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신약학계에서는 E. P. 샌더스의 영향인지, 역사적 예수 연구 영향인지, 바울의 새 관점 파급효과인지 모르겠지만, 유대주의를 율법적 공로주의로 단정 짓지 않고 다양한 노선이 존재했다는 전제하에 연구를 진행하려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 요한복음에 국한하면, 이 복음서는 오랫동안 헬레니즘의 영향이 지대하다는 전제로 연구되어 왔다. 그러나 유대주의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추세 가운데, 헬레니즘의 영향보다 유대주의의 영향이 더 크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근래에는 요한복음을 유대주의로 분석하려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

사설이 길었는데, 나 자신부터가 요한복음을 읽으면 읽을수록 헬레니즘의 그늘보다는 유대주의의 웅장한 배경이 보인다. 요한복음의 사상적 모태가 헬레니즘이냐 유대주의냐를 밝혀야 하는 이유는 청중을 가늠하는 주요 척도이기 때문이다. 나는 요한복음이 유대주의의 웅장한 배경 아래 있다고 생각하므로, 청중 역시 유대인이나 유대계 기독교인으로 상정한다는 의미가 된다. 

모세 기독론과 다윗 기독론은 요한복음의 청중이 이스라엘 역사에 해박하다는 증거일 수 있다. 며칠 전에 작성한 "요한복음에 나타난 모세 기독론과 다윗 기록론"에서 더 나아가, 나는 요한의 모세 기독론과 다윗 기독론에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세 기독론은 교회 내부에서 모세의 율법을 강조하는 유대계 기독교인들을 향해 예수가 모세보다 위대한 메시아(the better than Moses Christology)로 가르치고, 다윗 기독론에서는 다윗 계통의 구원자 사상(Davidic Messianism)을 추종하는 유대인이나 유대계 기독교인이 많았을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 역으로 다윗을 강조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요한의 다윗 기독론에 대한 태도는 이스라엘 회복을 열망했던 열광주의자로 인해 성전 파괴가 이루어진 후 분위기를 반영했을지도 모른다.

,

* 이 글의 목적은 차후 연구를 위해 내 생각을 정리하는 데 있다. 그래서 사례나 근거 제시는 빈약하다.

Joel Willits 박사는 요한복음에서 다윗 기독론(Davidic Christology)이 모세 기독론(Mosaic Christology)을 대체했다고 주장한다. 모세와 다윗 사이의 유사성을 인정하지만, 역대기 사가는 다윗이 모세보다 나은 인물로 묘사하고, 요한복음은 예수를 다윗 계열의 메시아로 묘사한다고 주장한다.

내가 볼 때 이러한 주장은 완전히 틀렸다. 요한복음이 묘사하는 예수는 모세보다 나은 메시아(the better than Moses Christology)이자 다윗을 능가하는 메시아(the better than David Christology)이시다.

요한복음에 기록된 예수의 청중이 다윗 계열의 구원자 사상(Davidic Messianism)에 익숙하긴 했지만, 모세의 제자라고 자칭하는 집단(9:28-29)도 존재했다. 요한복음의 목적은 "오직 예수만이 진정한 메시아이시다"(20:31)라고 선포하는 데 있다. 예수는 모세와 같은 메시아도 아니고 다윗과 같은 메시아도 아니다.

요한복음에서 예수는 자신의 사역을 가르치는데 모세와 다윗을 모두 사용하신다. 예를 들어, 예수의 죽음에 관한 가르침에서 예수께서는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든 것같이 인자도 들려야 하리니"(3:14)라고 말씀하셨고, 나중에는 "나는 선한 목자라 선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거니와"(10:11, cf. vv.15, 17)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누차 강조하듯이  10장의 선한 목자 담론에서 예수가 사용한 목자-왕 전승은 다윗 계열의 구원자 사상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예수가 모세를 능가하는 메시아라는 가르침은 만나와 생명의 떡(특히, 6:22-25)에 잘 나타나 있다. 출애굽 후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에서 만나를 먹는 이적을 경험했지만, 지도자 모세가 그 만나를 준 것이 아니다. 반면 예수는 생명의 떡이시다.

요한복음에서 모세와 예수 사이의 대조는 두드러지지만(최소한 1-7장), 다윗과 예수에 관한 대조는 명백하지 않다. 엄밀히 말해 대조는커녕 다윗 기독론 자체가 명시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는 몇몇 본문에서 예수 생애 당시 유대인이 다윗 계열의 메시아를 고대했다는 단서를 찾을 수 있을 뿐이다(7:42; 12:12-15). 목자의 죽음에 관한 예수의 가르침은 유대인에게 익숙한 전승이 아니라는 증거이다(참조. 10:19). 예수의 죽음은 영생을 주기 위해서이다(10:28). 차후에 완성될 목자-왕 전승과 선한 목자 담론 사이의 비교 연구는 다윗 계열의 구원자 사상과 예수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극명하게 드러내주 리라 기대한다. 이 정도로도 우리는 선언할 수 있다. 예수는 다윗을 능가하는 메시아이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