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 내 박사 학위 논문에서 결정적인 논증은 유대 절기(Jewith festivals)이 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전히 선한 목자 담론(10장)을 주요 본문으로 설정하겠지만, 몇 가지 논의를 위해 목자-왕 전승의 중요성을 덜 부각시킬 예정이다.
* 이 글은 내 구상을 정리하는 목적을 위해 작성되었으므로 자세한 인용은 생략한다.

요한복음에 등장하는 절기는 총 여섯 가지이다.

1. 첫 번째 유월절(the first Passover)
유대인의 유월절이 가까운지라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셨더니 (2:13)

2. 유대인의 명절(a feast of the Jews)
그 후에 유대인의 명절이 되어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니라 (5:1)

3. 두 번째 유월절(the second Passover)
마침 유대인의 명절인 유월절이 가까운지라 (6:4)

4. 초막절 (the Feast of Tabernacles)
유대인의 명절인 초막절이 가까운지라 (7:2)

5. 수전절(the Feast of Dedication)
예루살렘에 수전절이 이르니 때는 겨울이라 (10:22)

6. 세 번째 유월절(the third Passover)
유대인의 유월절이 가까우매 많은 사람이 자기를 성결하게 하기 위하여 유월절 전에 시골에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갔더니 (11:55)

유월절이 여섯 번의 절기 중 처음과 나중에 등장하고, 중간에도 언급되어 있다. 그만큼 요한복음은 유월절을 강조하는데, 이를 통해 저자가 유월절과 예수의 구속사를 연결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음이 분명해진다.

이튿날 요한이 예수께서 자기에게 나아오심을 보고 이르되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 (1:29)

요한복음은 유월절을 통해 예수의 죽음을 강조해야 한다. 군사적 메시아를 고대하던 유대인들의 기대와 달리 예수의 죽음이 갖는 차별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후에 펼쳐지는 예수의 부활이라는 사건을 위해서 더욱 그렇다. 현재로서는 유월절의 기능에 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없어보인다.

문제는 나머지 절기와 관련되어 있다. 첫 번째, 요한이 두 번째로 언급한 명절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유대인의 명절'(a feast of the Jews)이라고 일컫은 이유에 대한 의문이다. 선행연구에서는 이 명절을 '익명의 명절'(anonymous festival)이라고 부른다. 두 번째, 초막절과 수전절에 대한 언급이다. 앞서 '유대인의 명절'에서 명절의 이름을 고의로 생략했다면, 이번에는 특정 명절을 언급하고 있다. 또한 두 절기가 선한 목자 담론과 연관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는데, 두 절기와 선한 목자 담론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 글에서는 '유대인의 명절'(5:1)에 대한 논의는 생략한다. 아직 이 부분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초막절과 수전절, 그리고 선한 목자 담론은 내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나는 두 절기와 선한 목자 담론을 같이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한 목자 담론의 앞부분이 초막절(7:2-10:21) 사이에 발생한 사건이고, 그 이후 발생한 예수의 선한 목자에 관한 가르침에 대한 논쟁은 수전절(10:22-39)과 관련이 있다.

초막절은 출애굽 이후 광야에서 시작된 절기이다. 절기의 의미는 애굽으로부터 구원하신 하나님에 대한 감사와 하나님의 통치를 기념하는데 있다. 1세기 당시 유대인들은 광야로 나가는 대신 자신의 집 지붕에 천막을 치고 이 절기를 지켰다.

수전절은 마카비 가문을 필두로 예루살렘을 탈환하고, 에피파네스가 모독한 예루살렘 성전을 정화한 사건에서 시작된 절기이다. 이 절기는 성전 회복에 중점을 두고 있다.

두 절기는 예루살렘 성전과 긴밀한 연관성을 갖고 있고, 무엇보다 '하나님의 임재'를 기념하는 절기적 기능을 한다.

여기서 요한이 예수의 성전 파괴와 회복에 관한 가르침을 2장에 배치한 이유가 설명이 된다. 독자들이 예루살렘 성전 파괴를 예수의 죽음과 부활과 연결짓도록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앞으로 각 절기의 유래와 요한복음 내에서의 기능을 더 분석해야 한다. 그럼에도 요한복음에 등장하는 여섯 절기는 모두 '순례'라는 공통분모를 갖는다는 건 분명하다. 각 구절마다 예루살렘을 언급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라.

유대인들은 특정 절기를 위해 예루살렘 성전을 방문해야 하는 종교적 의무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요한복음이 구전되고 저술될 시기는 성전이 파괴된 이후로 합의를 보고 있다. 여기서 다시 요한복음의 핵심 주장이 명백해진다. 즉 요한은 예루살렘 성전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유지했던 유대인들에게, 성전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한다. 

이처럼 요한복음에서 절기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요한복음의 독특성을 파악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