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사무엘상에서 매년제(annual sacrifice)는 총 세 번(1:3, 21; 2:19) 사용된다. 초막절이 이 매년제의 정체라는 주장이 꽤 있다. 다윗이 사울을 피하려의 매년제의 정체(20:6, 29)도 규명되어야 하는데, 앞 세 용례와 달리 초막절이라는 주장은 없다. 대표적으로 수잔 애커만(Susan Ackerman)은 앞 세 용례는 초막절이고, 마지막 용례는 씨족 제사(clan festival)라고 주장한다.

애커만이 꼽은 초막절의 주요 특징은 매년 순례 절기(annual pilgrimage feast)와 여성 참여이다. 그녀는 다른 매년 순례 절기는 남자만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는 절기인 반면 초막절은 여성도 참여하는 절기라고 본다. 그래서 그녀는 사무엘상 1-2장의 매년제는 엘가나와 그의 가족이 참여한 매년 순례 절기라는 특징을 고려해 초막절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또한, 한나의 기도가 찬양이라는 해석을 통해 초막절에서 여성 참여로 구별되는 특징 중 하나인 춤과 연결한다.

애커만의 방대하고 치밀한 배경 연구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사무엘상의 매년제가 초막절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상당히 빈약하다. 반박을 위해 내가 제시하는 첫 번째 근거는, 매년제가 매년 순례 절기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애커만의 연구에 따르면, 엘가나 가족의 거주지와 실로 사이의 거리는 하루 여행길이다. 사사 시대 실로의 종교적 중요성을 인정하더라도,  군주제 이전과 이후 현실적인 이유로 거주지에서 하루 이동 거리 이내에 지역 성소가 존재했다면, 엘가나 가족의 이동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며, 매년제를 순례 절기로 단정 지을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더하여 순례 절기가 실제로 시작되는 시점이 언제냐는 의문이 제기되는데, 나는 솔로몬이 초막절을 집행한 이후라는 잠정 결론을 갖고 있다. 엘가나 가족의 매년제는 가족 단위의 제사일 수 있다. 다윗은 사울과 동석해야 하는 초하루 식사에 결석하는 이유로, 매년제를 위해 자신의 가족이 거주하는 베들레헴으로 이동했다는 변명을 제시하는데, 이 말은 주거지를 중심으로 즉 실로 이외의 장소에서 매년제를 실시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두 번째 근거는, 초막절만이 여성이 참여하는 매년 순례 절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매년 순례 절기 명령은 남성에게 요구되는 절기이지만,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은 가족을 대표할 뿐이며, 남성은 자신은 물론 가족 전체가 절기를 지키도록 해야 할 의무를 갖는다. 초막절에서 유독 여성의 참여가 부각되는 이유는 사사기 21:19-23에 나타난 대로 "춤추는 여자들" 때문인데, "즐거움"이 강조되는 추수감사제 성격의 초막절 고유의 특징 중 하나일 뿐, 이 절기만이 여성이 참여하는 절기라는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 다윗의 매년제도 가족을 위한 제사라고 부연한다.

무엇보다, 한나의 기도는 노래라는 주장으로, 사사기 21장의 "춤추는 여자들"처럼, 한나를 노래하는 여인으로 초막절의 주요 특징을 드러낸다는 해석의 허점이다. 한나의 기도가 노래라는 주장은 차치하고, 개인의 노래가 집단 축제의 춤과 동일시 될 수 있다는 해석은 초막절의 여성 참여라는 전제을 위한 과도한 주입식 해석이라 할 수 있다.

사무엘상은 매년제의 정체를 규정할 만한 단서를 제공하지 않는다. 반면 매년제를 통해 엘가나 가문과 엘리 가문의 대조, 그리고 엘리 가문에서 사무엘에게 정치적 종교적 지도력 이양을 서술한다. 이같은 특징을 고려한다면, 매년제는 가족 중심 제사로 결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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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사사기 21장 19절의 축제와 사무엘상 1장의 매년제는 서로 다른 행사라는 결론을 내렸다. 앞 구절은 초막절이 확실하고, 뒤 구절은 절기로 특정할 수 없으나 확실히 초막절은 아니라는 결론이다. "사사기 21장 19절과 사무엘상 1장에 나타난 초막절"과 "희년서와 사무엘상에 나타난 초막절, 그리고 창세기의 아브라함 언약"에서 사무엘상 1장이 초막절을 배경으로 한다는 부분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 다만 이전 글 이후 갱신이 되지 않았고, 마침 발표를 위해 소논문 형식으로 재작성을 하고 있어서 최근 조사를 반영하고자 한다.

두 본문에 나타난 행사의 정체를 다루기 전에, 내 전제 사항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1. 저자/편집자는 절기 자체에는 관심이 없다.
2. 군주제의 시작과 관련이 있다.

사사기 21장 19절은 "실로에 매년 여호와의 명절이 있도다"라고 진술되어 있다. 사무엘상 1장은 3절에 "매년 자기 성읍에서 나와서 실로에 올라가서 만군의 여호와께 예배하며 제사를 드렸는데"라고 기록되어 있고, 21절에 이 제사를 "매년제"라고 부른다. 두 행사는 실로에서 드려졌으며, 매년 시행되는 행사이지만, 그 행사의 이름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실로에서 매년 시행되는 행사이지만, 그 행사의 이름을 명시하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로 추측할 수 있다. 청중 혹은 독자가 잘 알고 있어서 적시할 필요가 없거나, 저자 혹은 편집자가 의도적으로 회피했을 가능성이다. 나는 후자를 지지한다.

사사기 21장은 회중의 장로들이 베냐민 지파의 멸절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실로의 여자들을 납치하는 기록이다. 베냐민 지파의 멸절을 막기 위해 실로 지역의 여자를 없애는 역설이 이 단락의 핵심 내용이다. 그래서 사사기 전체는 "그 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25절)이라는 말과 함께 마무리된다. 본문의 관심사는 실로의 여자 납치이며, 회중의 장로들이 제시한 대책이 시행으로 옮겨지는 시기가 바로 "실로에서 매년 시행되었던 여호와의 명절"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본문이 굳이 명절을 명시할 필요는 없어진다.

사무엘상 1장은 시대 상황에 대한 언급 없이 엘가나의 종교적 신실함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엘가나의 열심으로 인해 그를 비롯한 그의 온 가족이 매년제와 서원제를 드리게 된다 (21절). 엘가나의 열심과 한나의 서원은 엘리의 아들들의 행실(특히, 2장)과 대비된다. 이러한 대비를 위해 저자 혹은 편집자는 특정 절기를 명시하지 않고, "매년제"라는 애매한 표현을 사용한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매년제는 초막절의 성격과 거리가 멀다.

따라서, 두 본문의 저자/편집자는 절기 자체에 관심이 없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사사기 21장 25절이 "그 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라는 진술로 사사기 전체의 막을 닫았다면, 사사기 1장은 사무엘의 탄생 배경, 즉 엘가나의 열심과 한나의 서원이 전술된다. 사무엘은 사사-예언자의 전형으로 사사 시대를 마무리하는 인물이자 군주제의 시작을 여는 인물이다. 사무엘은 사울 왕조의 시작과 종말, 그리고 다윗 왕조의 시작에 동참한다. 사사기와 사무엘상은 "왕"이라는 주제로 연결된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두 본몬은 군주제의 시작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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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희년서와 창세기의 아브라함 언약
희년서(The Book of Jubilees)에서 초막절 본문은 두 구절(16:20–31; 32:4–29)이다. 첫 번째 초막절 본문은 16:20–31으로 이삭의 출생 이후 아브라함이 초막절을 축하하는 내용이다. 두 번째 초막절 본문은 32:4–29(세부적으로는 4–9절과 16–29절로 나눌 수 있다)이고, 라헬의 베냐민 임신 이후 야곱이 초막절을 지키는 내용이다.

1) 아브라함의 초막절 (16:20–31)
앞 10-19절은 이삭의 출생과 할례를 다룬다. 19절은 이삭을 출생한 아브라함과 사라의 크나큰 즐거움(they both rejoiced with exceeding great joy)을 서술하고 있다. 

이어 아브라함은 하나님을 위한 제단을 짓고 그 앞에서 7일 동안 즐거움의 축제를 연다(20절). 그는 축제 기간 자신과 하인들을 위한 초막을 짓는데, 이로써 그는 지상에서 초막절을 축하한 첫 사례가 된다 (21절). 이 기간에 아브라함의 즐거움이 반복적으로 강조되고, 그는 번제로 하나님께 감사를 표현한다 (22-28절).

28절에서 아브라함이 이 절기를 축하한 이유가 하늘 서판의 증언(the testimony of the heavenly tablet)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서 하늘 서판이 언급되는데, 29절에서도 그 서판이 이스라엘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이스라엘 백성은 초막절을 매년 지켜야 한다고 진술한다. 두 구절은 희년서 저자가 이 단락의 배경으로 아브라함 언약을 설정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2) 야곱의 초막절(32:4–9, 16–29)
앞 2절에서 야곱은 14일에 하나님께 십일조와 헌물을 드린다. 3절은 라헬이 베냐민을 임신했다고 서술한다.

이어 야곱은 15일에 자신의 서원대로 십일조를 드린다(5절). 그리고 그는 번제를 7일 동안 드린다(6절). 여기서 초막절이란 용어는 등장하고 있지 않지만, 본문이 밝히는 시기는 초막절 시간이다.

이 배경이 초막절이라는 사실은 27-29절에서 명확해진다. 야곱은 추가로 하루(another day) 더 번제를 드리는데, 그 추가된 날은 '추가'(Addition)로 불리는데, 그 이유는 앞서 초막절을 지칭하는 '그 절기'(The Feast)에 하루가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밝힌다(27절). 이어 이 그 절기(=초막절)의 칠일에 하루를 더해 절기를 지키라고 명령한다(28절). 다시 그 여덟 번째 날을 '추가'(Addition)라고 부르며, 그 이유는 그 절기 시간 중 기록되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29절).

야곱의 초막절(4–9절)과 추가된 하루(27-29절)에 관한 기록 중간에 하늘 서판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초막절에 추가된 하루는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나타나셔서 그의 이름을 이스라엘로 바꾸시고(17절), 하늘 서판에 따른 아브라함의 후손을 향한 축복을 그에게 상기한 날이다. 이런 이유로 추가된 하루는 초막절의 연장선이며, 32장의 초막절 구절은 넓게 4–29절로 볼 수 있다.


3) 창세기 아브라함 언약 (15, 17장)
앞서 아브라함과 야곱의 초막절 모두 자손의 탄생과 일차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더 나아가 하늘 서판과 관련이 있다. 하늘 서판은 하나님의 아브라함의 후손을 향한 축복이 기록되어 있다. 창세기에서는 15, 17장에 관련 내용이 기록되어 있으며, 흔히 아브라함 언약으로 불린다.


2. 희년서와 사무엘상에 나타난 초막절
희년서에 나타난 초막절은 모두 자녀의 출생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사무엘상 1장 1절-2장 26절과 연결된다. 엘가나와 그의 가족은 매년 실로에 방문해 번제를 드렸다. 본문은 이 절기를 직접 밝히지 않으나, 초막절로 보는 견해가 있다. 희년서와 사무엘상에 나타난 초막절이 모두 자녀의 출생과 관련 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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