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나는 선지자가 아니요 나는 농부라"(슥 13:5)


만군의 여호와께서 우상숭배를 끊으시고 선지자들과 더러운 귀신들을 쫓아내실 때(2절), 예언은 사라지고(3절) 선지자들은 자신의 신분을 감춘다(4-6절).


요 몇 일 기독교선교단체의 공금횡령이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재빠른 사실관계 확인으로 소속단체와 당사자에 대한 정보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듯 싶은데, 한국을 대표한다는 대형교회에서 큰 사건들을 연이어 터뜨려주고 있어 착잡한데 선교단체까지 비리가 발생했다고 하니 꽤나 실망한 분위기이다.


한국교회의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개신교인들은 자신이 교회다닌다는 사실을 왠만하면 드러내려하지 않았다. 조직 내에서 불편함을 감수하고 싶지 않은 이유가 가장 크겠지만, 대외적인 이미지도 작용했을 터이다.


이런 이유에서인가 목회자들도 교인들과 무리지어 다닐 때 목사라는 칭호를 부담스러워 하곤 한다. 유난히 큰 목소리로 자주 불러서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건지, 교회 내부의 주된 문제요인으로 지적 받는 탓인지 알 길이 없지만.


논문을 위해 이 구절을 주해하며 갑자기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선지자 대신에 목사라는 단어를 넣어 읽어도 적절한 적용이 되는 현실이 되고 있지 않은가 하는 걱정 때문이다.


교회에서든 밖에서든 성도들은 개교회 소속의 목회자가 아니더라도 전도사라고만 해도 살갑게 대해준다. 목회자들이 감당해야 할 수고와 현실적 어려움을 공감해 주시기 때문인텐데, 더 이상 자신의 신분을 감추어야 할 시대가 다가온다면 얼마나 참담할까?


존경받는 목회자는 못 되어도, 신분을 감추는 목회자는 안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