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원 재학 시절에 신약 학계에서 학자의 체급을 나누는 기준 중에 '저자가 제2성전기 문헌을 다루고 있는지 살핀다고 들은 적이 있다. 또한, 당장은 필요가 없어 보여도 앞으로 꾸준히 공부하라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 만약 유학을 하려면 영국이 제2성전기 문헌에 강세를 보이니 그쪽을 생각해보라는 말도 들었다. 예전보다는 이 분야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척박한 현실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나는 연구방법론으로 전승사를 다루고 있어서 부득불 제2성전기 문헌을 다루어야 한다. 작년에 박사 과정 지원을 위해 잠재적 지도교수를 찾으려고 여러 교수에게 연구제안서를 보낸 적이 있다. 정확히 몇 명이 그렇게 반응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한두 명 정도는 내 연구 범위에 제2성전기 문헌을 언급한 점을 좋게 평가해주기도 했다. 한 교수와는 몇 차례에 걸쳐 그 분야에 관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제2성전기 문헌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성경 저자가 직접 인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상호본문성(intertextuality) 전문가인 리처드 B. 헤이스 조차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대체로 제2성전기 문헌은 구약부터 신약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변천 과정을 연구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본문 해석에는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제2성전기 문헌을 봐야 하는지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역사적 변천 과정 분석"이라는 목적은 나의 회의감을 충분히 날려버릴 만큼 강력한 동기가 된다. 일차적으로는 내가 전승사를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이 과정을 거쳐서 예수의 가르침의 기원을 가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도교수와 논문 심사자 등 평가자의 입장에서는 해당 주제에 관한 모든 자료를 검토하도록 요청할 거다. 그러니 선방하는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다뤄야 한다.
연구주제에 따라 제2성전기 문헌 연구 여부는 달라지지만, 해당 주제가 제2성전기 문헌을 언급하고 있다면 마땅히 다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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