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신학과 언어

성찰 2019. 1. 6. 11:14

내가 곧 졸업하게 될 칼빈신학교(Calvin Theological Seminary)는 조직신학과 역사신학이 강세이다. 한인 공동체에서 두 분과 전공생이 50% 정도를 차지한다.


이런 구성 때문에 내 전공과 상관 없이 조직신학이나 역사신학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최근엔 기독교 철학 분과에 한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A 교수님이 방문교수로 재직중이라서 철학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가끔 나에게 철학 공부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간혹 계시다. 계절학기 수업으로 한인 학생들을 위한 <기독교 철학 개론>이란 과목이 개설되어서 더 그렇다.


나는 "앞으로는 모르겠지만 내 경험과 계획으로 미루어 보건대, 성서학은 철학이 없어도 가능하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철학 보다 언어학이다."라고 말한다.


몇몇 사람들은 금방 수긍하지만, 이해가 안 된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분들도 있다. 재밌는 건 후자에 속하는 사람들이 철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신학교에서 가장 먼저 가르치는 과목 중 하나가 바로 히브리어와 헬라어이다. 그 이유는 두 언어가 성경 해석의 기본 중 기본이기 때문이다.


언어적 분석 이후 이어지는 과정은 철학적 사고가 아니라 신학적 사고이다. 왜냐하면 성경 저자들은 철학 이론으로 분석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며, 그들은 저마다 고유하면서 단일적 지향성을 갖는 신학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성경 본문의 의미를 해석하는데 가장 큰 관심이 있으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신학'과 '언어'가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칼빈신학교에서 쓴 글들은 대부분 성경주해(biblical exegesis)를 기반으로 은유(metaphor)와 상호본문성(intertextuality)을 방법론으로 채택했었다. 결과적으로 본문의 의미를 해석하고 신학적 의미를 분석하는데 아주 효과적이었다. 박사 과정에서는 더 체계적인 방법론이 필요한데, 내 구상으로는 그 대안 역시 언어학에 속한다.


언어학에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언어학이야 말로 가장 쉽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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