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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비극이다. 원대한 꿈을 성취하기 위해 혹은 안정과 안락을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 하루의 수고를 온전히 바쳐야 하는 사람들에게 가난은 그 자체로 비극이다. 가난은 인생의 가치를 생존을 위한 노동으로 한정지으며 인간의 인간다움을 포기하도록 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위대한 예술작품들은 가난을 통해 잉태되었다. 실제로 수많은 예술가들이 창조적 고통만이 아니라 배고픔에도 몸서리 쳐야 했다. 창조적 열병이 예술가의 혼을 뒤흔들기도 하지만, 자신의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예술적 재능을 불사르기도 했다. 그러므로 가난은 창조적 예술이 꽃피도록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포로시대는 이스라엘의 비극이다. 하나님의 언약으로 이스라엘이라는 신앙공동체를 이루고 다윗과 솔로몬의 통치로 황금기를 구가했던 이 민족에게 바벨론과의 전쟁은 치욕스러운 패배를 안겨주었고 그 결과 유대민족의 집단이주 즉 '디아스포라'라는 비극을 낳았다. 이방민족과의 전쟁에서 진 대가는 땅의 상실과 민족의 분열이었다. 이스라엘 민족에게 땅은 터전 그 이상이다. 이들에게 땅은 아브라함과 하나님 사이의 언약이 성취되었다는 의미이므로, 땅의 상실은 하나님의 언약이 무효가 되었다는 의미가 된다. 또한 집단이주 역시 언약이 무효가 되었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므로 유대민족에게 전쟁의 패배는 삶의 터전의 상실과 민족의 분열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제 하나님께서 맺으신 언약이 파기되어싿. 이스라엘에게 베푸신 은혜가 거두어졌다. 선택 받은 민족인 이들에게 너무나 가혹한 처벌이었다.
  전쟁의 패배가 갖는 의미를 생각한다면 유대민족은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버려야 했다. 이스라엘을 부르시고 세우신 하나님께서 자신들을 버렸으므로, 그들 역시 자신들의 신앙을 버려야 마땅했다. 하지만 유대민족은 야훼 신앙을 저버리지 않는다. 물론 초기에는 곧 이스라엘 땅으로 돌아가리라고 생각했기에 희망을 저버리지 않았었다. 하지만 포로시대가 장기화되면서, 그들은 점차 절망에 사로잡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을 버린 하나님을 등지고 바벨론의 신을 섬긴게 아니라 여전히 하나님을 찾았다. 더 나아가 역경과 고난 가운데에서 하나님에 대해 더욱 깊이 알게 되었고, 그 분의 뜻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언약파기라는 배신감에 신앙을 저버릴 수밖에 없었겠지만, 오히려 포로생활을 통해 하나님에 대한 성창을 더욱 깊이 할 수 있었고 삶 가운데 역사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체험을 바탕으로 기존의 신앙과 신학이 재정립한 시간이 되었다. 실제로 이 기간 동안 현재 구약성경의 대부분이 기록되고 편집되었다. 따라서 성서학적 관점에서 보면, 포로시대는 구약성서학의 황금기라 할 만하다. 이스라엘 민족의 최대 위기라고 할 만한 상황에서 하나님에 대한 진정한 깨달음과 그 분의 말씀이 담겨 있으니, 실로 놀라운 일이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포로시대의 이스라엘을 연구한 결과물이다. 성경을 비롯한 고대근동자료들을 바탕으로 포로시대의 이스라엘을 규명하고자 했다. 비록 읽기 어렵고 여전히 연구해야 할 주제들이 많이 남아 있지만, 포로시대의 이스라엘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또한 개인의 신앙과 신학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포로시대는 구약과 신약의 연결고리이므로 이 시대를 이해해야 성경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으므로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데, 앞으로도 나의 신학여정에서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업데이트 2010.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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