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가 끝났지만, 과제물을 붙들고 있는 한인 학생들을 도서관에서 자주 마주친다. 저마다 사유는 다르겠지만, 바람대로 페이퍼가 잘 써지지 않아 고민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들을 응원하는 마음과 달리, 이런 풍경을 몇 학기 동안 보고 있으니 답답하기도 하다. 특히 몇몇 학생으로부터 교수에게 "extension"을 요청해야겠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답답함은 더해진다.
과목 담당 교수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수업 마지막 날 혹은 그다음 주로 제출 기한이 정해진다. 간혹 제출 기한을 넘겨도 감점을 하지 않는 교수들이 있긴 하지만, 형평성 문제 때문에 기한을 넘기면 그 날짜에 따라 점수 차등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성적을 잘 받으려면 과제는 제출 기한 내에 제출해야 한다.
마감일을 지키지 못하는 사유는 다양하겠지만, 결과적으로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담당 교수로부터 이런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 학생은 해당 과목에 관한 연구 주제를 찾을 줄 모른다' 혹은 '이 학생은 자신의 연구 주제에 관하여 기한 내에 완성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 등등
특히, 학생은 "extension"(연장)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성적표에는 "incompleted"(미완성)라고 찍힌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간혹 자비로운 교수들은 마감일을 연장해주고 학생의 성적표에 "incompleted"라는 낙인이 찍히지 않도록 배려하는 대신 성적은 공정하게 조정하기도 하지만, 교수로부터 후한 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간혹 성적표에 "incompleted"라는 단어가 있어도 성적이 좋으면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더 나은 페이퍼를 남길 수 있다면 차라리 "extension"을 요구하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지만, 나는 이런 조언에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미 기한을 놓친 페이퍼는 더 나은 성적, 더 나은 결과물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론적으로 석사 과정은 전공에 관한 깊이를 맛보여 줄 수 있는 글을 요구하지만, 현실에서는 마감일 내에 얼개를 완성할 수 있는 역량을 더 높이 평가한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