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성서학의 주요 기류 중 하나는 본문의 역사적 배경에 대한 강조이다. 구약성경이라면 고대근동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고, 신약성경이라면 구약성경과 중간기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 시대이다. 이러한 기류의 영향으로 신약연구의 경우 "신약의 구약사용"이란 방법론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방법론은 이전과 달리 본문을 해석할 때 비슷한 구절들을 서로 엮는게 아니라 해당 본문이 어느 전통을 따랐는지 파헤치는데 치중하는 풍토이다. 가령, 내가 요한계시록을 연구할 때 참고했던 Marko Jauhiainen의 The Use of Zechariah in Revelation, WUNT Ⅱ 199 (Tübingen: Mohr Siebeck, 2005)이나 지금 요한복음을 연구하며 분석하고 있는 Brian Neil Peterson의 John’s Use of Ezekiel: Understanding the Unique Perspective of the Fourth Gospel (Minneapolis, MN: Fortress press, 2015)이 이에 해당한다. 내가 짐작컨데 이 방법론이 주목을 받은지 얼마 되지 않아 지금도 앞으로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혹자 중에 이 용어에 익숙하다고 생각해서 이 방법론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거나, 조만간 대세에서 밀려날거라 짐작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볼때는 몇 십년 동안 더 연구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이 된다. 더구나 내가 짧은 기간 동안 "신약의 구약사용", 더 정확히는 "상호본문성"이란 방법론을 사용하면서 연구자들의 빈틈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러한 결함들을 비판하고 보완할 대안을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출간된 연구가 모두 연구자들의 피와 땀이 묻어난 결과물이기에 존중 받아 마땅하지만, 무오한 하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해석하고 가르치기 위해서는 날카로운 비판을 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성경을 연구할 때 다음과 같은 전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신약성경의 저자들은 현대독자들 보다 구약성경에 더 정통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구약성경 중 어느 본문이라도 자신의 독창적인 해석을 더할 수 있다. 이러한 가능성은 구약성경 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러므로, 현대독자들은 특정 본문에 치중하지 말고 다양한 해석적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비슷한 단락들을 나열하는데 그치지 말고, 저자가 치열하게 고민했을 그 본문이 무엇인지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그 그 결과가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아마도 저자는 자신의 독창적 해석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치열하게 고민했을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성경해석자들은 저자들이 거쳤을 고뇌의 흔적과 씨름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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