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학 전공자인 내가 구약의 종말론에 관심을 두고 있는 이유는, 예전부터 구약성경과 종말론이란 주제에 모두 흥미를 갖고 있고, 무엇보다 내 박사 학위 논문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독특하게도 구약의 종말론은 메시아사상과 묶여 있어서 필연적으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주제이다.
여기에 게하더스 보스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가 더해져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보스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바울의 종말론』을 읽어 본 독자들은 동감할 텐데, 난 그 책 하나로 보스의 천재성에 매료되었다.
그에 반해 이 책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엮은이 제임스 데니슨 2세가 밝혔듯이, 이 책은 보스의 생전에 작성된 원고와 학생의 필기 등을 엮어 만들어졌다. 학창 시절 강의안을 받아 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제아무리 유능하고 성실한 교수라도 개괄적인 내용을 간략하게, 그리고 핵심 내용만 학생에게 전달할 수 있을 정도로 강의안을 작성하고 배포하는 경우가 허다해서 학생들은 강의 없이 강의안만으로 수업을 따라가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 책을 집중해서 읽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태생적 원인에 있지 않나 싶다.
다행히 이 책은 장마다 해당 주제의 핵심을 중점적으로 기술했으며, 논의의 정곡을 파고들고 있어서 무엇하나 버릴 것이 없다. 미완성 원고이지만, 저자의 천재성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비평학자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했던 시대적 상황에서, 저자는 비평학자의 주장을 제대로 이해한 후 그들이 가진 허점을 논리 정연하게 비판하며 성경의 진리가 무엇인지 밝힌다.
저자는 성경에 나타난 용어를 정의하는 작업으로 시작하여 주해를 통해 신학적 틀을 정립한 후 다시 각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큰 그림 아래 일관성을 갖고 각 장을 서술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태도야말로 현대 성경신학자가 배우고 지향해야 할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완성작은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었을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로 저자의 뛰어난 통찰이 담겨 있기에 구약의 종말론에 관심이 있다면 꼭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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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약의 종말론
- 국내도서
- 저자 : 게하더스 요하네스 보스(Geerhardus Johannes Vos) / 박규태역
- 출판 : 좋은씨앗 2016.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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