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영국 박사 과정은 입학 후 바로 논문과 관련된 작업을 수행하며, 매년 진행 과정을 평가한다. 이 보고서를 내가 재학 중인 학교에서는 Annual Progress Reports라고 부른다. 방금 Reviewer Reports를 확인했다. 총평은 Yellow (satisfactory with minor concerns)가 나왔다. 사유는 내 논문 제출 목표 기한이 촉박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관해서는 미리 지도 교수와 대화를 나누어서 예상하였다.

솔직히 나에게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돈이다. 박사 과정을 시작한 이후 두 번 연속 Green (satisfactory)을 받았고, 이번에도 내가 제출 기한을 넉넉하게 잡았으면 또 Green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최대한 빨리 박사 과정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복귀하고 싶다. 애초에 2년을 목표로 잡았으나, distance learning으로 학업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고, 그 외 지도 교수의 사정이나 여러 상황이 겹쳐서 학업 일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내 주변 박사 과정 학생들 역시 최소 1년 이상 학업이 연장된 상황이다.

이 학교는 일 년 학비를 일시불이든 할부든 다 내야하고, 혹여나 한 학기 안에 마쳐도 반환해 주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3년 전체를 채우는 대신 논문의 질을 높이는 쪽을 선택했다.

결국 학비와 생활비 등 재정적으로 초과 지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예전만큼 열심히 공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정 수준 이상의 글은 써내고 있고, 내 목표 기한 내에 큰 무리 없이 마무리를 지을 수 있는 상황이다. 역시 문제는 학업을 마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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