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동물묵시록은 두 가지 특징을 가진다. 하나는 고대 이스라엘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을 동물로 비유한다는 특징이고, 또다른 하나는 묵시록이라는 장르적 특성이다.

합의된 묵시록의 정의는 존재하지 않지만, 학계에서 가장 많이 통용되는 것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묵시록들의 양식은 계시의 방식을 묘사하는 서술적 틀을 포함한다. 계시의 주요 수단은 환시와 다른 세계로 여행하는 것이며, 담화나 대화, 또는 간혹 천상의 책이 보충된다. 항구한 요소는 환시를 해석하거나 다른 세계로 여행할 때 안내자로 등장하는 천사의 존재이다. 천사의 등장은 초자연적 도움이 없으면 계시를 알아들을 수 없음을 가리킨다. 천사는 세상의 존재가 아니다. 계시를 받는 환시가의 입장과 계시에 대한 그의 반응은 초자연적 세계에 직면한 인간의 무력함을 강조한다." - J. J. 콜린스, 묵시문학적 상상력.

다시 말해서 동물묵시록은 고대 이스라엘 역사을 요약하는데 동물과 천상계가 동시에 등장하는 셈이다.
이원론의 등장 이후 세계관이 확장되었다지만,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발달로 판타지 문학을 실제 현실처럼 구현해내는 시대에 살아 가는 현대인이야 말로 묵시록을 이해하는 장벽이 낮아졌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천사와 사람의 구별에 관한 글을 쓰면서 별의별 경우의 수를 다 동원하고 있는데, 여전히 사람과 천사를 동일한 존재로 보는 견해는 수긍이 되지 않는다.

노아가 방주 축조 이전에 천사가 되었다면, 비밀 수령 당시 천사와 천사의 대면이 된다. 이미 천사로 변형된 노아가 천사로부터 비밀을 듣는 이유는 그가 원래 흰 황소였기 때문인가? 노아의 변형은 여전히 천사의 중개가 필요한가? 몇몇 학자가 천사의 계급을 말한 이유는 여기에 있나?

모세가 성막 건축 이전에 천사되었다면, 시내산 현현 당시 모세는 천사의 신분으로 하나님과 대면하게 된다. 모세가 하나님을 대면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천사로 변형되었기 때문인가?

70 목자가 열방 통치를 의미하지만, 그 목자들은 사람의 행적이 아니라 천사의 행위를 가리킨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이처럼 사람과 천사를 동일시할 때 제기되는 질문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그러나 사람과 천사가 다른 존재라고 가정다면 의문점이 줄어든다. 노아와 모세의 사례를 통해 짐승에서 사람으로 변하는 인간화는 지상계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에게 주어진 은혜라고 주장하면 된다. 실제로 에녹 1서에서 노아의 위치는 남다르게 주어져 있고, 모세는 이스라엘 역사에서 견줄 수 없는 위상을 차지하며 동물묵시록 내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학문의 세계에서는 설명의 단순화를 이끌어 내는 이론을 추구하게 되어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사람과 천사를 동일시하는 견해는 합리적이지 않다. 또한 상상력의 부재라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