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 이 글의 목적은 차후 연구를 위해 내 생각을 정리하는 데 있다. 내 기존 연구를 기반으로 객관성을 확보하고자 노력했지만, 앞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구약에는 신명기 사관과 역대기 사관이 존재한다. 역사는 해석되며, 관점의 차이가 각자의 사관(史觀)을 만든다. 그러나 둘 다 이스라엘의 역사를 해석하는 기준이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순종과 불순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경향성은 역대기 사관에서 더 두드러진다.

분열 왕국 시대 예언자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백성을 향하여 심판이 임하기 전에 회개하라고 촉구한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이 예언을 무시하여 예언자들은 심판을 집중적으로 선포하게 된다. 때로는 심판이 대부분의 예언을 차지하면서도, 심판 이후 회복이 빠지지 않고 선포된다.

북이스라엘의 멸망에도 불구하고 남유다는 죄악의 길에서 돌이키지 않았다. 오히려 북이스라엘과 남유다의 계보를 대조하며 자신이 다윗 왕조의 정통성을 가진다고 주장하고 예루살렘 성전 중심의 신학을 견고히 한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속설이 있듯이, 북이스라엘의 멸망 이후 남유다 중심의 기록만 존재해서 당시 주변 국가의 기록을 참고해야 좀 더 객관적인 역사 기술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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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다의 멸망 이전에는 목자-왕 전승에 관한 기록이 별로 없는데, 예언서에는 미가서와 예레미야서가 있다. 미가는 목자-왕 전승을 자신의 예언에 가장 먼저 적용한 예언자라고 볼 수 있다. 애석하게도 지금까지 미가의 목자-왕 전승에 관한 연구는 매우 미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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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레미야 23장은 대표적인 목자-왕 전승 본문 중 하나이다. 여기서 예레미야는 다윗 계열의 왕이 등장한다고 선포한다. 이 본문에서 목자-왕 전승과 창조 언약이 연결되어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바빌론 2차 침공으로 포로가 된 에스겔은 남유다의 멸망에 낙담한 동족을 향해 회복의 메시지를 선포한다. 이때 이방인을 향한 심판과 이스라엘의 회복을 동시에 선포하는데, 목자-왕 전승이 그 틀로 사용된다(34-37장). 여기서 다윗의 등장(다윗 언약)과 화평의 언약이 선포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뒤이어 에스겔은 회복의 정점으로 성전 재건을 말한다.

포로 귀환 이후 스가랴는 성전 재건을 독려했다. 몇몇 학자는 스가랴가 에스겔의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하는데, 그 배경에는 스가랴서 1-14장 전체를 관철하는 '성전 재건'이란 메시지가 에스겔 40-48장을 계승했다는 인식에 있다. 장르로 스가랴서를 크게 1-8장과 9-14장으로 나누지만, 전체 흐름이 '성전 재건'으로 일관되어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스가랴의 목자-왕 전승 역시 주목할 만하다. 묵시문학으로 분류되는 스가랴서 9-14장은 '심판'과 '회복'이란 주제를 목자-왕 전승으로 풀어간다. 또한, 다윗 언약이 기반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구약은 여러 장르로 구성되어 있다. 장르에 따라 서술 방식이 다르고, 저자마다 강조점이 다르다. 그러나 내가 볼 때, 구약 저자가 역사를 해석하는 방식과 미래를 전망하는 토대는 동일하다. 구약 저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구심점에 두고 있으며,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은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최상의 권위를 갖게 된 사건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출애굽'은 하나님의 실존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각인시킨 사건으로, 모세의 출현 이후 요한계시록까지 반복되는 주제 중 하나이다.

역사서에서 이스라엘 왕을 평가하는 주요 기준이 '하나님을 향한 신실함'이었고, 그 비교 대상은 다윗이었다. 통일 이스라엘의 수립과 분열 왕국의 멸망을 토대로 다윗 언약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바빌론 유배 후 귀환을 경험하면서 다윗 왕조의 부활(혹은 새로운 왕조의 출현)을 꿈꾸게 되었을 개연성이 크다.

예언서는 하나님의 계시와 수령자인 예언자를 분석해야 하는데, 앞서 언급한 사례를 통해 역사의 전진 가운데도 예언이 계승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중에서도 특정 언약과 전승이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특징이 있다. 예언자는 언약과 전승 등 다양한 사료를 알았고, 활동 당시 상황을 몸소 경험했으며, 예언을 토대로 미래의 양상을 추측할 수 있었다. 예언자는 하나님의 계시를 그대로 전달하려고 힘쓰면서, 동시에 메시지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문학적 기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예언자는 언제나 소수이었고 청중들로부터 불신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때론 예언자 스스로 내적 갈등을 극복해야만 했다. 그런데도 이스라엘 역사에서 수많은 예언이 선포되었고, 그중 몇몇 예언은 실현되었기에, 무엇보다 하나님의 계시가 자신에게 주어졌기에 누구보다 먼저 예언자 내면에 예언을 향한 믿음이 형성되었다. 예언자에게는 '이미'와 '아직' 사이에서 긴장감이 존재하지만,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이 성취되리라는 믿음이 허물어진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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