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Fulvia de Luise, “L’età dell’oro e il rovesciamento del mito del buon governo nel Politico di Platone. Una lezione sull’uso dei modelli,” Plato Journal 20 (2020): 21–37.

윗글은 이탈리아어로 작성되었다. 영문 제목은 "The Golden Age and the Reversal of the Myth of Good Government in Plato’s Statesman: A Lesson on the Use of Models"이고, 한국어로는 "플라톤의 정치가에 나타난 황금시대와 좋은 정부 신화의 전복: 모델 사용의 교훈" 정도가 되겠다. 이 논문의 개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글의 목적이 논문 요약이 아니라서 축약도는 떨어진다. 

저자는 크로노스 신화의 시대를 '황금기'(the golden age)에 비유한다. 그녀의 해석에 의하면, 호메로스의 왕권-목축 사회(kingship-pastoralism)은 구시대 제도(an archaic scheme)이며, 크로노스 신화의 신성한 목자 (divine shepherd)와 달리 현재는 인간이 이성을 사용해야 하는 시대이다. 신화는 시대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드러내는 기교이다.

저자가 지적하듯이 훌륭한 국정운영(good governance)은 목양 기술(the art of shepherding)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그녀는 『국가론』의 철학자에 대한 논의하며, 『정치가』에서는 철학자에 대한 논의가 없다고 지적한다. 그녀는 크로노스 신화가 헤시오도스 신화, 즉 『신들의 계보』 혹은 『신통기』와 비교되며, 플라톤의 독자적인 시각을 담고 있다고 해석한다. 그녀의 해석에 의하면, 『정치가』에 진술된 신화 갱신은 헤시오도스의 사관(역사는 쇠퇴하는 방향으로 흐른다)과 플라톤의 사관(인류는 진보한다)의 대조를 보여준다. 기술은 신성한 재능 (divine gifts)이다. 

정치인은 신이 아니며 목자가 아니다. 왕과 정치가를 목자로 인식하는 중대한 오류가 있다. 왕과 정치가는 목자가 아니다. 오늘날 시민은 신화를 현실 정치에 적용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국정운영은 목자의 먹임이 아닌 양육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양육자(caretaker)를 신화처럼 목자로 보면 폭군이 등장하게 된다.

그녀는 『국가론』과 『법률』를 토대로 『정치가』를 보면 크로노스 시대의 종말은 곧 신성한 목자 시대의 종말을 뜻한다고 해석한다. 그녀는 패러다임 사용의 이점과 한계를 지적한다. 신화는 신성한 목자 모형에서 정치권력으로 이동한 현실을 반영한다. 

정치학의 패러다임은 직조(weaving)이다. 『정치가』는 정치학의 예술/기술에 집중해서 다룬다. 왕의 존재는 무의미하다.

질서정연한 체계에는 자율성이 요구된다. 오늘날 필요한 국정 운영 모형은 목자 모형이 아니라 기술 모형이다.

황금시대의 신성한 목자 신화는 부정성과 긍정성을 둘 다 갖고 있다. 부정적인 효과는 "왕족" 남성에 대해로 정치가를 명령의 위치에 있는 신의 위치로 올려놓게 된다.  긍정적인 효과는 무리의 이익을 지향하는 "돌봄"의 모형을 제시한다.

국정 운영은 기술적이며, 비신화적 요소의 쇠퇴를 요구한다. 시민의 신뢰와 협력이 요구된다. 시민은 신성한 목자의 인도에 기대어 자신의 의무를 무의식적으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 논문은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플라톤이 신화를 사용한 목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는 저자의 본문 이해와 주장에 대부분 동의하지만, 몇 가지는 재고할 지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신성한 목자 모형에 관한 견해이다. 저자는 제족에 '전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학계의 대세를 따르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진술을 따라가 보면 과연 '전복'이란 단어가 적합한지 의아하다. 후반부에 신성한 목자 신화의 양면성을 지적하면서, 목자 모형의 긍정적인 측면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 내가 볼 때, 플라톤의 정치가에서 행인(the stranger)과 젊은 소크라테스가 대화를 통해 의견을 조정하는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 내 해석에 의하면, 플라톤은 신성한 목자에 관한 시민의 인식을 '전복'하지 않고, 교정 혹은 재정립하고 있다. 가령, 플라톤은 목자에게서 돌봄의 기술(the art of caring)을 토대로 정치가의 덕목을 유추해 낸다. 내가 볼 때, 저자는 이런 흐름을 인식하고 있지만 플라톤이 목자 모형이 '전복'된다는 주장으로 결론을 맺는 이상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또한, 그녀의 의도대로 플라톤이 패러다임을 사용하는 이유와 그 한계를 고려해야 한다. 플라톤이 목자 모형에서 직조 모형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례가 덧붙여지는데, 그 이유는 단일 모형으로는 이상적인 정치가의 덕목을 진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신성한 목자 모형을 재인식해야 하는 필요성이 대두된 플라톤 시대의 정치 상황에 대한 인식이다. 플라톤은 생전에 왕정(Monarchy)이 아닌 공화정(Republic)을 전제하고 있다. 플라톤이 왕의 무용론을 주장하고 정치가의 덕목에 집중하는 이유는 크로노스 신화와 같은 왕정 국가의 왕권 사상은 과거이며, 그의 현재는 공화정 체제에서 다수의 정치가가 활동하는 시대에 이상적인 국정 운영을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라톤은 상적인 정치가의 덕목을 진술하면서 시민의 역할도 강조한다. 이러한 국가 체제와 정치 기술의 변화에 따른 국정 운영 기술의 변화는 마땅히 시민의 과제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군데군데 『정치가』 내부가 아닌 『국가론』과 『법률』에서 논증을 가져온다. 내가 볼 때 플라톤의 저작이라 하더라도 필수적인 논증에 도움이 되는 활용은 아니다. 달리 말해  정치가의 논리로 서술할 수 있으며 내부적으로 불필요한 논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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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에 앞서 내 관심사는 목장-양 비유이며, 플라톤의 『정치가』에서는 신적 목자(divine shepherd)와 관련된 부분에 해당하므로,  이 글에서 다룰 저작의 저자가 주목한 정치가의 역할은 최소한으로 다룬다.

Jeffrey J. Fisher는 자신의 글에서 아래와 같이 주장한다. 자세한 내용은 Jeffrey J. Fisher, “Statecraft and Self-Government: On the Task of the Statesman in Plato’s Statesman,” Ergo: An Open Access Journal of Philosophy 9/27 (2022): 702–726를 보라.

과거 크로노스의 시대는 신적 목자의 시대였으며,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목자를 따르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제우스의 시대이며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자급자족의 시대를 살아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여전히 정치가를 신적 목자로 간주하기 때문에 정치가들이 실패하고 있다. 인간은 무기력한 양이 아니라 이성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크로노스 신화의 결론은 우리가 정치 지도자들을 마치 목자처럼 대하는 것이 실수라고 폭로한다. 정치가를 목자로 간주하는 사고는 고대 그리스의 정치 사고였으며, 특히 호메로스의 저작에서 "shepherd of the people"이란 문구가 그 예이다. 신화를 우주를 모방하므로, 오늘 우리는 지금의 우주를 모방해야 한다. 즉, 크로노스 신화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 이어 정치가는 법 제정을 통해 시민이 하나가 되어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나는 그의 논리에 상당 부분 동의하지만, 최소 두 가지는 동의할 수 없다. 첫 번째는 과연 플라톤이 목자 모형의 무용론을 주장했는가이고, 두 번째는 폭군에 대한 간과이다.

1. 플라톤이 목자 모형의 무용론을 주장했는가?
앞으로 내가 몇 번 더 플라톤의 『정치가』를 정독해야겠으나, 현 내 이해에 의하면 플라톤은 목자 모형의 무용론을 주장하지 않는다. 플라톤은 목자 모형의 한계를 주장하며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행인은 목자의 역할에서 '먹임'(feeding)이 아니라 '돌봄'(care)에 주목해야 하며, 따라서 신적 목자가 아닌 인간 돌보미(human caretatker)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크로노스 신화에서 드러나듯이 플라톤은 신적 목자를 긍정한다. 다만 시대적 변화에 따라 신적 목자의 한계를 이상적인 정치가로 보완해야 할 뿐이다.

2. 두 번째는 폭군에 대한 간과 
저자는 정치의 실패가 시민이 정치가를 신적 목자로 간주하는 현상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저자는 폭군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정치가의 권력 남용이나 통치자의 한계를 지적하지만, 플라톤이 언급한 폭군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저자는 결론부에서 페리클레스(Pericles)를 언급해 『정치가』 이외의 외부 사료를 통해 실사례를 제공한다. 내가 볼 때, 폭군은 목자 모형을 넘어서 이상적인 정치가를 논의하는 주요한 동기이다. 폭군에 대한 논의 없이는 플라톤의 논의를 적절하게 설명할 수 없다. 크로노스와 제우스의 대비와 목자와 폭군의 대비는 플라톤의 논리 전개에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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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silis Politis는 자신의 글에서 새로운 번역을 제시하여 플라톤은 정치가에게 목자 모형이 적합하지 않았다는 선행연구에 반박한다 (자세한 내용은 “Plato, Statesman 275D8–E1, “ The Classical Quarterly (2021) 71.2 575–581를 보라). 그러나 내가 보기에 Politis는 플라톤이 목자 모형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이해하기로는, 플라톤은 목자 모형을 긍정하지만, 그 모형이 갖고 있는 한계를 지적하며 자신의 견해를 개진한다. 플라톤은 목자의 역할에서 양 떼를 '먹임'(feeding)이 아닌 '돌봄'(care)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돌봄의 기술은 '강제성'(compulsory)과 '자발성'(voluntary)으로 나뉘며, 왕과 정치가는 마땅히 자발성으로 자신의 의무를 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폭군은 목자 모형에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플라톤은 왕을 미화하여 목자 모형을 긍정적으로 그리는 관례에 의문을 제기한다. 결국 플라톤은 이러한 현실적 괴리에서 정치가에게 목자 모형을 적용해야 하는지 의문을 품는다.

이와 비슷한 사고가 신화에 대한 진술에서 발견된다. 신적 목자(divine shepherd)는 이상적인 신으로서 세상을 통치한다. 그러나 인간 세계에 무관심한 신들의 등장으로 인해 인간계가 어지러워졌다. 플라톤은 인간을 방관하는 신에 대해서는 냉소적이지만, 신적 목자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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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온 크리소스토모스의 연설문에서 왕과 연관된 목자는 총 네 번 등장한다.

1. 용례

1) 왕권에 관한 첫 번째 담화

호메로스를 비롯한 수많은 인물이 사유했던 왕의 이상이 존재했다. 디온은 호메로스를 따라 이상적인 왕을 기술한다. 목자를 지칭하는 표현은 '백성의 목자'(Shepherd of the people)이다.

2) 왕권에 관한 두 번째 담화

이 담화는 산드로스와 그의 아버지 필리포스 2세 사이의 대화를 담고 있다. 필리포스는 알렉산드로스가 다양한 시인의 저작을 읽기를 권하지만, 알렉산드로스는 호메로스의 저작을 추앙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알렉산드로스에게 왕을 위한 시는 오직 호메로스의 저작뿐이다.

3) 왕권에 관한 세 번째 담화

소크라테스는 왕의 자질을 선한 목자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4) 왕권에 관한 네 번째 담화

네 번째 사례는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에 심취한 알렉산드로스에게 호메로스의 또 다른 작품 미노스에 대해 질문하고 답하는 내용에서 나타난다. 여기에서 이상적인 왕은 호메로스의 '백성의 목자'(Shepherd of the people)에 기반하고 있다.


2. 디온 크리소스토모스의 목자 은유
디온은 호메로스의 '백성의 목자'(Shepherd of the people)를 충실히 따른다. 네 번의 용례 중 두 차례나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연결하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답변은 이상적인 왕에 관한 철학적 권위를 더해주는 역할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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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헹겔는 대리 속죄의 입장을 갖고 있다고 보인다. 그는 "Ⅱ. 예수의 죽으심의 구원론적 해석의 기원"에서 유대 문헌과 그리스-로마 문헌과 이질적인 예수의 죽음에 대한 구원론적 해석이 예수의 부활과 그에 관한 증언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가 부록으로 "증인으로서의 막달라 마리아와 여인들"을 추가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톰 라이트는 십자가에서 출발해 속죄를 넘어서는 총괄적인 기능을 강조한다. 대리 속죄의 개념을 긍정하지만, 이 단어를 즐겨 사용하지는 않는다. 내 짐작에 라이트는 십자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종말론적 의미를 포괄하는 작업에 관심이 두고 있다고 여겨진다.

::관련 도서
신약성서의 속죄론 / 마르틴 헹겔 / 대한기독교서회
혁명의 십자가 대속의 십자가 - 예수의 죽음은 무엇을 성취했는가 / N. T. 라이트, 사이먼 개더콜, 로버트 스튜어트 / I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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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차 선별한 14명 중에서 비유 사용 여부(앞서 자료 선정 기준은 저자와 시대, 비유, 발생빈도, 중요도로 꼽았다)로 선별하니 4명이 남았다. 더 줄이면 비교군이 좁아져서 다른 기준은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최종 4인의 이름은 호메로스 (Homer, BC 700?), 플라톤 (Plato, BC 427-347), 디온 크리소스토모스 (Dio Chrysostom, AD 40-115), 플루타르코스 (Plutarch, AD 46-120)이다.

호메로스는 유럽 문학 최고 최대의 서사시로 꼽히는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저자이다. 이 두 작품은 꽤 많은 목자-양 비유를 사용하고 있다.

플라톤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로 그의 『국가』에서 지도자의 덕목에 관한 담론에서 목자-양 비유를 사용한다. 이 작품 이외 몇 가지 저작이 추가될 예정이다.

디온 크리소스토모스는 그리스의 변론가이자 통속철학 강연가로, 그의 별칭인 크리소스토모스가 그리스어로 '황금의 입'을 의미할 만큼 뛰어난 연설가였다. 그의 『담화론』(Discourses)에서 목자-양 비유를 사용해 왕권을 다룬다.

플루타르코스는 고대 로마의 철학자이자 저술가로 그리스인이다. 그의 『모랄리아』 (Moralia)는 수필 모음집으로, 몇몇 단편이 목자-양 비유를 사용하였다.

디온 크리소스토모스의 저작을 제외한 세 인물의 대표 저작은 한국어로 번역이 되어 있다. 나는 당분간 그리스-로마 문헌을 다루면서 문학과 철학을 익힐 시간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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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 문헌에서 '목자'라는 단어를 사용한 작품 중 기원후 100년 이전에 출판된 작품을 중심으로 선별한 결과 총 14명이 일차 기준에 부합한다. 문학적 기법이 아니거나 발생 빈도가 적은 경우 임의로 제외하였다. 이제 더 엄격한 기준으로 연구 범위에 포함할 자료들을 걸러야 한다.

기준 1. 저자와 시대
저자의 생애와 작품 발표 시기가 요한복음 최종 편집 시기 이전이어야 한다. 후대 인물이라도 작품이 역사 기록일 경우 부합한 자료로 선정.

기준 2. 비유
연구 목적에 부합하게 목자-양 비유를 사용한 본문이어야 한다.

기준 3. 발생빈도
되도록 비유를 많이 사용한 작품이어야 한다.

기준 4. 중요도
저자와 작품이 그리스-로마 역사에 미친 영향력을 감안한다. 한편 내 연구에 미칠 영향력을 감안한다.

이미 호메로스와 플라톤으로 위 기준들을 충족해서, 이 두 인물의 저작만으로 연구해도 상당한 기여가 되겠지만, 연구의 의도에 부합하도록 시대별 주요 저자를 선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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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의 최종 완성 시기를 고려하면, 연구 범위에 가까스로 포함될 수 있는 인물.


플루타르코스 [Plutarchos]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039095&cid=51609&categoryId=5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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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 문헌 중 목자-양 비유를 가장 잘 활용한 작품 중 하나는 소설 『황금 당나귀』 (The Golden Ass)로 알려진 아풀레이우스의 『변형담』 (Metamorphoses)으로 보인다.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 [Lucius Apulei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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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담 [Metamorphoses , 變形譚]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164345&ref=y&cid=40942&categoryId=33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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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정치철학자로 그의 작품 『Oedipus Tyrannus』에서 목자를 통해 지도자의 덕목을 다룬다.

소포클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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