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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09.01 선행 연구의 중요성과 창의력

박사 학위의 최종 목표는 독립적인 연구를 시작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데 있다. 그 연구는 학위 취득자만의 독창적인 기여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미국과 영국이 서로 다른 교육방식을 갖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동일하다.
 
대개 지도 교수들은 박사 과정 학생들의 연구 기여점을 구별하려고 힘쓴다. 그 방식은 학생이 어떤 독창적인 생각을 하고 있느냐를 묻기보다는 선행 연구를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냐 묻는 데서 출발한다. 미국 학교에서 코스웍을 진행하는 이유는 일단 박사 과정 학생에게 일정 수준의 지식과 연구 방법 등을 훈련하기 위해서이다. 종합시험까지 거쳐야 박사 학위 논문을 시작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연구 제안서를 제출하도록 한다. 이와 달리 영국 학교에서 지원서 제출 전에 연구 제안서로 교수진들과 교류를 갖게 하여 입학 후 바로 연구를 진행하려는 의도가 있으며, 학생의 상황에 따라 강의 수강 등을 요구한다.

내가 영국 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진행하고 있으므로 내 경험과 주위 사례를 토대로 정리해보면, 지도 교수는 학생의 연구제안서를 토대로 몇 달간 여러 방식으로 과제를 내준다. 3달 정도 언어와 연구 주제 등을 두고 대화하고 과제를 내준 뒤, 바로 Probationary Review를 진행하도록 한다. 문제는 3달 안에 최소 8,000자에서 최대 12,000자를 써야 하고, 그 기간에도 지도 교수가 여러 방식으로 학생을 시험한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영국 대학에서 총 19.5%가 박사 과정에서 탈락한다. 그중 첫 해에 16.2%가 학교를 떠나는데, 그건 아마도 입학 후 통과 의례인 The probationary review의 결과일 확률이 높다. 그만큼 PR은 박사 과정을 위한 중요한 관문이다.

이후에는 문헌 검토(a literature review)를 하도록 한다. 이때 중요한 관점은 선행 연구에 대한 분석이다. 평소 자료를 분석하고 내가 발전시켜야 할 부분에 더 초점을 둬서, 선행 연구 자체를 이해하고 요약하는 시간을 아깝다고 여기는 성향이 있다. 내 판단에 문제가 있는 자료들을 샅샅이 살피고 정리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지만, 그래서 현 작업이 더뎌지고 있지만, 그건 순전히 나만의 착각이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글을 통해 지도 교수를 비롯해 차후 내⸱외부 심사자들과 대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선행 연구에 대해 간결하면서도 주요 연구는 빠짐없이 다뤄줘야 한다. 지도 교수나 심사자들이 관련 분야의 전문가라면 내가 선행 연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평가받게 되며, 만약 그들이 비전문가라면 그들에게 관련 지식을 채워서 내 글을 제대로 심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내가 내 글이 창의적이라고 주장하더라도 검증할 수단이 필요한데, 그 자료가 바로 선행연구들이다. 선행연구를 세세하게 다루는 만큼 내 연구가 갖는 차별점이 분명해진다.

창의력은 무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선행 연구를 파헤치고 그 틈을 찾아 꼼꼼하게 메우는 능력을 의미한다. 개인의 역량에 따라 빈 구멍을 채우는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고, 덧칠하게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창의력이 선행 연구를 토대로 출발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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