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스케일링과 죄

성찰 2015. 7. 1. 03:06

어제 난생 처음 스케일링을 했다. 6월말까지 의료보험으로 저렴하게 할 수 있다는 신문기사에 혹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간 치과라 엑스레이를 찍은 후 스케일링을 받기 시작했다. 눈은 가려졌고 벌린 입안으로 금속물질이 들어가 치석을 제거하는데 살짝 겁이 났다. (치과의 경험은 다들 똑같은 걸로 알고 있으니 부끄럽지 않다.) 스케일링이 원래 아픈건지 모르겠지만, 치아와 치아 사이를 계속 쑤시고 잇몸과 계속 부딪혀서 도중에 '그만할께요'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랫 쪽을 한 후 잠시 쉬어 가는데, 간호사 분이 좀 힘드셨는지 치석이 많다고, 양치질을 제대로 하고 있냐고 묻었다. 하루에 최소 두 번씩 꼬박꼬박하고 혀크리너로 설태제거까지 하고 있는데, 이런 질문은 좀 무례하게 느껴지지만, 오쭉 힘들면 이런 질문을 하다 싶었다. 스케일링을 마치고 의사의 진료를 통해서 충치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되었고, 결제할 때 5년만에 치과에 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또한 대체로 양치질을 제대로 안 한다는 위로(?)로 들었다.

우리는 자신이 나름 규범대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이런 생각에서 예외이지 않다. 법 없이 살 정도는 아니지만, 예의 바르게 모범적으로 살고 있다고 착각하며 산다. 하지만, 그건 나의 기준이다. 혹은 타인의 기준이다. 하나님 보시기에 나는 여전히 허물이 가득한 인간이다. 양치질을 하고 설태제거까지 해도 내 눈에만 보이지 않을 뿐 치석이 구석구석에 존재하듯이, 죄 역시 나도 모르게 나의 삶을 뒤덮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날마다 하나님께 나아가야 한다. 하나님께서 정죄하시는 분이 아니시라 우릴 정결케 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우리가 모르는 죄까지 제거해주시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는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있는 모습 그대로 내어드려야 한다. 마치 내 눈이 가리워져도 의사가 제대로 진료를 해줄 것을 믿는 것처럼.

'성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로기 신학과 성전  (0) 2016.06.02
디트리히 본히퍼의 삶, 『전율의 잔』  (0) 2015.07.04
주해자의 책무  (0) 2015.06.25
표절과 성서신학  (0) 2015.06.25
모기장 작업  (0) 2015.06.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