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그 동안 나에게 학자의 자질에 대해 몇 가지 조언을 해준 원우들과 교수님들이 계시다. 지금 쓰는 글은 가장 최근에 있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번 가을학기 "미가서의 목자 은유", "예레미야 23장과 에스겔 34-37장의 목자 은유"를 연구하려고 여름 방학 전부터 구약학 아만다 벵카이슨(Amanda W. Benckhuysen) 교수에게 지도를 부탁 드렸다.

예상 보다 각 선지자들의 특징을 파악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서 학기가 시작한 이후에도 한 동안 찾아뵙지 못했다. 학교에서 Free Lunch with Professors라는 프로그램이 진행중이었고, 내 글도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서 점심식사를 요청했다. 아마다 교수님은 흔쾌히 응해 주셨다.

식사를 하며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었고, 식사를 가볍게 마치신 아만다 교수님은 내 글들을 읽어보셨다. 그리고 나에게 이런 말을 하셨다. "나중에 집중해서 읽어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내가 너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너의 접근 방식과 서술방식이 마음에 든다." 몇 일 뒤 내 페이퍼에 친필로 지적 사항을 적어주셨는데 실제로 큰 수정 사항은 없었고 몇 가지 보완해야 할 사항들을 적어주셨다.

식사를 마칠 무렵 나는 이런 말을 했다. "목자 은유라는 주제가 너무 흥미롭다. 그래서 신약학 전공이지만 구약학 교수인 당신에게 지도를 부탁했고 덕분에 흥미로운 주제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이 주제로 계속 연구하고 싶다."

이에 아만다 교수님이 이렇게 답하셨다. "많은 학생들이 흥미로운 주제를 들고 나를 찾아온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답을 찾지 못한다. 그런데 너는 스스로 답을 찾아 가고 있다. 너는 재능이 있다(You are gifted)."

흔히 박사 학위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독자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자격증이라고 한다. 따라서 박사 학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글이란 자문자답의 결과물이다.

석사 과정은 박사 과정에 앞서 한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고 연구능력을 갖추는 과정이다. 따라서 기존 지식을 익히되 의문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학생들이 박사 학위를 목표로 하면서도 여전히 교수들로부터 무언가를 배우려고 한다.기존 지식에 의문을 던지지 않고 답습하려고 한다. 때로는 교수들마저 자신의 견해를 따르라고 압박한다. 때로는 대놓고 때로는 은근히. 학생들은 그렇다 쳐도 그런 교수들을 보면 참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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