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진영논리

성찰 2020. 4. 11. 21:22

정치가 아니라 학문의 세계도 진영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학자의 길을 결심한 이후 객관성을 위해, 더 나아가 성경적 진리를 발견하고 추구하는 구도자의 삶을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 

객관성을 위해 수많은 자료를 읽고 분석하지만, 전체를 관망하는 입장에서 보면 나 역시 한 쪽 진영에 서 있음을 인정하게 된다. 이런 생각을 자주 하는 되는 순간은 성경 본문을 연구할 때이다. 특히, 구약. 구약본문을 연구할 때 내가 자주 마주하게 되는 불편함은 문서설과 후대 편집 등을 주장하는 진영이고 결국 그들의 주장에 반하여 글을 쓰게 된다. 신약 본문을 연구할 때는 저자들이 헬레니즘의 영향보다는 유대주의에 더 가깝다는 전제로 글을 쓰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객관성이 없느냐?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생의 입장에서 교수의 평가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학교의 성격상 나와 비슷한 신학 노선을 가질 가능성이 크지만), 합리적인 사고를 한다는 미국 교수들로부터 논리 전개가 탄탄하고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은 걸 보면, 내가 진영논리에 함몰된 건 아닌 거 같다.

오히려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성서학을 공부하면서, 학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편견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내가 불편해하는 문서설과 후대 편집, 헬레니즘 기원설 등이다. 지금까지 축적된 자료와 학계에서 활동하는 학자들을 고려하면, 아직도 저런 주장을 하는 글을 접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기존 입장에 반하는 주장이 앞으로 더나와야 하는 실정이다. 나는 내 작업이 진영싸움이 아니라 균형을 잡아주는 대안을 제시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피해야 할 건, 반대를 위한 반대이다. 무조건적인 반대는 말 그대로 진영논리이며, 객관적인 분석과 대안 제시를 통한 건설적인 비판은 반진영논리라고 치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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