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라는 직업(?)을 선택해서 자료를 열심히 읽고 분석하여 나만의 글을 써야 하는 운명을 지고 있다. 공부할수록 지식은 쌓이지만, 한동안 선지식이 전혀 없는 분야에 접근하여 박사 과정 학생이라는 위치에 부합하는 글을 써내야 하니 참으로 고통스럽다.
선행 연구를 이해하는 과정, 그 가운데 미흡한 연구 주제를 발견하는 과정, 그 틈새를 메우거나 새로운 주장을 만드는 과정, 최종적으로 글로 쓰는 과정 등 무엇하나 쉬운 게 없다.
배움의 과정, 문제 제기와 새로운 대안을 창출하며 번뜩이는 발상은 지적 쾌락을 주면서도, 선행 연구을 비판하며 설득력과 참신성을 동시에 갖춘 새로운 주장을 만들어야 하는 책임감은 그야말로 고통에 가깝다.
대안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되는 자료는 해당 주제에서 널리 통용되는 자료가 아니라 소수 견해, 더 정확히는 접근법 자체가 다른 학자의 글인 경우가 많다. 현재 한창 쓰고 있는 "동물묵시록에 등장하는 천사와 사람의 차이"라는 글을 예로 들면, 동물묵시록 주해서나 천사에 관한 소논문이 아니라 성전에 관한 글, 그것도 각주에서 내 발상을 지지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 견해를 발견하는 식이다. 반론과 대안 제시를 위한 구상이 글로 표현되는 과정에서 애를 먹고 있으나, 이 자료 덕분에 내 구상이 설득력을 더하게 되고 기존에 쓴 글을 재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연구자는 부지런히 자신의 주장과 근거를 검증하는 동시에 자료 확보에 심혈을 기울어야 한다. 성과는 글로 나오지만, 하나의 글이 완성되기 전까지 끊임 없는 독서가 요구된다. 그 중에서도 기존 견해를 반복하는 글보다는 다른 주장을 하거나 접근법 자체가 다른 글을 자주 접하는 방향이 연구자에게 더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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