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신학교 학생들은 학기 말이라 페이퍼를 쓰느라 정신이 없다. 빠르면 이번 주 제출, 아니면 다음 주가 마감일 거다. 가끔 목사님들과 강도사님, 전도사님들이 나에게 페이퍼를 쓰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들이 볼 때 나는 연구 주제가 확실하고 페이퍼를 잘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인가 보다. 최근엔 영국 박사 과정 합격증까지 받았으니 그 신뢰도가 더 올라간 분위기이다.
페이퍼로 고민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동일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1. 연구 주제가 없다
2. 연구 범위를 선정할 줄 모른다
3. 주장이 없다
4. 구조를 잡는 방법을 모른다
한두 가지로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쓰다 보니 숫자가 점점 늘어나서 이 정도로...
석사 과정에서 페이퍼로 고민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특히 연구 주제는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내가 정말 심각하게 여기는 지점은 그들에게 '신학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어떤 질문을 하고 있느냐?'이다. 이 말은 학위와 진로에 관한 질문이 아니라 순수하게 '신학을 통해 어떤 질문에 답을 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학위 과정 내내 연구 주제를 찾느라 고생할 거 같다.
나는 웨신 신대원 시절부터 저 질문에 답하고자 노력했다. 이 과정을 쓰면 글이 길어져서 건너뛰고, 박사 과정 진학을 위해 자기소개서(SOP: Statement of Personal)를 쓰는 과정에서 내 학업 과정이 결국 저 질문에 답하려는 노력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동안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과제를 "처리"하느라 근본적인 질문을 잠시 잊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 그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다들 저마다 목적이 있겠지만, 유학이라는 쉽지 않은 길을 택한 이들이기에 지금 학업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으면 좋겠기에, 시간이 된다면 '나는 신학을 통해 어떤 질문에 답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답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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