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23은 목자-양 유비가 가장 충만한 시이자 성경 본문이다. 기자는 여호와가 자신의 목자이므로, 자신에게는 더 이상 구할 것이 없다고 선언한다 (1절). 그 이유는 하나님께서 목자로서 자신을 푸른 풀밭에 누이시고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시기 때문이다 (2절). 목자가 양 떼를 목양하듯이, 자신은 하나님으로부터 충분한 공급을 받았다. 자기 삶에서는 자기 영혼이 소생되었고 하나님께서 그의 이름을 위하여 자신을 의의 길로 인도하셨다고 고백한다 (3절). 또한 자신이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는 하나님이 자기와 함께 하시며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로 지켜주시기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4절). 목자의 인도와 보호가 극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목자-양 유비에서 전장으로 공간이 이동한다 (5절). 기자는 원수와 대적하고 있으며, 군주가 전장에서 장수를 격려하듯이 하나님께서 그를 대접하신다. 많은 학자가 마지막 장면은 장례식이라고 가정한다 (6절). 이런 가정이 맞다면, 기자는 자신의 삶을 회고했을 때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통치를 신뢰하며 앞으로 영원히 여호와의 집에 거한다고 선포한다.
어느덧 중년이다. 아직 젊은 나이이고 평균적으로 비교해 보면 그리 어려운 삶을 살지 않았다. 어떤 방식이든 대체로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왔고, 내가 결단한 것은 대부분 성취했다. 내 삶의 일부를 아는 이들은 나에게 감사할 것이 많다고 말하기도 한다. 많은 것을 갖거나 위대한 성취를 이룬 삶은 아니지만, 내 꿈을 성취해 가는 삶을 살고 있으니, 축복받았다고 살 수 있다.
반면 남에게 말할 수 없는, 때로는 가족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나를 찍어 눌어, 말 그대로 고독을 자주 느낀다. 다행이라면 인생의 선배들이 자신의 삶을 나누어 주신 덕분에 그것을 자양분으로 삼아 타인에 대한 공감이 넓어지고, 고통을 이겨내는 힘이 세지고 있다.
앞으로 인생을 장담할 수 없지만, 박사 학위를 취득해서 강단에 설 수 있다면, 20여 년은 내가 원하던 학자의 삶을 살 수 있다. 나의 삶이 마쳐갈 때쯤 나 역시 시편 기자처럼 고백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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