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사무엘상 1:1-2:26에서 '매년제'(the annual sacrifice)의 정체에 관한 글 중에서 초막절의 참여 대상에 대한 상반된 견해가 있다. 하나의 진영은 남자만 그 절기를 지켰다는 견해이고, 또 다른 진영은 여성도 참여했다는 견해이다. 난 이미 초막절의 역사와 관련해 구약과 제2성전기 문헌까지 유대 문헌에 대한 분석을 마치고 초안을 완성한 상황이다. 여기에서는 모세오경에 나타난 모세의 명령을 위주로 살펴본다.

첫 번째로, 초막절은 남자만 지켰다는 견해를 살펴보자. 이 견해를 지지하는 여러 학자들이 있겠으나, 여기에서는 Menahem Haran의 글을 위주로 다룬다. 내가 참고한 글은 Menahem Haran, “Zebah Hayyamim,” VT 19 (1969) 11–22이다.  

Haran은 초막절을 남자만 지키는 절기라는 근거 구절로 출애굽기 23:17과 34:23을 제시한다.

출 23:17 네 모든 남자는 매년 세 번씩 주 여호와께 보일지니라
출 34:23 너희의 모든 남자는 매년 세 번씩 주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 앞에 보일지라


하지만, 모세의 절기 준수 명령에 관한 다른 구절은 참여 대상을 남자로 제한하지 않는다. 그 근거 구절로는 레위기 23:2, 44와 민수기 29:40, 그리고 신명기 31:9-13을 제시할 수 있다.

먼저, 레위길 23:2, 44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여호와의 절기를 명령하고 있다. 여기서 이스라엘 자손이 남자로 한정될 리 없다.

레 23:2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여 이르라 이것이 나의 절기들이니 너희가 성회로 공포할 여호와의 절기들이니라
레 23:44 모세는 이와 같이 여호와의 절기를 이스라엘 자손에게 공포하였더라


다음 민수기 29:40에도 여호와의 명령이 이스라엘 자손에게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서도 이스라엘 자손이 남자로 한정될 리 없다.

민 29:40 모세가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모든 일을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니라


가장 명확한 근거는 신명기 31:9-13을 꼽을 수 있다. 모세는 면제년의 초막절에 대한 명령을 추가하는데, 율법을 듣는 대상은 '온 이스라엘'이다 (11절). 이어서 '온 이스라엘'의 범위를 적시하고 있다 (12-13절). 백성의 남녀와 어린이는 물론이고 이스라엘 성읍 안에 거주하는 타국인과 그의 자녀들까지 율법을 지켜 행해야 한다.

신 31:9 또 모세가 이 율법을 써서 여호와의 언약궤를 메는 레위 자손 제사장들과 이스라엘 모든 장로에게 주고
10 모세가 그들에게 명령하여 이르기를 매 칠 년 끝 해 곧 면제년의 초막절에 
11 온 이스라엘이 네 하나님 여호와 앞 그가 택하신 곳에 모일 때에 이 율법을 낭독하여 온 이스라엘에게 듣게 할지니
12 곧 백성의 남녀와 어린이와 네 성읍 안에 거류하는 타국인을 모으고 그들에게 듣고 배우고 네 하나님 여호와를 경외하며 이 율법의 모든 말씀을 지켜 행하게 하고
13 또 너희가 요단을 건너가서 차지할 땅에 거주할 동안에 이 말씀을 알지 못하는 그들의 자녀에게 듣고 네 하나님 여호와 경외하기를 배우게 할지니라 


모세오경에서 출애굽기 23:17과 34:23을 제외한 나머지 구절은 모두 이스라엘 자손을 준수 대상으로 명령하고 있다. 따라서 출애굽기를 근거로 초막절이 남자가 준수하는 절기라고 주장할 수 없다.

반대로 Susan Ackerman는 여성이 참여할 수 있는 절기라는 이유로 엘가나와 그의 가족이 드렸던 매년제가 초막절이라고 주장한다. 내가 참고한 저작은 Susan Ackerman, Women and the Religion of Ancient Israel, AYBRL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2022)이다.

초막절의 다른 특징은 '즐거움'이다.

레 23:30 첫 날에는 너희가 아름다운 나무 실과와 종려나무 가지와 무성한 나무 가지와 시내 버들을 취하여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 앞에서 이레 동안 즐거워할 것이라


사사기 21:19-23에서 '춤추는 여자'(21, 23절)는 초막절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초막절만이 여성이 참여할 수 있는 절기이며 즐거움을 수반한 절기라고 주장할 수 없다. 그 이유는 3대 연례 절기를 명령하는 본문 중 하나인 신명기 16장에 나타난다.

신명기 16장에서 유월절은 출애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유월절 사건을 기억하는 절기인데, 이날의 특징 중 하나는 '고난'이라 할 수 있다 (참조. 3절)

신 16:3 유교병을 그것과 함께 먹지 말고 이레 동안은 무교병 곧 고난의 떡을 그것과 함께 먹으라 이는 네가 애굽 땅에서 급히 나왔음이니 이같이 행하여 네 평생에 항상 네가 애굽 땅에서 나온 날을 기억할 것이니라


유월절과 달리 칠칠절과 초막절은 즐거움을 명령하는 절기이다.

먼저 칠칠절에 관한 명령은 아래와 같다. 여기서 칠칠절에 참여하는 대상에 너 (아마도 남자)와 네 자녀, 노비, 레위인, 객과 고아와 과부까지 포함된다 (11절).

신 16:10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 칠칠절을 지키되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복을 주신 대로 네 힘을 헤아려 자원하는 예물을 드리고
11 너와 네 자녀와 노비와 네 성중에 있는 레위인과 및 너희 중에 있는 객과 고아와 과부가 함께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자기의 이름을 두시려고 택하신 곳에서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서 즐거워할지니라
12 너는 애굽에서 종 되었던 것을 기억하고 이 규례를 지켜 행할지니라


다음 초막절에 관한 명령은 아래와 같다. 여기서 초막절에 참여하는 대상 역시 칠칠절과 마찬가지로 너 (아마도 남자)와 네 자녀, 노비, 레위인, 객과 고아와 과부까지 포함된다 (14절).

13 너희 타작 마당과 포도주 틀의 소출을 거두어 들인 후에 이레 동안 초막절을 지킬 것이요
14 절기를 지킬 때에는 너와 네 자녀와 노비와 네 성중에 거주하는 레위인과 객과 고아와 과부가 함께 즐거워하되
15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택하신 곳에서 너는 이레 동안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서 절기를 지키고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 모든 소출과 네 손으로 행한 모든 일에 복 주실 것이니 너는 온전히 즐거워할지니라 


이어 두 구절은 연례 절기의 참여 대상을 '너희 가운데 모든 남자'로 명령한다 (16절), 그러나 앞서 살펴본 대로, 남자 이외에 참여 대상이 있으므로, 남자의 책임 아래 각 가정과 주변 이웃을 참여 대상으로 명령하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

16 너의 가운데 모든 남자는 일 년에 세 번 곧 무교절과 칠칠절과 초막절에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택하신 곳에서 여호와를 뵈옵되 빈손으로 여호와를 뵈옵지 말고
17 각 사람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주신 복을 따라 그 힘대로 드릴지니라 


따라서 초막절만이 여성이 참여할 수 있는 절기이며 즐거움을 수반한 절기라고 주장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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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기 21:19-23에서 내 관심사는 19절에 언급된 '여호와의 명절'의 정체이다.

19 또 이르되 보라 벧엘 북쪽 르보나 남쪽 벧엘에서 세겜으로 올라가는 큰 길 동쪽 실로에 매년 여호와의 명절이 있도다 하고

이 명절의 특징은 '실로'와 '매년'이다. 더하여 '여자들의 춤' 혹은 '춤추는 여자들'이라는 특징이 있다.

21 보다가 실로의 여자들이 춤을 추러 나오거든 너희는 포도원에서 나와서 실로의 딸 중에서 각각 하나를 붙들어 가지고 자기의 아내로 삼아 베냐민 땅으로 돌아가라
23 베냐민 자손이 그같이 행하여 춤추는 여자들 중에서 자기들의 숫자대로 붙들어 아내로 삼아 자기 기업에 돌아가서 성읍들을 건축하고 거기에 거주하였더라 

George F. Moore, Judges, ICC (New York: Scribner’s Sons, 1910), 451은 구약에서 이와 비슷한 장면으로 두 경우를 소개한다.

1. 승전가 (celebration of victory)

1) 사사기 11:34

34 입다가 미스바에 있는 자기 집에 이를 때에 보라 그의 딸이 소고를 잡고 춤추며 나와서 영접하니 이는 그의 무남독녀라

2) 출애굽기 15:20

20 아론의 누이 선지자 미리암이 손에 소고를 잡으매 모든 여인도 그를 따라 나오며 소고를 잡고 춤추니

이 구절만으로는 상황 파악이 안 되므로 전후 구절을 덧붙인다.

19 바로의 말과 병거와 마병이 함께 바다에 들어가매 여호와께서 바닷물을 그들 위에 되돌려 흐르게 하셨으나 이스라엘 자손은 바다 가운데서 마른 땅으로 지나간지라
21 미리암이 그들에게 화답하여 이르되 너희는 여호와를 찬송하라 그는 높고 영화로우심이요 말과 그 탄 자를 바다에 던지셨음이로다 하였더라 

3) 사무엘상 18장

6 무리가 돌아올 때 곧 다윗이 블레셋 사람을 죽이고 돌아올 때에 여인들이 이스라엘 모든 성읍에서 나와서 노래하며 춤추며 소고와 경쇠를 가지고 왕 사울을 환영하는데

다윗의 승리를 축하하는 무리 중 여인들의 환영식이 부각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다음 구절에도 이어진다.

7 여인들이 뛰놀며 노래하여 이르되 사울이 죽인 자는 천천이요 다윗은 만만이로다 한지라 


2. 종교 축제 (religious festivities)

1) 출애굽기 32:19

19 진에 가까이 이르러 그 송아지와 그 춤 추는 것들을 보고 크게 노하여 손에서 그 판들을 산 아래로 던져 깨뜨리니라

2) 아가 6:13
13 돌아오고 돌아오라 술람미 여자야 돌아오고 돌아오라 우리가 너를 보게 하라 너희가 어찌하여 마하나임에서 춤추는 것을 보는 것처럼 술람미 여자를 보려느냐

딱히 생각해본 주제가 아니라서, 나도 연구 주제라서 관심을 두고 있어서, 구약을 여성의 춤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한 경우가 없다. 구약에 여성의 춤을 기록한 사례가 많지 않고, 그 사례마저 사사기 21:19-23와 동일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춤이라는 요소로 인해서 앞 두 단서와 합쳐져 초막절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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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겔 45장에서 이스라엘의 군주가 주도하는 속죄는 이스라엘 족속을 위해서 드린다 (17절). 에스겔의 주요 관심사는 성소와 성전 정화이며(18-20절), 군주가 의무적으로 지켜야 할 명절에 대속죄일은 포함되지 않는다. 앞서 "이스라엘의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본 대속죄일과 초막절"에서 "에스겔 45장에서 대속죄일은 성전 정화와 관련이 있으며,"라는 문구는 적합하지 않다. 반면 에스겔이 군주가 지켜야 할 명절로는 유월절과 초막절을 언급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신학이 요한복음에 흐른다(고 보인다). 요한복음에서 예수의 첫 사역은 유대인의 유월절이 가까울 때에 예루살렘 성전 안에서 노끈으로 장사꾼과 환전상을 내쫓은 일이다 (2:13-22). 가나의 혼례는 첫 표적이며, 내가 매번 강조하듯이 예수의 의지에 반하는 사건이다 (2:1-12). 예수의 구속사를 예수의 대제사장직과 대속죄일로 해석하는 경향과 다르게, 요한이 이야기 전개에서 유대 절기를 중요한 장치로 사용하지만, 그가 대속죄일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요한은 이 사건 이후 유월절에 예수께서 예루살렘에서 많은 표적을 행했다는 기록(23-25절)으로 자신의 전개를 이어간다. 또한 요한은 유월절은 세 번 배치하고, 7:1-10:21은 초막절로, 10:22부터는 수전절로 자신의 복음서를 기록한다.

요지는 에스겔의 성소와 성전 정화, 그리고 유월절과 초막절 준수 명령이 요한복음에서 예수를 통해 성취되었다는 사실이다. 에스겔에서 대속죄일을 강조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반복적인 속죄제를 통해 정화하기 때문일 수 있고, 아니면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이스라엘 족속의 모든 정한 명절"에 포함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떤 이유에서 간에, 에스겔과 요한복음이 대속죄일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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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속죄 사역, 즉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두고 예수의 대제사장 사역을 강조하는 흐름이 있다. 요한복음 19-20장을 대속죄일과 연결하는 해석이 있지만, 앞으로 요한복음 전체를 더 세밀히 살펴봐야겠지만, 현 이해에 따르면 요한복음은 이러한 흐름에 동조하지 않는다. 비록 요한복음 1장 29절에 기록된 "이르되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는 세례 요한의 선포는 예수의 대제사장직과 대속죄일과 거리가 멀다. (관련 글: 요한복음의 예수와 대속죄일; 속죄일과 초막절)

대속죄일을 강조하는 이들의 기대와 달리 구약 성경은 이 절기를 그렇게 강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초막절을 더 강조한다. 에스겔 45장에서 대속죄일은 성전 정화와 관련이 있으며, 군주가 집례해야 할 명절에 포함되지 않는다. 에스겔이 군주가 지켜야 할 명절로는 유월절과 초막절을 언급하고 있다. 느헤미야 8장에서 에스라가 이스라엘 재건 과정에서 성문에 모여 지킨 절기는 초막절이며, 대속죄일은 언급하지 않는다. (관련 글: 에스겔 45장 25절과 스가랴 14장 16절에 나타난 초막절; 에스겔 45장에 나타난 초막절; 느헤미야 8장에 나타난 이스라엘 귀한 공동체의 정체성과 초막절)

그 이유는 성전 신학과 관련이 있다고 보인다. 군주제의 등장으로 종교와 정치의 영역이 나눠지고, 솔로몬의 성전 봉헌과 관련하여 초막절이 지켜지면서, 이스라엘의 정체성은 성전과 관련지어지며, 대속죄일의 중요성은 낮아졌지만 초막절의 위상은 올라간다. 성전 파괴와 재건 과정에서 그 위상은 더 명확해진다.

요한복음의 예수는 자신의 정체성을 성전과 자주 연결 짓는다. 예를 들어, 2장 성전 청결 사건을 통해 자기 죽음과 부활을 처음 암시하셨으며, 7장 37-39절은 예수의 죽음과 성령에 관한 가르침을 통해 성전과 생수의 강 사이의 관계를 드러내고 있다.

요한복음은 유대 절기를 아주 중요한 장치로 사용하며, 요한의 절기 사용에서 초막절은 7~10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대속죄일은 언급하지 않는다. 

이런 본문은 이스라엘의 정체성이 성전 신학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고, 이러한 배경에서 요한복음이 예수를 성전으로 묘사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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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사사기 21장 19절의 축제와 사무엘상 1장의 매년제는 서로 다른 행사라는 결론을 내렸다. 앞 구절은 초막절이 확실하고, 뒤 구절은 절기로 특정할 수 없으나 확실히 초막절은 아니라는 결론이다. "사사기 21장 19절과 사무엘상 1장에 나타난 초막절"과 "희년서와 사무엘상에 나타난 초막절, 그리고 창세기의 아브라함 언약"에서 사무엘상 1장이 초막절을 배경으로 한다는 부분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 다만 이전 글 이후 갱신이 되지 않았고, 마침 발표를 위해 소논문 형식으로 재작성을 하고 있어서 최근 조사를 반영하고자 한다.

두 본문에 나타난 행사의 정체를 다루기 전에, 내 전제 사항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1. 저자/편집자는 절기 자체에는 관심이 없다.
2. 군주제의 시작과 관련이 있다.

사사기 21장 19절은 "실로에 매년 여호와의 명절이 있도다"라고 진술되어 있다. 사무엘상 1장은 3절에 "매년 자기 성읍에서 나와서 실로에 올라가서 만군의 여호와께 예배하며 제사를 드렸는데"라고 기록되어 있고, 21절에 이 제사를 "매년제"라고 부른다. 두 행사는 실로에서 드려졌으며, 매년 시행되는 행사이지만, 그 행사의 이름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실로에서 매년 시행되는 행사이지만, 그 행사의 이름을 명시하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로 추측할 수 있다. 청중 혹은 독자가 잘 알고 있어서 적시할 필요가 없거나, 저자 혹은 편집자가 의도적으로 회피했을 가능성이다. 나는 후자를 지지한다.

사사기 21장은 회중의 장로들이 베냐민 지파의 멸절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실로의 여자들을 납치하는 기록이다. 베냐민 지파의 멸절을 막기 위해 실로 지역의 여자를 없애는 역설이 이 단락의 핵심 내용이다. 그래서 사사기 전체는 "그 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25절)이라는 말과 함께 마무리된다. 본문의 관심사는 실로의 여자 납치이며, 회중의 장로들이 제시한 대책이 시행으로 옮겨지는 시기가 바로 "실로에서 매년 시행되었던 여호와의 명절"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본문이 굳이 명절을 명시할 필요는 없어진다.

사무엘상 1장은 시대 상황에 대한 언급 없이 엘가나의 종교적 신실함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엘가나의 열심으로 인해 그를 비롯한 그의 온 가족이 매년제와 서원제를 드리게 된다 (21절). 엘가나의 열심과 한나의 서원은 엘리의 아들들의 행실(특히, 2장)과 대비된다. 이러한 대비를 위해 저자 혹은 편집자는 특정 절기를 명시하지 않고, "매년제"라는 애매한 표현을 사용한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매년제는 초막절의 성격과 거리가 멀다.

따라서, 두 본문의 저자/편집자는 절기 자체에 관심이 없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사사기 21장 25절이 "그 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라는 진술로 사사기 전체의 막을 닫았다면, 사사기 1장은 사무엘의 탄생 배경, 즉 엘가나의 열심과 한나의 서원이 전술된다. 사무엘은 사사-예언자의 전형으로 사사 시대를 마무리하는 인물이자 군주제의 시작을 여는 인물이다. 사무엘은 사울 왕조의 시작과 종말, 그리고 다윗 왕조의 시작에 동참한다. 사사기와 사무엘상은 "왕"이라는 주제로 연결된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두 본몬은 군주제의 시작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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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에서 초막절 단락(7:1-10:21)의 기능을 간략하게 정리해 본다. 이 글의 내용은 대체로 내 분석에 근거하며 현재 진행하고 있는 학위 논문에 포함될 예정이다. 

초막절 단락이 시작하기 앞서 저자는 예수를 떠나는 제자들을 다룬다 (6:66-71). 이 단락에서 저자는 가룟 유다의 배신을 예고한다 (vv.70-71). 이어 예수의 활동 무대는 갈릴리로 옮기시고 유대인들의 살해 위협이 명시된다 (7:1).

본격적으로 유대인의 명절 초막절이 언급되고 (v.2), 명절의 중간에 예수께서 성전에 올라가서 가르치시기 시작한다 (v. 14). 여기서 초막절과 성전이 연결된다.

7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단락은 예수의 죽음과 성령에 관한 가르침이다 (v. 37-39). 나는 이 단락의 기원을 스가랴 14장과 연결한다. 선행 연구에서는 초막절의 헌수 의식(water libation ceremony)에 초점을 맞추지만, 초막절의 기원은 출애굽의 구원이며, 점차 농사를 위한 비와 관련지어져 한 해 농사의 결실을 감사하는 절기로 정착된다. 예수께서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 (v.37),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오리라 " (v. 38)고 말씀하신 이유는 다 이러한 초막절의 배경을 근거로 한다. 가장 중요한 신학적 전환은 예수께서 생수의 강을 성령으로 규정한다는 사실이다 (v. 39).

이어 그리스도 논쟁 (7:41-42)을 위치시킨 이유는 분명하다. 요한은 초막절 단락에서 그리스도/다윗 기독론의 절정을 의도하고 있다.

8장의 핵심은 아브라함의 자손과 펼쳐지는 논쟁이다 (특히, vv.33-59). 예수의 정체는 아브라함을 능가한다.

9장의 핵심은 모세의 제자와 펼쳐지는 논쟁이다 (특히, vv.28-41). 예수의 정체는 모세를 능가한다.

10장의 핵심은 선한 목자로서 예수께서 목자-양 유비를 사용해 자기 죽음과 부활을 가장 극명하게 가르치는 장면이다 (vv.1-18). 예수께서 말씀하시길, "이를 내게서 빼앗는 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버리노라 나는 버릴 권세도 있고 다시 얻을 권세도 있으니 이 계명은 내 아버지에게서 받았노라 하시니라" (v.18). 선한 목자 담론은 예수의 구속 사역과 그의 권위를 통해 신적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보통 목자-양 유비는 왕권 사상과 연결된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스가랴 14장에서 여호와의 날 이후 여호와께서 천하의 왕이 되시고 이방 나라에 초막절을 명령하시는데, 이 명령은 열방 국가의 통치자에 대한 순종, 여호와의 열방 통치를 상징한다. 요한이 선한 목자 담론을 통해 예수의 사역과 권위를 드러냈기 때문에, 이 담론의 배경인 초막절을 고려해 스가랴 14장을 적용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나는 요한복음은 초막절 단락에서 예수의 왕권을 진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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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 10장 선한 목자 담론을 본격적으로 다루려면, 선행 작업으로 왕권 사상을 다뤄야 한다. 내 관찰에 의하면, 선한 목자 담론에서 초막절, 목자-양 비유, 아들됨(sonship)이 모두 왕권 사상과 관련이 있다. 즉, 선한 목자 담론은 예수의 왕권을 주장한다. 다만 요한은 예수의 자발적인 죽음(=내어놓음, lay down)으로 예수의 왕되심을 선호한다는 역설이 있다.

초막절은 일 년의 수확을 여호와께 감사하는 절기이다. 풍성한 수확을 가능케 하신 비의 주관자 여호와를 찬양하는 시기가 바로 초막절이다. 이스라엘 선지자들이 우상숭배, 특히 바알과 아세라 숭배를 고발했던 이유는 이스라엘 족속의 우상숭배가 바로 여호와의 주권에 대한 불신이기 때문이다.

목자-양 비유는 전통적으로 왕권 사상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고대 근동과 그리스-로마 문화에서 목자는 신의 대리인으로 왕을 상징한다. 목자-양 비유에서 피할 수 없는 주제가 다윗 계열의 구원자 사상(Davidic kingship/Messianism)이다. 예언서에 나타난 미래에 나타날 이스라엘의 왕을 다윗과 같은 왕 혹은 다윗의 후손으로 해석하지만, 요한복음에 이 사상을 신봉하는 무리가 등장하지만, 다윗처럼 이스라엘 왕국을 세우고 하나님을 경외하는 왕이 등장하지만, 그의 출신 배경이 다윗과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 아니면 여호와를 궁극적인 왕으로 선포하는 선지자들이 적지 않다. 요한복음에서는 다윗 계열의 구원자 사상을 넘어서는 구원자 예수의 등장을 선포한다.

요한은 이 두 주제를 자신만의 신학으로 재정립하는데, 아들됨은 더 독창적인 방식으로 사용한다. 요한의 아들됨은 예수의 신적 정체성과 그의 자발적인 죽음에 대한 권한을 동시에 드러내는 수단이다. 요한복음 1장에서 로고스로 시작하는 이유가 바로 예수의 신적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야웨 신앙에 관해서는 고대 유대 유일신론(ancient Jewish monotheism)을 염두에 둬야 하고, 예수의 신성에 관해서는 삼위일체론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앞 세 주제를 다루는 작업이 쉽지 않아서, 뒤 두 주제는 차후 연구 주제로 넘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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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헤미야 8장 17절에 기록된 회중의 반응은 다소 혼란스럽다.
 
"사로잡혔다가 돌아온 회중이 다 초막을 짓고 그 안에서 거하니 눈의 아들 여호수아 때로부터 그 날까지 이스라엘 자손이 이같이 행한 일이 없었으므로 이에 크게 기뻐하며"

표면적으로 그들이 크게 기뻐한 이유는 앞서 모세의 명령대로 초막을 짓고 거주한 사례가 없어서라고 읽힌다. 그러나 솔로몬의 초막절을 기록한 역대하 7장 10절에서 이미 초막을 지었다고 가정할 만한 단서가 있다. 

"일곱째 달 제이십삼일에 왕이 백성을 그들의 장막으로 돌려보내매 백성이 여호와께서 다윗과 솔로몬과 그의 백성 이스라엘에게 베푸신 은혜로 말미암아 기뻐하며 마음에 즐거워하였더라"

이 구절에서 '그들의 장막으로'(to their tents, לְאָהֳלֵיהֶם)가 그 근거이다. 만약 이 구절을 근거로 솔로몬 당시 백성이 초막을 지어 예루살렘에 거주했다면, 느헤미야에 기록된 이스라엘 자손들이 기뻐한 이유는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모세의 율법을 근거로 추정해 초막 제작을 제외하고 다른 이유를 찾는다면, 그것은 초막을 짓는 방식(15절)이 그 가능성으로 대두된다.

"또 일렀으되 모든 성읍과 예루살렘에 공포하여 이르기를 너희는 산에 가서 감람나무 가지와 들감람나무 가지와 화석류나무 가지와 종려나무 가지와 기타 무성한 나무 가지를 가져다가 기록한 바를 따라 초막을 지으라 하라 한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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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례 절기(the annual feasts)와 순례 절기(the pilgrim festivals)가 동의어처럼 사용되어 연례 순례 절기(the annual pilgrim festivals)라는 명칭으로 지칭되고 있다. 이 용어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은 이스라엘 역사에서 순례 개념이 도입된 시기이다. 상식적으로 '순례'라는 용어는 이스라엘 자손이 가나안에 입성한 이후 각 지파가 모세로부터 할당받은 지역으로 흩어진 이후에 적용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스라엘 자손의 광야 시절과 사사기 시대는 순례 절기라는 용어를 대입할 수 없다. 사사기 시대에 실로에서 초막절이 시행되었으나 지파별 갈등과 우상숭배로 인해 이스라엘 민족 전체의 축제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엘가나와 그의 가족이 참여한 매년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솔로몬의 성전 봉헌식 이후 거행한 초막절이 이스라엘 역사 최초의 순례 절기이다. 이어 에스라 3장과 느헤미야 8장이 순례 절기로 준수한 두 번째 사례로 간주한다. 오직 솔로몬, 그리고 에스라와 느헤미야 당시 거행된 초막절이 구약에 나타난 순례 절기이다.

모세가 명령한 연례 절기는 무교절, 맥추절(칠칠절), 초막절이다 (출 23:15-16; 신 16). 무슨 이유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두 사례 모두 성전 건축과 성벽 재건과 관련되어 초막절을 먼저 수행했으리라 추측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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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겔서 40-48장은 에스겔의 환상으로 성전에 관한 하나님의 이상(visions of God, 40:2)을 담고 있다. 45장은 '거룩한 땅' (1-8절)에서 정의와 공의의 예시로 저울과 에바, 밧의 표준을 제정하고(9-12절), 예물(13-16절)로 화제가 전환된다. 이 예물은 제사 의례로 이어진다 (17절 이하).

독특하게도 백성은 예물을 이스라엘의 군주(prince)에게 드려야 하고 (16절), 군주의 본분은 초하루와 안식일, 이스라엘 명절에 수반되는 제사에 필요한 제물을 갖춰야 한다 (17절). 에스겔이 제시하는 명절은 첫째 달 초하룻날과 그 달 칠일, 열나흗날 곧 유월절, 일곱째 달 열다섯째 날(=초막절)이 있다 (18-25절).

첫째 달 초하룻날은 성소 정화가 목적이다 (18-19절). 첫째 달 칠일은 성전 정화가 목적이다 (20절). 이 두 명절을 통해 에스겔의 주요 관심사가 성전과 관련있음을 보여준다.

첫째 달 열나흗날은 유월절이다 (21-24절). 유대 명절에서 유월절은 반드시 포함된다. 일곱째 달 열다섯째 날은 초막절이다 (25절). 유대인들은 초막절을 '(그) 명절'(the Feast)로 불렀을 만큼 대표적인 절기이다.

군주가 명절을 집례한 사례는 솔로몬이 있다. 역대하 7장에 의하면, 솔로몬은 '하나님의 전의 낙성식' (5절)을 드리고 초막절 (8-9절)을 지켰다. 이후 솔로몬은 "모세의 명령을 따라 매일의 일과대로 안식일과 초하루와 정한 절기 곧 일년의 세 절기 무교절과 칠칠절과 초막절에 드렸"다(8:13). 포로 귀환 이후 에스라와 느헤미야를 중심으로 초막절을 준수하지만, 그 둘은 군주가 아니다.

에스겔은 연례 절기 중에서 칠칠절을 제외하고 유월절과 초막절을 꼭 짚어 지시 사항을 전달한다. 에스겔이 제시한 절기 규정을 보면, 그가 민수기 28장을 수정했다는 견해는 타당해 보인다. 다만 에스겔이 칠칠절을 배제한 이유는 불확실하다. 

에스겔은 성회, 명절, 절기에 큰 관심이 없다. 위 구절 이외에는 단순히 '모든 정한 절기' (46:9-10)와 '명절과 성회' (46:11-15)로 다뤄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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