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필자는 삭개오 이야기(눅 19:1-10)를 연구하여 다음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이 글에서는 연구 방향에 대해 간략하게 적어보도록 하겠다.

1. 삭개오는 과연 죄인인가?
2. 8절의 di,dwmiavpodi,dwmi는 습관적 현재인가 미래적 현재인가?
3. 예수께서 선포하신 구원의 의미는 무엇인가?


1. 삭개오는 과연 죄인인가?
삭개오는 세리장이고, 부자이다. 세리장이 부자라면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 세리는 로마 법에 따라 세금을 징수하는 사람들로 자신의 부 축적을 위해 정해진 세금 외에도 갖가지 명목으로 토색하곤 했으니, 삭개오가 세리장이고 부자라는 설명은 그가 실제로 어떠한 사람이든 상관 없이 부정적으로 인식되도록 한다. 로마 치하에서 세리장이라는 직분을 갖었고, 대부분의 세리들이 재산 증식을 위해 동족들을 탄압했으니,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있어 삭개오는 한국인들에게 친일파가 주는 인상과 비슷할 것이다. 이러한 인식 때문에 삭개오 이야기는 회심과 구원으로 해석된다. 삭개오는 죄인이며(7절), 예수께서는 잃어 버린 것을 찾아 구원하러 오셨기 때문이다(10절).

하지만, 이러한 견해가 단지 우리들의 선입견(혹은 편견)으로 인해 왜곡되어 버린 해석이라면? 이번에는 세리에 대한 일반적인 선입견을 버리고 삭개오가 어떻게 부자가 되었을지 생각해보도록 하자. 본문이 제공하는 정보(여리고, 세리장)에 따르면, 다음 세 가지 가능성을 유추할 수 있다.

1) 토색
2) 상납
3) 세금 수수료

대체로 토색을 생각한다. 세리는 탐욕자이며, 동족들의 재산을 착취한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요세푸스의 유대전쟁사에 따르면, 가이사랴의 세리였던 요한은 뇌물을 주고 회당에 들어가려고 한 플로루스를 유대 공동체의 지도자들과 함께 저지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분명 요한은 복음서에 기록된 세리들처럼 공동체로부터 배척 당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돈을 벌게 되자 더 이상 공동체에 기여할 수 없게 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기록은 중요한 정보를 준다. 로마 치하에서 세리라는 직업은 명예스럽진 않지만, 유대 공동체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부자가 되면 배척당한다는 점이 아주 중요하다. 세리들이 부자가 되면 자연스레 토색 행위로 돈을 모았다고 짐작하고, 율법에 의하면 토색 행위는 동족을 해치므로 공동체에서 배척당하게 된다. 문제는 정당하게 돈을 번 세리라도 동일한 취급을 당한다는 사실이다.
상납으로 부자가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삭개오는 세리장이었으므로, 여러 세리들로부터 상납을 받았다면 충분히 부자가 될 수 있다. 삭개오가 비록 토색행위를 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부하들은 상납을 위해 토색행위를 할 수 밖에 없다. 상납을 받았다는 건 그가 토색행위를 했든 않했든 암묵적으로 허용한다는 의미이다.
세금 수수료만으로 부자가 되었을 가능성이다. 많은 학자들이 놓치고 있지만, 여리고는 그 당시 3대 무역 도시였다. 이 사실이 중요한 이유는, 세금 수수료만으로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활발한 무역이 행해지는 도시인 여리고에서 세금 수수료만으로 부자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것도 삭개오는 세리장이 아닌가. 때문에 필자는 이러한 견해를 제시한다. 삭개오는 정당하게 돈을 벌어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 무리들이 그를 죄인이라고 한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요한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세리가 부자되었을 때는 토색을 했을 것이라는 편견 때문이다.

여기서 삭개오가 “만약 누군가의 것을 토색하였다면 네 배로 갚아주고 있습니다.”라고 말이 자신이 과거에 토색했음을 암시한다고 보는 견해에 대해 언급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삭개오의 조건은 자신의 행위을 암시적으로 시인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삭개오의 말은 문자 그대로 조건일 따름이다. 자신이 토색 행위에 대한 암묵적인 고백이 아니라 (다소 껄끄럽게 들리겠지만) 자신의 정당성을 표현하는 말이다. 즉 자신은 토색하지 않았다는 항변이다. 그렇다면 왜 네 배인가? 여기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필자는 다윗을 염두에 두었을 가능성으로 보고 있다(참조 삼하 12:6).


2. 8절의 di,dwmiavpodi,dwmi는 습관적 현재인가 미래적 현재인가?
이 문제는 통계로 접근해야 한다. 누가는 현재를 습관적 현재로 사용하는지, 미래적 현재로 사용하는지 통계를 내야 한다. 짐작하기로는 습관적 현재로 사용한다고 보고 있다. 사실, 미래적 현재로 해석하는 학자들 조차도 문자적으로는 습관적 현재로 본다. 다만, 해석의 어려움 때문에 미래적 현재로 번역할 따름이다. 삭개오의 행위를 규명하려면 통계로 접근하는 게 가장 확실하다.


3. 예수께서 선포하신 구원의 의미는 무엇인가?
예수께서는 삭개오를 구원하신다. 하지만, 여기서 구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민해보야 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듯이, 예수를 주라고 시인할 때 받는 구원을 의미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비록 이러한 해석이 지배적이긴 하지만, 여기에서 구원은 공동체로의 복귀를 의미할 가능성이 있다. 이스라엘에서 죄인들은 공동체에서 배척 당했다. 율법에 의해 병든 자, 창녀, 세리 등이  죄인으로 정죄했는데, 이는 매우 극심한 형벌이다. 삭개오는 유대인이지만, 세리장이라는 직업 때문에 죄인으로 분류되고 공동체에서 추방되었다.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부자가 된 세리이기 때문에.


필자가 제시한 견해에 따르면, 삭개오는 의인이다. 그는 정당하게 부자가 되었다. 또한, 다윗의 사례를 언급할 만큼 구약에 대해서도 해박하다. 하지만, 그 당시 편견으로 인해 죄인으로 취급 받았다. 예수께서는 부당하게 취급 받고 있는 삭개오를 회복시켜주신다. 죄인라고 멸시 받고 공동체에서 추방 당한 삭개오를 회복시켜 주신다.

문제는 이러한 견해를 뒷받침할 근거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치밀하게 설득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자료들을 읽으면서, 많은 학자들이 전통적인 해석에 손을 들어준 이유를 알듯 싶다. 편견도 문제지만, 본문 자체가 서로 엇갈리는 해석을 가져오기 때문에 삭개오의 정체를 명확하게 규명하기 쉽지 않기에, 좀더 그럴듯한 결론에 도달하도록 해석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그럴듯한 해석이 아니라 본문이 의도한 해석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앞으로 쉽진 않겠지만, 열심을 다해 준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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