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로디아”는 헤롯대왕 가문의 여자에게 주어지는 성(feminine patronymic)이다.[각주:1] 그녀는 헤롯 대왕의 손녀이자 아리스토불러스(Aristobulus)의 딸이며 헤롯의 질녀이다.[각주:2] 원래 빌립과 결혼하여 살로메를 낳았으나 이혼하고 헤롯과 결혼한다.[각주:3] 빌립은 헤로디아의 사위인 분봉왕 빌립과 다른 인물이다.[각주:4]
France, The Gospel of Mark, 258; Lenski, The Interpretation of St. Mark’s Gospel, 250 [본문으로]
Guelich, Mark 1-8:26, 331; Hooker, The Gospel according to St. Mark, 160; Lenski, The
Interpretation of St. Mark’s Gospel, 250; Cranfield, The Gospel according to Saint Mark, 209 [본문으로]
헤롯은 헤롯 대왕의 아들인 헤롯 안티파스를 가리킨다. 안티파스는 주전 21년에 태어났고, 로마에서 교육을 받았다. 14절에서는 왕으로 소개하지만, 실제로는 분봉왕(tetrarch)이었다. 분봉왕이란 “1/4 지역의 통치자”란 의미이고, 로마 정권에 의해 임명되지만 유대인들은 관례적으로 왕이라고 불렀다. 통치지역은 갈릴리와 베뢰아 지역이며, 그 기간은 주전 4년-주후39년이었다. 그의 통치는 그리스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교활하고 무자비한 성격이며 사치스러웠다.
17절 전에 헤롯이 자기가 동생 빌립의 아내 헤로디아에게 장가 든 고로 이 여자를 위하여 사람을 보내어 요한을 잡아 옥에 가두었으니
이 이야기는 헤롯이 세례 요한을 죽인 사연을 다루고 있다. 마가의 설명에 의하면, 이전에 헤롯은 동생 빌립의 아내 헤로디아를 위해서 사람을 보내 세례 요한을 잡아 감옥에 가두었다. 원문에서 이 문장은 “자기가(Auvto.j)”로 시작하여 요한의 죽음에 대한 헤롯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각주:1] “고로”로 번역된 “왜냐하면(ga,r)”은 헤롯이 요한의 목을 벤 이유를 밝혀준다.[각주:2] “헤로디아를 위하여(dia. ~Hrw|dia,da)”는 요한의 구속에 영향을 미친 인물을 밝혀주는 역할을 한다.[각주:3] 헤롯이 동생의 아내인 헤로디아를 위해 이런 조치를 취한 이유는 그녀와 결혼했기 때문이다(o[ti auvth.n evga,mhsen). 율법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는 마가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각주:4] 그러나 마가는 헤로디아를 “동생 빌립의 아내”라고 소개하여 이 결혼의 위법성을 지적하고 있다. 그 근거인 레18:16과 20:21에서는 형제의 아내와의 성관계를 금지한다.[각주:5] 이 규례를 형사취수법(Levirate marriage)이라고 하며, 이 용어는 “남편의 형제”라는 의미의 라틴어 levir에서 유래되었다.[각주:6] 히브리어로는 יָבָם이며, יְבָמָהּ는 “남편의 형제의 의무를 행하다”는 의미이다.[각주:7] 신 25:5에 의하면, 결혼한 남자가 아들 없이 죽으면 그의 형제가 미망인과 결혼해야 한다.[각주:8]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첫 아들이 죽은 남편의 이름을 잇도록 해서 이스라엘 중에서 그 이름이 끊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신 25:6).[각주:9]
- 형사취수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 -
이 당시에는 자식을 낳지 못하고 죽은 사람은 이름을 남기지 못한다고 믿었다(삼상 24:21; 삼하 14:7).[각주:10] 그리고 죽음이 개인의 존재를 완전히 사라지게 한다고 여기지 않고, 죽은 자들의 이름을 갖도록 해야 이 땅에서 그 영혼들이 살아가며 그들과 교류할 수 있다고 믿었다.[각주:11] 이러한 신념에 따라 죽은 남편이 이스라엘에 남아있도록 하기 위해 그의 형제와 미망인이 결혼하여 아들을 낳도록 했다.[각주:12] 그리고 두 사이에서 낳은 첫 아들을 죽은 남편의 자식으로 여기고 그에게 이름을 물려주었다.[각주:13] 이스라엘인들에게 남자의 이름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그 중 한가지는 재산상속과 관련이 있다.[각주:14] 히브리어 !B을 할라카와 70인경에서 “자식”으로 번역되었으므로 형사취수법은 남편이 아들이나 딸에 상관 없이 자식을 낳지 못하고 죽었을 경우에 행해지는 의식이라고 주장도 있지만,[각주:15] 명백히 “아들”이 없을 경우로 한정 지어야 한다. 전통적으로 이스라엘에서는 가장이 죽으면 아들에게 재산이 상속되었다.[각주:16] 이러한 배경에서 슬로브핫의 딸들의 요청이 나왔다(민 27:1-11).[각주:17] 슬로브핫은 자식들을 낳고 죽었지만, 그들은 모두 딸이어서 재산을 상속 받을 수 없었다(민 27:1).[각주:18] 본문에는 슬로브핫의 아내에게 형사취수법을 적용하라는 언급이 없으므로, 그녀는 이미 죽었거나 불임상태로 여겨진다.[각주:19] 또한 슬로브핫의 딸들은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간주해야 하는데, 만약 결혼한 딸이 있었다면 그 재산은 그녀의 남편에게 상속되므로 이러한 요청이 제기될 이유가 없다.[각주:20] 대상 2:34-35에서 아들을 낳지 못한 세산은 딸을 종 야르하와 결혼시켜 가문을 이어가도록 하였으며, 느 7:63과 스 2:61에는 제사장인 바르실래의 딸과 결혼하여 장인의 이름을 물려 받은 자에 대한 기록이 나오는데, 이러한 사례들은 모두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각주:21] 합법적인 재산상속이 불가능한 처지에 놓인 슬로브핫의 딸들은 아들이 없다고 아버지의 이름이 끊어지는 현실을 한탄하고, 자신들중에서 아버지의 재산을 상속 받게 해달라고 요구한다(민 27:4). 하나님께서는 이 요청을 수락하시고, 그녀들이 아버지의 재산을 상속 받고 그 이름을 남길 수 있도록 허락하셨다(민 27:7).[각주:22] 이러한 상황을 미루어 보면 슬로브핫의 딸의 요청이 있기 전에는 딸에게는 재산상속권이 없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로는 재산상속 순위가 변경된다(민 27:8-11). 이제는 딸들도 재산상속이 가능해졌다. 그렇다고 해도 재산상속의 우선권은 여전히 아들에게 있으며 딸은 그 다음이다(민 27:8).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길르앗 가족의 두령들은 슬로브핫의 딸들이 다른 지파의 남자들에게 결혼하게 될 경우 상속 받은 땅이 결혼한 남자들의 지파에 속하게 되어 조상들의 기업에서 감삭되고, 희년에는 자신이 속한 지파의 재산이 되고 조상들의 기업에서 영원히 감삭되리라고 여겼다(민 36:1-4). 하나님께서는 이들의 말을 옳게 여기셔서 슬로브핫의 딸들이 자신이 속한 지파의 남자들과 결혼해서 상속 받은 땅이 영구히 조상들의 기업에 속하도록 했다(민 36:5-12).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땅은 하나님께서 나누어 주신 선물이므로, 각 지파는 분배 받은 땅을 보존할 책임이 있다. 그러므로 형사취수법은 죽은 형제의 재산을 상속 받을 아들이 없을 경우를 위해 존재하며, 가족의 재산을 보존하는데 목적이 있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각주:23] 그러나 여전히 간과되고 있는 사안은 미망인에게는 재산상속권한이 없다는 사실이다. 나오미가 남편과 아들들이 죽은 후에 잠시 동안 재산을 관리했었지만, 그 권한은 고엘(la;G, 구속자)인 보아스가 나타나기 전까지였다(룻 4:3-4).[각주:24] 미망인에게 재산상속권한이 없었던 이유는 아마도 외부인과 결혼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으로 보인다(참조. 민 36:5-12). 그래서 신 25:5는 미망인들에게 공동체를 떠나 외부인과 결혼하지 말라고 명령한다. 남편은 죽었어도 공동체의 일원으로 남아야 한다. 그녀에게는 후사(heir)를 낳을 의무가 있다. 비록 남편은 죽었지만 그의 형제가 남편의 대리인이 되어 줄 터이다. 그러므로 미망인은 후사를 위해서 죽은 남편의 형제와 결혼해야 한다.[각주:25] 죽은 남편의 형제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죽은 형제의 후사를 위해서 미망인과 결혼해야 한다. 그리고 형사취수법에 의해 태어난 첫 아들을 죽은 남편의 아들로 삼아 재산을 상속 받도록하고 미망인과 그 가족을 부양하도록 해야 한다.[각주:26]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이야기로는 창 38장과 룻기가 있다.[각주:27] 요세푸스에 의하면, 형사취수법은 죽은 남편의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그 재산이 친족에게 넘겨지지 않고 미망인에게 제공되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한다.[각주:28] 다시 말해 형사취수법을 통한 재산상속은 죽은 자의 가족을 보호하는데 목적을 둔다.[각주:29] 결국 형사취수법은 후사를 남기지 못한 가정의 재산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또한 이 규례들은 근친상간과 난잡한 성행위를 금지하는 법에 속한다(레 18:6-18; 20:1-21). 이러한 규례가 등장한 배경에는 가족의 구성원들이 성적 학대의 두려움 없이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동업해야 하며, 모두가 부부간의 유대감을 존중해주어야 하는 상황이 뒷받침되어 있다.[각주:30] 다윗 가족의 비극을 가져온 다말과 암몬의 경우처럼 근친상간은 가족간의 질투와 증오를 가져오고 결국엔 심각한 분열을 가져오므로(삼하 13:1-18:33), 이러한 제재를 통해 가문의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각주:31] 사회학적으로는 가족 구성원의 일부인 여성들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각주:32] 고대 이스라엘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낮은 사회적 지위에 놓여 있었으므로, 엄격한 성적 제재는 여성들이 남성들의 성적 노리개로 전락하는 상황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각주:33] 남성에게는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여성의 성적 순결을 지켜줄 의무가 있다.[각주:34] 이 밖에 가족의 혈통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각주:35]
마가는 빌립은 헤롯의 형제로 소개하지만, 실제로는 이복형제이다. 그러므로 엄밀히 말해 “형제”란 의미의 avdelfo,j란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마가는 레 18:16과 20:21를 근거로 삼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 단어를 선택했다고 여겨진다. 의도적인 단어 선택이 아니었더라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유대인들은 이들의 가족관계에 대해 잘 알고 있었으므로, 이러한 비판을 근거로 유대사회에서는 이복형제와의 결혼도 허용되지 않았다고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b.Yebam. 55a에서는 이복형제의 아내와는 결혼을 금지하고 있다.[각주:36] 아마도 레 18:16와 20:21에서 형제로 범위를 제한한다는 이유로 이복형제의 아내와 성관계를 갖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여 형제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서술했을 가능성이 있다. 쿰란문서에서는 그 범위를 더욱 넓혀 질녀(niece)와의 결혼도 금지한다(CD 5:8-11).[각주:37] 그러므로 요한의 지적에는 결함이 없다.
만약 헤롯과 헤로디아의 결혼이 형사취수법에 따른 경우였다면, “동생 빌립의 아내”라는 소개는 그 정당성을 입증해준다. 헤롯은 아들을 낳지 못한 빌립의 대리자로서 후사를 남기려고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빌립은 아직 죽지 않았다. 그러므로 두 사람의 결혼은 형사취수법에 근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본문에서는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요세푸스에 의하면, 로마로 향하던 헤롯은 빌립을 방문하게 되는데, 이 때 그의 아내인 헤로디아를 사랑하게 되었고 청혼을 통해 결혼하게 되었다고 한다(Ant. 18.109).[각주:38] 분명 이복형제의 아내에게 청혼을 한 헤롯의 행동은 경악을 금치 못할 만큼 패륜적인 행동이다. 헤롯은 오직 자신의 성적 욕망을 위해 율법을 어기고 사회적 질서에 혼란을 야기시키고자 한다. 결국 헤로디아와의 결혼은 헤롯의 탐욕에서 비롯되었으므로 이와 관련한 책임은 헤롯에게 있다. 그래서 마가는 세례 요한의 죽음의 책임을 헤롯에게 묻는다. 헤로디아의 반응 역시 놀랍다. 헤롯의 청혼을 선뜻 받아들인 헤로디아는 로마시민의 권리를 활용해 빌립과 이혼한 후 헤롯과 결혼한다.[각주:39] 이 당시에도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들이 있었는데, 이들 역시 이혼의 정당성을 로마법에서 찾았다(참조. 10:12).[각주:40] 하지만 율법은 아내의 이혼 요구를 허용하지 않는다(Josephus, Ant. 15.7.10 §§259–60; 18.9.6 §§353–62; m. Yebam. 14:1; Abrahams, Studies, 1:66–72).[각주:41] 비록 로마시민권자라도 그들은 유대인으로서 율법을 우선적으로 따라야 한다.
그러므로 빌립과 헤로디아의 이혼은 성립되지 않는다.[각주:42] 헤로디아의 입장에서는 정당한 권리에 의한 이혼과 결혼이었다 하더라도, 그녀는 여전히 빌립의 아내이다. 율법에 의하면 두 사람은 형사취수법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니면 결코 결혼할 수 없으므로, 결혼은 명백히 간통에 해당한다.[각주:43] 이러한 이유로 유대인들은 두 사람의 결혼을 인정하지 않았다.[각주:44]
누구든지 그 형제의 아내를 취하면 더러운 일이라 그가 그 형제의 하체를 범함이니 그들이 무자하리라(레 20:21)
율법에서는 형제의 아내와 결혼을 금지하며, 오직 형제가 아들 없이 죽었을 경우에만 결혼을 허용한다(신 25:5-10).[footnote]France, The Gospel of Mark, 256; Guelich, Mark 1-8:26, 331; Collins, Mark, 307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