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10년 전만하더라도 신학계의 다작가(多作家)하면 역사신학의 알리스터 맥그래스를 따라올 자가 없었다. 전공분야에서 <루터의 십자가 신학>, <종교개혁사상>, <신학의 역사> 등과 같은 굵직한 저작들을 내놓았고, 지성 없는 기독교에 대한 반성을 일으킨 <복음주의와 기독교적 지성>과 같은 책을 쓰기도 했다. 지금도 여전히 C. S. 루이스의 전기와 소설 <에이딘 연대기> 등 다양한 글쓰기를 하고 있으나 예전만큼 주목을 받지는 못한듯 싶다. 어쩌면 나의 관심사가 바뀐 탓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가 다루는 주제가 너무 광범위해진 탓일지도 모르겠다. 분명한건 리처드 도킨스와의 논쟁 이후로 점차 그의 인기가 시들었지 않나 싶다.

최근엔 신약학의 톰 라이트가 대세다. '바울의 새 관점'으로 학계와 교계에서 격한 칭의 논쟁이 펼쳐지도록 기여했고, 지금도 진행중인 <기독교의 기원과 하나님에 관한 질문> 시리즈는 신학연구의 보고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에브리원> 주석시리즈는 평신도들이 쉽게 성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자료로 쓰이고 있다. 그외 다양한 저작들이 쏟아지고 있으나, 맥그래스처럼 너무나 광범위하진 않아서 다행이라면 다행.

예전부터 궁금했던 건, 구약학의 존 골딩게이는 왜 주목을 받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방금 검색해보니 그 많은 저서 가운데 번역된 건 총 네 권(<구약해석의 접근 방법>, <구약의 권위와 신학적 다양성>, <선악과 이후>, WBC <다니엘>)밖에 되지 않는다. 톰 라이트의 <에브리원> 신약주석은 번역되어 나오는데, 존 골딩게이의 <에브리원> 구약주석은 안 나온다. 분명 영미권에서는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는 구약학자로 다작들을 써내는데, 한국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구약 자료들을 인용하려고 찾아보면, 꼭 한번은 마주하게 되는데 말이다. 맥그래스와 라이트와 비교하여 학문적 역량이나 다작에서 밀리지는 않는데, 한국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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