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구약 예언서는 역사적인 연대보다는 인물 연구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최근 고대근동에 관한 학계의 관심을 통해 이스라엘 역사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있긴 하다. 가령 바벨론 포로기는 이스라엘에 신학적 변혁을 가져온 사건인데, 예언서 연구자들은 기원전 8-6세기의 흐름보다는 이사야, 예레미야, 에스겔 등 대선지서를 중심으로 연구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이러한 태도는 각 예언서를 분석하는데 이점이 있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비교 연구를 통해 특정 연대에서 두드러지는 특징들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포로 이전, 포로기, 포로 이후가 그러하다.

나는 전승사라는 방법론으로 모세부터 시작해서 다윗에서 절정을 이룬 다윗 계열의 구원자 사상(Davidic Messianism)을 거쳐 예수까지 이어지는 목자-왕 전승을 연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예언서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바벨론 포로기를 중점으로 선포되는 심판과 회복의 메시지에 매우 흥미로운 요소들이 많이 나타난다.

학계 관행에 대한 아쉬움과 내 관심사를 고려했을 때, 피터 R. 아크로이드의 『이스라엘의 포로와 회복』은 가뭄의 단비와 같은 책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저자의 관심사가 기원전 6세기에 한정되어 있지만, 그는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연구를 진행해 귀한 학술적 업적을 남겼다. 후에 개리 N. 크노퍼스, 레스터 L. 그래브, 데이드레 N. 폴턴이 『다시보기: 이스라엘의 포로와 회복』이란 논문집을 편집해 피터 아크로이드에게 헌정했다. 이 사실만으로 그의 학문적 업적이 남다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학술적 기여 이외에 두드러지는 점은 저자의 문체이다. 나는 이 책에서 저자가 다른 학자들과 달리 선언적인 표현, 다시 말해 개인의 확신을 선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의 연구가 가질 의미에 대한 자신감과 오랜 세월을 거친 검증에 대한 학자의 확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역사비평을 통한 예언서의 연대적 재구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내가 저자의 연구에 쉽게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실 집필 혹은 편집 시기에 대한 입장에 따라 연구 범위가 달라지고 결과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내가 차후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이 부분을 제외하면 내 연구에 지적 자극을 주는 지점들이 있다. 이 부분은 실제 연구를 통해 차차 밝혀지리라 기대한다.

이스라엘의 포로와 회복
국내도서
저자 : 피터 R. 아크로이드 / 이윤경역
출판 : 기독교문서선교회(CLC) 2019.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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