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기독교인은 구약(Old Testament)이라고 부르는 본문을 유대인(과 구약 전공자 일부)은 히브리 성경(Hebrew Bible)이라고 일컫는다. 기독교는 유대교와 달리 신약(New Testament)를 정경으로 인정한다.

기독교인들은 구약과 신약을 모두 읽는다. 나는 기독교 신자로 성경 전체를 읽어 왔으며 지금은 신약학 전공자로서 신약 본문 해석을 위해 구약을 연구한다. 내가 구약 본문을 공부할 때 자주 참고하는 주석 중 하나는 JPS Bible Commentaries이다. 내가 알기론 오랫동안 업데이트가 안 되고 있지만, 출간된 책은 반드시 참고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유대인과 기독교인 사이의 관점적 차이가 존재할 수 있지만, 혹여나 비유대인이나 비기독교인, 무신론자도 관련 주석을 집필하고 연구를 진행한다 하더라도, 구약과 랍비 해석 전통에서만큼은 유대인이 최고 전문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기독교 진영 학자들이 뛰어난 주석을 많이 내놓고 있어서 유대인 학자의 글을 참고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기는 하다.

반면 유대인들의 신약 해석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유대 전통에서 신약을 해석하는 시도들이 진행되었지만, 최소한 국내에서는 큰 반향을 일으킨 적이 없다. 이번에 『유대배경으로 읽는 복음서』를 읽은 이유는 순전히 이 책이 내 연구 관심사와 연관되어 있어서이다. 나는 요한복음 10장을 본문으로 목자-왕 전승을 중심으로 메시야 사상과 예수의 죽음에 관한 가르침의 기원을 밝혀야 한다. 비록 저자는 복음서에서 마가복음을 중점적으로 다루지만, 그의 연구는 확실히 내 연구에 도움이 될법하다. 

저자가 유대인 학자임에도 웬만한 기독교 신약학자 이상으로 복음서의 핵심 주제를 잘 다루고 있다는 점은 확실히 놀랍다. 표지에 적힌 대로, 저자가 현존하는 최고의 유대 학자 중 하나로 꼽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싶다. 이 책에서 확인한 그의 연구 능력은 과히 놀랍다. 

하지만 기독교 신자로서, 특히나 이 주제에 조금이라도 익숙하다면 그의 논지는 그리 놀랄만한가 싶다. 복음서를 유대배경으로 읽는다는 전제는 나에게 너무나 익숙하고, 그의 진술 역시 나에게는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가 유대인 학자로서 이런 연구를 진행했다는 사실 하나가 놀라울 뿐이다. 솔직히 말해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재밌게 읽은 부분은 잭 마일스의 서문이다.

물론 이 지점에서 고민해야 할 주제를 던져주긴 한다. 분명 나를 비롯해 수많은 기독교인이 유대계 기독교인에 대해 무관심할 거다. 그들의 존재와 그들의 믿음에 대해 생각할 계기가 없었을 거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가 얼마나 당연하게 유대교와 기독교를 분리하며 살고 있는지 고민해 볼 지점을 마련해 줄 거다. 

저자의 견해에 대한 내 생각은 여기서 다루지 않기로 했다. 저자마다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고, 내 생각은 내 저술에서 펼치면 되니까 말이다.

혹여나 내 후기가 이 책을 혹평한다고 짐작할 거 같아서 말미에 오해를 방지하고 싶다. 이 주제에 관해서는 이 책만큼 명쾌하고 논리정연한 연구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고 평가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꼭 읽어보시라.

유대배경으로 읽는 복음서
국내도서
저자 : 다니엘 보야린 / 이학영역
출판 : 감은사 202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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