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고고학은 성경 연구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금은 본문 해석에 앞서 역사적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는 전제가 수렴되었지만, 불과 몇 십년 전만해도 "역사 비평 방법론을 사용한 Hermeneia는 자유주의 신학자들이 쓴 주석이다(그러니 보지 마라)"라는 말이 있었다.

 

역사 자료는 본문의 저작 시기를 설정하고, 그 배경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솔로몬의 시편』의 저작 시기를 하스모니안 왕조로 보느냐 헤롯 대왕으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게 된다.

 

하지만 후대 연구자로서 본문을 연구할 때 "그 당시에는 그런 사고가 불가능했다"라는 식으로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 보통 저자들은 동시대에 통용되는 사상을 사용하지만, 드물게 시대를 앞서 원형적 개념(prototypical idea)을 착안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가령 '묵시 사상은 헬레니즘의 영향으로 탄생했으니, 선지서에는 묵시 사상이 존재할 수 없다. 묵시 사상이 나타나는 선지서 본문은 후대 저작 혹은 후대 편집이다'라는 식으로 단정지으면 안 된다. 최근 묵시 사상 연구에서는 '원 묵시'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기존에 묵시 사상을 후대 편집으로 단정짓는 경향에서 벗어나도록 했다.

 

현재 나는 예시와 반대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70 목자를 열국의 수호신으로 해석하고 다니엘을 근거로 제시한다. 다니엘 주석자들 역시 해당 구절을 고대 근동의 수호신 전통으로 해석한다. 정작 박사 과정 1년차 학생 조무래기는 그런 가정을 거부한다. 내가 이해한 바에 의하면, 동물묵시록의 저자는 70 목자를 등장시키면서 전통적인 유대인 신학을 넘어서 유다 마카비 가문에 협조를 구하고 있다.

 

나는 역사적 배경을 더 열심히 공부해야하는 입장이라, 내 자신부터 내 견해에 확신이 없을 때가 많지만, 때로는 본문 자체의 의도보다 외부적 요인에 해석을 좌지우지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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