 알고 가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슬람교도들이 자신의 신과 예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고 가야하는 것 아닌가.

--신앙은 개인적인 차원의 믿음이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이 제기하는 것처럼 논리가 크게 소용없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 사회를 보면 종교는 결코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다. 종교적 문제가 사회와 연결돼 있다. 개인의 문제, 개인의 신앙에 머물면 아무런 문제가 안된다. 하지만우리 사회에서는 그렇지 않다. 아프간 사태 후에도 이슬람 지역으로 선교 활동을 나간다.

종교에 대해서는 성역 운운하는데 21세기에 성역이 어디있나. 읽지 말아야하고,보지 말아야할 것이 어디있나. 가치 판단은 시청자의 몫 아니겠는가.

--한기총의 반론 수용을 거부하다 마지막에 받아들였다.

▲내부 PD들 대상으로 시사회를 했더니 '반론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또 종교간 소통을 이야기한다고 했는데 한기총의 반론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했고, SBS 앞으로 몰려든 선량한 신도들의 신앙도 존중해야한다고 판단했다. 또 한기총이 반론을 보도하면 더 이상 문제를 삼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왔기 때문에 마지막 4부에 그들의 반론을 수용했다.

--영국에서 교회가 사라지는 현상을 보여주는 등 종교에 대한 회의적 시선도 제기했다.

▲영국 세속주의협회장이 "종교는 없어지지 않는다. 다만 이 종교에서 저 종교로 옮겨갈 뿐이다"고 말했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어떤 학자들은 한국의 전자 오락 열풍을 종교성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게임을 통해 자기를 초월한 어떤 존재를 꿈꾸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종교간 화해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

▲프로그램에 소개한 개신교 원로 김경재 목사(삭개오 작은교회)의 말씀에 공감한다. 세상에는 유일신이 존재하는데 모든 종교는 그 유일신으로 가는 여러갈래의 길이라는 것이다. 길은 다르지만 그들이 섬기는 신은 똑같다는 것이다. 이러한 여러갈래의 길을 인정해야 다른 종교와 상생할 수 있다는 말씀이다. 중동에서 보는 태양이나 한국에서 보는 태양이나 다 같은 태양이라는 얘기인데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해답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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