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심정은 터미널의 가장 깊은 곳에서 어둠의 절정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터미널 출구의 희미한 불빛을 보고 희망에 기댈 때 느끼는 일종의 양가감정이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논문은 절반조차 쓰지 못해서 얼마나 더 많은 시간과 재정을 쏟아야 할지 모르는 불안감이 절반이고, 학위 논문을 제대로 완성할 수만 있다면 박사 학위라는 내 목표가 성취되는 동시에 학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머지 절반을 채운다.
최근 한국에 방문했을 때 내 상황을 몇몇 교수님들과 나누었다. 그분들은 내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셨다. 지도교수의 평가나 연구 등 모든 것들이 순조롭다고 말하셨다. 불안감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긍정적인 현실을 애써 외면할 필요는 없다. 성적과 무관하게 마라톤 결승점을 통과했을 때 느낄 그 희열을 기대하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내딛는 것만이 나의 의무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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