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과연 과학과 신앙이 배타적일까? 합리주의와 성령의 영감을 절대적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은 그렇다고 답하리라.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과학과 신앙은 결코 배타적이지 않다. 과학이 이성을 사용하여 규칙을 발견하고 규명해낸 결과를 받아들이듯이, 신앙도 그러하다. 오래 전부터 신앙은 신학으로 체계화되어 왔다. 따지고 보면, 역사적으로 신앙이 과학 보다  먼저 이성적으로 규명하고자 시도해온 셈이다.

사실상 과학은 기독교화한 사회의 산물이다. 그리고 수많은 과학 철학자들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것만큼 과학이 본 궤도에 접어든 것은 어떤 특정한 기독교적인 태도가 기독교 이전의 철학에 가미되었을 때 비로소 가능했다는 사실을 지적해왔다. 화이트헤드(A. N. Whitehead)는 「과학과 근대 세계」(Science and the Modern World)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러나 나는 아직까지도 중세주의가 과학 운동의 형성에 기여한 최대의 공헌을 부각시키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와 같은 유럽 사상의 특색을 다른 문화권과 비교해 볼 때, 과학의 기원은 오직 한 가지 밖에 없는 것 같다. 그것은 하나님의 합리성을 주장한 중세 사상, 즉 여호와의 인격적 에너지와 한 헬라 철학자의 합리성에 의해 배퇴된 사상으로부터 온 것임에 틀림없다. [자연의] 세칙은 감독 아래 있고 질서 정연한 상태였다. 즉 자연의 탐구는 합리성을 믿는 믿음을 옹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몇몇 개인의 공공연한 믿음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기억했으면 한다. 내 말이 의미하는 것은 수세기 동안 의심 없이 수용되어 온 신앙이 유럽의 지성에 새겨 놓은 각인(刻印)이다. 나는 단지 말로 된 신조가 아니라 깊이 뿌리박힌 사고의 특색을 이야기하고 있다.[각주:1]
 

 

  1. Oliver Barclay,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 서울: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 2001, 156.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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