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내 장점은 "통찰력"이다. 남들보다 뛰어난 기억력이나 암기력, 순발력 등은 갖지 못해서 시험이라는 객관적인 지표에는 강점을 드러내지 못한다. 하지만 의제선정이나 전개방향 설정 등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는다. 신대원 시절 가끔 교수님들이 "이 주제를 어디서 찾으셨죠?" 혹은 "이걸 직접 발견하신 건가요?"라고 묻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잘난 척을 한번 해보자면, IT 분야에서 일하던 시절 퇴근길에 약 30년 경력의 전문가와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그 분이 내게 물으셨다. "이 분야에 몇 년이나 있었죠?" 내가 답했다. "3년 정도요." 이 말은 그 분이 놀랍다는 듯이 대답하셨다. "3년 정도의 경력으로 이 정도의 사고를 할 수 있군요. 10년 정도의 경력이 있어도, 광수 씨처럼 내다보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요. 광수 씨는 통찰력이 굉장히 높네요."


난 학자라면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고 그에 대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들과 동일한 지식을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습득하느냐의 싸움이 아닌 독창적인 사고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개진할 수 있느냐의 싸움이다. 이런 맥락에서 박형근 작가의 원칙에 적극 동의한다.


난 박사과정이 나의 신학적 통찰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훈련의 시간이 되리라 기대한다. 또한, 박사학위 논문은 오랜 시간 내가 쌓아올린 학문적 소양을 평가하는 시험대가 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봄방학 기간이지만 도서관에 나와 소논문을 읽으며 몇 줄의 글을 쓰고 있다.


박형근 세계문학상 수상자, "소설창작, 글 연습보다 통찰력, 관찰력 높여야"

http://www.news-pap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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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ook presents an account of the visions of Zechariah concerning the significance of the reconstruction of the Temple, and it looks forward to the time when YHWH will remove the corrupt “shepherd” or leaders of the people, here understood as a reference to the Persian monarchs, in order to manifest divine sovereignty over the cosmos and nations at large from Zion. - Marvin A. Sweeney, The Twelve Prophets Vol. 2: Micah, Nahum, Habakkuk, Zephaniah, Haggai, Zechariah, Malachi, Berit Olam: Studies in Hebrew Narrative & Poetry (Collegeville, MN: Liturgical Press, 2000) 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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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랴는 소선지서 가운데서 가장 길고 애매모호한 책이다. 소선지서 중에 두 번째로 긴 책인 호세아서가 14장 197절인 반면, 스가랴서는 14장 211절이다. 주후 5세기 초에 제롬은 스가랴를 "12선지서 가운데 가장 애매모호하고 긴 책"이라고 불렀다(J. Steinmann, Saint Jerome, trans. R. Matthews[London: Geoffrey Chapman, 1950] 298). 중세에는 두 유대인 학자가 스가랴서의 애매모호한 점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다. 아라바넬(Arabanel, 1508년)은 “스가랴의 예언이 너무애매모호해서 아무리 능숙한 주석가들이라도 그 예언을 능통하게 설명하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라쉬(Rashi, 1040-1105)라는 이름으로 더욱 잘 알려진 솔로몬 벤 이삭(Solomon ben Isaac) 은 "스가랴의 예언은 몹시 난하다. 왜냐하면 그 예언에는 해석을 요구하는 꿈과 비슷한 환상이 포함되어 있으며, 또한 우리는 의로운 스승이 오기 전에는 결코 참된 해석을 발견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참조. T.W. Chambers, Zechariah, trans. P. Schaff[Lange’s Commentary on Scriptures, New York: Ch.Scribner, 1874] 7). 스가랴서의 애매모호한 점 때문에 그 연대, 저자, 통일성 그리고 해석에 관해서 많은 문제들이 생겨났다. 

스가랴서는 신약과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1961년에 폴 라마르쉐(Paul Lamarche)는 스가랴 9-14장의 구조와 메시아 사상에 관한 연구를 발표하면서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즉 스가랴 9-14장은 복음서에 나오는 그리스도 고난의 이야기가 선지서 중에서 가장 많이 인용한 부분이며, 에스젤을 제외하고는 스가랴가 구약 중에서 계시록 저자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결론을 내렸다(Zacharie.ⅰ-ⅹⅳ 8, 9) , 다른 이유가 없다면, 스가랴서는 신약에 미친 영향 때문에 그것을 주의 깊게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 랄프 마틴, 미가-말라기, WBC, 2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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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석사 학위논문으로 "요한계시록의 목자 모티프 - 스가랴 14장, 요한계시록 7:9-17, 21:1-8 상호본문성 연구 -"를 제출한 이후 학업의 연속성과 효율성을 위해 박사과정에서 요한계시록을 전공하기로 다짐했다.

그러나, 미국 신학교에서 신학석사 과정을 다시 하면서 박사과정을 준비하는 방안이 더 낫다는 조언에 따라 현재 미국 칼빈신학교(Calvin Theological Seminary)에 재학중이다. 이 학교에 온 이후 요한계시록 전공자가 없어서 기존 내 연구를 확장할 방안이 없었다. 그러다가, 게리 버지(Gary M. Burge) 박사가 휘튼대학(Wheaton College)에서 은퇴하고 초빙교수로 이 학교에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내 계획을 수정했다. 당시에는 별 근거 없이 요한복음 10장의 선한 목자 비유를 연구해보면, 요한계시록과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겠다는 정도의 추측만 할 수 있었다.

지난 학기에는 요한복음 7:37-39를 연구하면서 이 본문이 스가랴 14장의 초막절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었다. 그리고 이번 학기에는 요한복음 10장의 선한 목자 비유를 연구하고 있는데, 요한계시록의 목자 모티프와 상당한 유사점이 발견된다. 그래서 기존 내 연구의 일부분을 활용하면서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만약 이번 연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는다면, 요한복음과 요한계시록의 목자 모티프에 대한 참신한 해석을 내놓는 기여를 할 수 있을듯 싶다.

그리고 다음 학기에도 요한복음의 목자 모티프로 한번 더 연구할 계획인데, 내 계획대로 잘 진행된다면 박사과정에서는 요한복음을 전공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학문적 기여을 할 수 있을듯 한 자신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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