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머야]


20대 초반에 리더십에 관심을 두다 보니 자연스레 멘토링과 코칭 관련 책들도 제법 읽었었다. 그리고 관련 전문업체에서 활동을 해보기도 했다. 교회에서 중고등부와 청년부 사역도 담당해봤고, 대안학교에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북포럼과 글쓰기를 지도해 보기도 했다. 군대에서는 상담병이라고 해서 신병 전입시 상담차원에서 짧은 설문지를 작성하게 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었다. 내가 상대했던 대상이 모두 사회에서는 각 자의 꿈을 꾸고 성취해야 할 나이라고 여겨지고, 나 역시 그런 쪽에 관심이 많아서 진로와 관심사 등에 대한 질문을 정말 많이 했었다. 내 짧은 경험이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신이 정말 원하는 꿈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였다. 희망사항이 없는 경우도 많았고, 조심스레 대답하는 아이들조차 자신의 꿈이 아닌 부모의, 아니면 타인의 바람을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 경우 현실이라는 장벽 앞에 꿈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으로는 일반대학(원)이 그랬고,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 내 꿈을 포기한 경우가 그랬다. 20대 후반에 꿈꾸었던 유학도 그에 속한다. 당시에는 내 자신을 다독이며 설득해봤지만, 내면의 갈등을 해소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행이라면, 신학에 재미를 느끼고, 내 가능성을 발견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의 부르심에 확신을 느낀다.


단 하나,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던 단 하나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유학이었다. 대체로 만족스러운 교회사역을 하고 있었지만, 더이상 도전할 수 없는 나이가 되기 전에 마지막이라는 다짐으로 30대 초반에 사임하고 토플학원에 문을 두드렸다. 20대 초반의 대학생들과 같이 공부하며 '내가 이 나이에 여기서 뭐하나?' 싶기도 하었고, 좀처럼 오르지 않는 토플성적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수시로 들었지만 끝내 유학길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유학을 와보니 다행히 내가 그리 늦은 나이는 아니었고, 그랜드래피즈라는 도시와 칼빈신학교라는 환경은 기대 이상이었다. 여전히 영어실력은 미천하지만, 별 문제 없이 생활하고 있고 수업은 무난하게 따라가고 있다.


앞으로 큰 이변이 없다면, 마흔살에는 박사과정 중에 있을거 같다. 내 계획대로라면 박사학위 논문은 절반 혹은 그 이상 진행되었을지 모른다.


결론은 내 과감한 선택에 만족한다. 그리고 지금 내 현실에 만족하고 있다. 그리 내세울 것 없는 인생인데, 저자의 글에 공감한 나머지 주저리주저리 긴 글 남긴다.


[정여울의 마흔에 관하여] 욕망의 대체재란 없다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44534.html


* 미국 미시간 주 기준 12월 1일 오전 2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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