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신약학 전공으로 신학석사 졸업논문을 진행하고 있는데, 요 몇 일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졸업논문이라고는 하지만 성경연구가 직업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성경연구를 통해 깨달음과 교훈을 얻으면 감동하며 내 신앙에 적용해야 하는데, 감동은 받았으나 적용은 없고 풀어야할 실타래에 집중하고 서술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내가 성서학을 전공하고자 했을 때 특히 예레미야서를 원했던 이유는 아마도 그의 삶이 나에게 주는 감동 때문이였을 터이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철저히 순종하고 삶의 마지막을 하나님의 심판에 놓인 이스라엘 백성들과 함께 한 예례미야. 그는 눈물의 선지자로 일컬어진다. 철이 없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예레미야를 본받고 싶었다. 목회자로 부름을 받은 내 자신부터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었다. 성서학은 하나님의 말씀을 깨닫고 내 삶을 변화시키며 성도들을 양육할 도구라고 믿었다. 이러한 믿음은 지금도 가지고 있고 성경 전체를 설교하고 싶은 마음도 여전하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부끄럽다. 성서학에 대한 갈망대로 신학지식은 쌓여가고 성경연구기술은 체계적으로 훈련되고 있으나, 정작 내 삶은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는듯 싶다. 아마도 나는 바리새인 보다 못한 처지인가 보다.

학부생 시절 교부신학으로 가슴이 뜨거웠던 적이 있다. 초대교회 사도들의 가르침대로 살고자 사막에서 수련에 전념했던 교부들은 자기를 부인하고자 몸부림쳤다.

어쩌면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건, 그리고 앞으로 치열하게 다투어야 할 다툼은 자기부인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성경연구는 지식습득이 목적이 아니다. 성경연구는 하나님의 뜻대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을 얻는 자양분이다. 그런데 나는 졸업논문이라는 하나의 과정에 치우쳐 있다. 숲을 봐야하는데 나무를 보고 있다. 감사하게도 하나님께서 '자기부인'에 대해 반성할 기회를 주셨으니, 묵상과 기도로 자기부인을 위한 시간을 가져야겠다. 그리고 다시는 주어지지 않을 이 시간을 허투로 쓰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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