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구약학과 제2성전기의 중요성]


최근 신약학계의 경향은 신약학자들에게 구약과 제2성전기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고 있다. 보다 정확한 본문해석을 위해서는 배경연구가 선행되어야 하므로 이러한 추세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특히 학생의 입장에서 겪고 있는 나의 문제는, 배경연구를 위해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연구범위로 삼은 구절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데, 배경연구에 소홀할 수는 없으니 자료조사에 쏟아붓는 시간이 정말 어마어마하다. 이 과정에 많은 시간을 들이기 때문에 정작 내 논리를 세우고 글로 일목정연하게 정리하는데 있어 시간의 압박을 느낀다.


나는 학생이라 연구의 질 보다는 학점이 더 중요한데, 이럴 때마다 적당히 할 줄 모르는 무식할 정도의 근면함과 하나에 꽂히면 끝장을 봐야 하는 속이 후련한 승부욕(?) 때문에, 학습량과 비례하지 않는 성적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나는 신약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할 생각이지만, 구약학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최근 신약학계의 경향 덕분이기도 하고, 한때 구약학을 전공할 생각을 갖고 있었던 시절의 영향이기도 하다.


현 학계에서 배경연구를 중요시하는 만큼, 그리고 신약의 구약사용이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그 어느 시대보다 구약학과 제2성전기가 중요해지고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 분야에 관련되어 있는 분들에게 자신들의 연구에 빚을 져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달고 부탁하고 싶다. 때로는 구약본문의 해석부터 판을 새로 짜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입장에서 진심으로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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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저자들의 구약인용에 대한 위험한 전제]


성경암송의 중요성을 예전 만큼 강조하지 않는 시대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특정 성경 구절을 읊으면 바로 맞추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특정 본문을 읽을 때 해당 구절과 유사한 본문들을 기억해내는 사람들도 있다.


유대인들은 성경암송에 능통한 사람들이다. 보통 성년이 되면, 우리는 구약성경이라고 지칭하고, 그들은 히브리 성경이라고 부르는 책 전체를 머릿 속에 통째로 저장하게 된다.


오늘날 신약의 구약사용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신약학자들은 신약 저자가 어떤 구약성경 구절을 인용했을지 밝히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추세이다.


문제는 연구자 자신에게 익숙한 구절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근본적인 제약에 있다. 그리고 여러 해석적 가능성 중에서 가장 근접한 언어적 유사성과 신학적 유사성을 결정하는 순간에 작용하는 기존 연구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요한계시록의 목자 모티프>에서 요한계시록 7:9-17이 칠십인역 에스겔 34:23와 이사야 49:10의 영향이 컸다는 대다수의 견해와 달리 나는 스가랴 14장과의 연관성이 더 긴밀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논문을 지도해주신 김경식 교수님의 격려로 일관성 있는 논리를 이끌어 내는데 집중할 수 있었지만, 결과물을 내놓기까지 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했다. 논문심사를 맡아주신 3분의 교수님들의 매서운 질문에 40여분 동안 방어해야 하는 고충은 덤이었다.


지금 요한복음 과제물을 진행하면서 동일한 문제에 봉착했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요한복음 7:38("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리라 하시니")이 에스겔 47장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지만, 나는 스가랴 14:8의 영향이 더 크다고 생각된다. 더 나아가 스가랴 14장의 배경 아래 놓았을 때 요한복음 19:34의 의미도 명확해진다. 이 부분은 다음 연구주제로 삼을 예정이다.


내 관점은 좀 더 치밀한 검증을 거쳐야겠으나, 신약학자들이 신약 저자들의 사용한 구약본문을 결정할 때 작용하는 오류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부디 구약인용을 결정할 때에는 해당 본문에 대한 치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것이 신약학자가 짊어진 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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