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장에 앞서 요한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사장으로서 대속죄일의 과업을 성취하셨다는 주장과 그 근거를 일부 인용한다(인용 표기는 *). 글의 출처는 Gerald O’ Collins and Michael Keenan Jones, Jesus Out Priest: A Christian Approach to the Priesthood of Christ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10), 24–26이다.
*요한복음에서 성전과 제사를 예수의 죽음과 부활로 대체한다. 요한은 성전 청결 사건(2:13-22)을 초반에 배치하고, 예수와 사마리아 여인 사이의 대화를 통해 "영과 진리"로 예배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고 선포하신다(4:21-24).
*요한복음에서 예수는 주요 절기의 의의를 성취하신다. 그중에서도 유월절은 예수를 제사장으로 묘사하고 있다.
*요한복음 서두의 세례 요한을 통한 "하나님의 어린 양"(1:29, 36) 선포는 예수께서 제사장의 중재직을 감당한다는 진술이다.
역설적으로, 예수의 제사장직과 대속죄일을 주장하는 이들조차 요한이 예수를 제사장이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시인한다.
요한복음이 묘사하는 예수, 전문용어로 기독론을 이해하려면 로고스 본문의 의미와 의도를 간파해야 한다. 요한은 서두부터 예수를 태초의 말씀, 하나님과 함께 하신 분, 하나님과 동등한 분, 창조 사역, 생명, 사람들의 빛(1:1-5)으로 묘사한다. 이어 세례 요한은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1:34)로 선포한다.
요한복음 기자에게 예수는 하나님과 동등하신 분으로 성육신하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다. 요한에게 예수를 묘사하는 칭호로 "하나님의 아들"에 견줄 만한 것이 없다. 요한은 예수의 죽음은 하나님의 아들로서, 그것도 자발적인 순종으로 성취된다고 기술한다.
요한복음의 절기는 매우 독특한 기능을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유월절은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유월절이 예수를 제사장으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요한은 예수의 죽음이 유월절을 연상하도록 의도하지만, 동시에 유월절과 일치시키지 않도록 유도한다. 만약 예수의 죽음과 유월절과 일치시킨다면, 내 판단에 의하면 그것은 요한의 의도를 오독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요한복음은 유대 절기 중 대속죄일을 언급하지 않는다.
세례 요한의 "하나님의 어린 양"(1:29, 36) 칭호는 중재자로서 제사장을 연상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다. 이 칭호는 예수의 사역을 묘사하고, 하나님의 구속사를 드러내는 장치이지 예수의 제사장직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오히려 이 칭호는 예수의 왕권과 관련이 있다.
결론은, 요한복음은 예수를 제사장으로 묘사하지도, 대속죄일을 의도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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