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신학자가 되기로 결심한 이후 신학은 곧 나의 신앙 여정과 같다. 성경을 통해 기독교 신앙이란 무엇인가를 자문자답하는 과정에서, 현재는 요한복음 10장의 선한 목자 담론으로 박사 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고대 근동, 구약성경, 제2성전기 문헌, 신약성경 등을 읽다가 그리스-로마 문헌을 탐구하고 있다. 오랜 시간 성경에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 그리스-로마 문헌은 새로운 사고의 지평을 열어주고 있다. 내 연구 주제인 탓이겠지만, 구약성경, 제2성전기 문헌, 신약 성경을 읽으면 유대인들이 갈구하는 것은 결국 다윗과 같은 왕이다. 고대 이스라엘 역사에서 가장 찬란한 시대를 연 다윗처럼, 현시대에 이방 세력으로부터 구원을 이루고 독자적인 국가를 재건할 새로운 다윗을 갈망한다. 요한복음에서 유대인들의 이상은 이적을 행하는 메시아를 향한 기대마저 더해진다.

그리스-로마 문헌에 관해서는 불과 몇 작품을 읽었을 뿐이지만, 그것도 목자-양 유비와 관련해서, 고대 그리스인들의 문학적 상상력과 철학적 사고는 대단하다. 허구 인물로 간주하기도 하지만, 신화와 역사를 소설로 풀어낸 호메로스의 상상력과 문장력은 현대 문장가에 뒤지지 않는다. 또한 플라톤의 정치 철학은 시대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비범하다 못해 그와 견줄만한 인물을 딱히 찾을 수 없겠다 싶다.

극단적인 단순화일 수 있으나, 유대인들의 세계와 그리스-로마 세계에 대한 바울의 지적은 옳다.

고전 1:22 유대인은 표적을 구하고 헬라인은 지혜를 찾으나

유대인들의 사고는 대체로 다윗으로 상징되는 메시아의 등장에 매몰되어 있으며, 헬라인들은 인간의 지성을 강조하여 신에 의존하지 않는 세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이 시대에 예수의 십자가는 당혹스럽다.

23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전하니 유대인에게는 거리끼는 것이요 이방인에게는 미련한 것이로되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연구하는 나로서는 도무지 그 어떤 문헌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를 발견할 수 없다. 혹자는 이사야서의 고난받는 종을 말하고, 혹자는 그리스-로마 세계의 고상한 죽음에 관해 말하지만, 그 어느 것도 예수의 죽음과 유사성이 일부 있을 뿐, 기원이라고 단정할 만큼 유사하지는 않다. 나로서는 예수의 죽음과 부활은 유일하다는 결론이야말로 부정할 수 없다고 본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연구하다 보면, 결국 예수의 가르침에서 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바울은 다음과 같이 선포한다.

24 오직 부르심을 받은 자들에게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능력이요 하나님의 지혜니라
25 하나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지혜롭고 하나님의 약하심이 사람보다 강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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