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두기 **
이필찬, 내가 속히 오리라 (서울: 이레서원, 2006)을 중심으로 하고, 이 책을 인용할 경우에는 각주를 달지 않았다.
8절
* 어린 양이 보좌에 앉으신 이의 오른 손에서 책을 취하셨을 때 하늘에서 어린양의 주변에 있었던 네 생물과 이십사 장로들이 그 앞에 엎드린다. 이 구절은 다음처럼 번역이 가능하다.
그가 책을 취하시자 네 생물과 이십사 장로들이 각각 거문고와 향이 가득한 금대접을 가지고 어린 양 앞에 엎드렸으니, 향은 성도들의 기도이다 (사역)
* 거문고와 향이 가득한 금대접을 가지고 있는 자는 누구인가? 네 생물과 이십사 장로 모두인가? 아니면 둘 중하나인가? 그 답은 이십사 장로이다. 9절의 ‘새 노래’가 ‘성도들의 기도’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거문고와 향이 가득한 금대접을 가지고 새 노래를 부르는 자들은 이십사 장로들이다. 이러한 이십사 장로들의 역할은 부분적으로 역대상 25장 6-31절에서 언급한 ‘제금과 비파와 수금을 잡아 여화와 하나님의 전에서 노래하여 섬겼던’ 이십사 레위인들을 반영한다.
* 향을 성도의 기도라 함은 시편 141편 2절에 “나의 기도가 주의 앞에 분향함과 같이”라고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누가복음 1장 9-10절에서는 제사장이 주의 성소에 들어가 분향 할 때 모든 백성이 밖에서 기도 드린다고 되어 있다. 이로써 이스라엘 백성들은 향이 하늘로 올라가듯이 자신들의 기도가 하나님께 상달된다고 여겼음을 알 수 있다.
- 이 문맥에서 성도들의 기도가 언급되는 이유는 6장 9-11절과 8장 3-4절과의 관계에 달려 있다. 두 본문은 인을 떼는 과정에서 소개되는 성도들의 기도이다. 이 기도들은 부분적으로 인 심판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며, 이를 바꾸어 말하면 성도들의 기도에 대한 반응으로 인이 때어짐으로 심판이 주어진다고 볼 수 있다.
요한은 책의 인을 땜으로 하나님의 구속 역사가 성취되고 그 현상으로 심판이 주어진다고 보는 동시에, 성도들의 기도의 응답으로 주어진다고 해석한다. 여기에서 성도들의 기도는 요한계시록이 기록된 당시의 정황과 관련시킨다면 그 기도는 고난의 상황에서 올려지는 기도라고 할 수 있다.
- 출애굽 사건은 400여년 전에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시고 요셉을 통해 구체적으로 준비되었던 하나님의 구속 사건이다. 그러나 이 사건이 촉발되게 된 매우 직접적인 동기는 바로 출애굽기 2장 23-25절에 나타난 대로 고난 중에 있는 이스라엘의 부르짖음이다.
9-10절
* 네 생물과 이십사 장로들이 새 노래를 부르는 장면으로, 이 노래에는 어린 양이 책의 인봉을 떼기에 합당한 이유를 담고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대속제물이 되셨다(9절). 즉, 새 언약의 중개자가 되셨기 때문이다.
- 구원 받은 자들을 하나님 앞에서 나라와 제사장으로 삼으셨기 때문이다(10절).
* ‘새 노래’의 종말론적 성격
‘새 노래’는 시편 33:3; 40:3; 96:1; 98:1; 144:9; 149:1; 이사야 42:10에 나온다.
- 시편에 나오는 ‘새 노래’는 하나님의 자비하심에 영감을 받아 표현한 노래로, 하나님의 주권과 찬송을 받으시기에 합당하심을 송축하고 있다.
- 사 42:10(“항해하는 자와 바다 가운데 만물과 섬들과 그 거민들아 여호와께 새 노래로 노래하며 땅 끝에서부터 찬송하라”)에서, “새 노래”는 종말론적이고 여호와의 나타나심과 관련 있다.
* ‘새 노래’와 새 창조
또한, ‘새 노래’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으로 인한 새 창조의 시작과 관련 있으며,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하나님의 창조 사역을 4:11에서 언급
2) 5:12-13의 찬양은 4:11과 평행
3) ‘새’(kainh.n)는 21장 1-2, 5절에 나오는 창조에 사용된 단어와 동일하다.
4) 유대문헌(Midr. Rab. Num 15:11; Midr. Tanhuma Gen. 1:32; b. Arakhin 13b; Midr. Rab. Exo. 23:11은 새 노래를 말하는 시 98:1을 사 65:16의 새 창조 본문에서 약속하는 메시아 시대에 적용)에서 새 노래는 다가오는 메시아 시대와 관련되어 사용된다.
* ‘새 창조’가 울려 퍼지게 되는 시점은 구속과 새 창조가 만나는 종말적 상황이 전개되는 순간이다.
* ‘모든 족속과 방언과 백성과 나라’는 요한계시록에서 모두 일곱 번 사용되는데, 이것은 모든 사람들을 가리키는 우주적 성격을 가진다(Bauckham, The Climax of Prophecy, 326). 여기에서 ‘…로부터’(evk)라는 전치사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지만, 모든 사람이 구속의 결과를 경험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 ‘사다’(hvgo,rasaj > avgora,zw)라는 동사는 ‘값을 지불하고 어떤 사람에 대한 권리를 확보한다’는 의미를 가진다(BDAG). 이러한 측면에서 이 동사는 전쟁 포로를 속박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는 상업적 은유법으로 사용되었다(Fiorenza, 1985, 73-74).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흘리신 피를 값으로 지불하시고 종으로 속박되었던 하나님의 백성에 대한 하나님의 소유권을 확보하신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그 인봉을 떼기에 합당하신 이유이다.
* 10절은 출19:6의 “너희가 내게 대하여 제사장 나라가 되며 거룩한 백성이 되리라”라는 말씀과 관련 있다. 시내산 언약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으로 성취되었으며, 그 대상은 영적 이스라엘 백성이다.
* ‘왕 노릇 한다’는 의미는 2:26-28에서 ‘만국을 다스리는 권세’와 ‘철장으로 다스리는 권세’ 혹은 ‘새벽별’과 같은 맥락에서 그리스도의 통치에 동참한다는 것이다. 계 2:26-28에서 만국을 다스리는 권세를 얻는다는 것은 미래에 이루어질 종말적 약속으로,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그리스도께서 획득하신 높은 위치를 허락하신다는 것이며, 그 높아진 위치의 모델은 바로 에덴동산에서의 아담과 하와이다.
11-12절
* 수 많은 천사들의 노래로, 이들은 어린 양을 예배하고 있다. 하나님 외에 어린 양을 찬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예수는 계시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이 말은, 예수 역시 하나님과 동등한 예배의 대상임을 의미한다.
13절
* 모든 만물들이 보좌에 앉으신 이와 어린 양을 찬양한다. 요한은 예수를 “하나님께 돌려져야 할 영광에 참여하시는 분”으로 여긴다.
* 이런 사건이 하늘에서 일어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하늘 위에와 땅 위에와 땅 아래와 바다 위에와 또 그 가운데 모든 만물’이 하나님과 어린양 예수님을 찬양하는 것은 천상적 관점에서 바라 본 하나님의 창조의 회복과 구속의 계획과 그것을 이루시는 어린양 예수의 죽으심에 대한 우주적 반응이 어떠함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이런 우주적 반응이 중요한 이유는, 책의 인을 떼시는 어린양의 구속 사건의 성취는 창조의 회복을 가져 오기 때문에 썩어짐에 복종하며 탄식하던 모든 피조물이(참조. 롬 8:22) 이제 그 모든 짐을 벗고 온전한 조화 가운데 존재할 수 있는 때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14절
* 네 생물은 ‘아멘’으로 화답한다. ‘아멘’의 용례는 다음과 같으며, 여기에서는 (1)에 해당한다.
(1) 다른 이들에 말에 동감한다는 응답(5:14; 22:20)
(2) 찬양을 맺을 때(1:6-7;7:12;19:4)
(3) 기도를 맺을 때(22:21)
(4) 예수(3:14)
* 네 생물과 이십사 장로, 수 많은 천사들, 모든 만물 가운데 가장 감격스럽게 전심과 열정을 다하여 예배를 드리는 무리는 누구겠는가? 그는 바로 이십사 장로, 즉 어린 양의 구속사역으로 구원 받은 교회공동체이다(참조. 누가복음 7장 40-43절). 이십사 장로들이 침묵하긴 하지만, 그들은 엎드려 경배한다. 네 생물은 ‘아멘’으로 동감을 표현할 따름이지만, 이십사 장로들은 엎드려 경배한다. 하나님이 베푸신 은혜를 경험한 이들이기에 새 노래를 부를 뿐 아니라(9절), 다른 무리들의 찬양으로 인해 주 앞에 엎드려 경배하게 된다(14절). 이런 경배는 대속의 은혜를 경험한 자만이 드릴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본문에서는 천상적이고 종말론적인 예배를 그리고 있음이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