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에스라 4서는 3~1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서에서 목자-양 비유는 단 한 번(5:18) 등장한다.

5:18 Rise up then, and eat bread, and forsake us not, as the shepherd that leaves his flock in the hands of cruel wolves.

이스라엘이 포로로 잡혀가는 이유는 목자가 자신의 양 떼를 늑대 무리에게 넘겼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목자인 지도자들의 방임은 이방 세력의 침략과 포로기를 가져오게 된다.

이 구절은 늑대가 목자-양 비유에 포함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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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성경에서 'ring'이 사용된 사례가 있는지 확인해 야겠으나, 우선은 'rod'에 대해서만 다루고자 한다. 왕의 덕목 중 하나는 '정의'이다. 왕은 자국 백성을 정의롭게 다스려서 불의와 부정이 사라지고 공평과 정의가 실현되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왕은 자신의 통치 권한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정의'를 말한다.

고대 이스라엘에서 왕의 규는 그의 권한을 상징한다. 왕은 정의로운 통치자이며 정의의 수호자이다. 고대 이스라엘은 (메소포타미아를 포함한) 고대 근동 문화를 가져와서, 독자적인 전통을 구축했을 텐데, 그중 하나가 왕의 규에 나타난다. 아마도 구약 성경에서 왕의 규 이외에 원을 언급한 사례가 있을지 궁금하다.

The Mesopotamian ‘Rod and Ring’: Icon of Righteous Kingship and Balance of Power between Palace and Temple
https://academic.oup.com/british-academy-scholarship-online/book/21550/chapter/181390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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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근동부터 고대 이스라엘에서 목자-양 유비의 용례가 대체로 왕권 사상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그래서 실제로 이 같은 용어가 역사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더라도, 학술적 용어로 목자-왕 전승이라 칭해도 문제 될 게 없다.

목자-양 유비의 어휘군 중 '생수'(근접한 어휘로는 '물'과 관련된 단어들이 있고, 범위를 넓히면 '비'와 같은 어휘도 포함)에 관해서는 독특한 용례가 발견되어 유의가 필요하다. 목자는 그 자체로 왕(혹은 지도자)을 상징한다. 생수는 목자 혹은 양과 관련되어 사용되는데, 이와 달리 직접적으로 왕과 연결되는 용례가 있다. 우리는 이 용례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내가 웨신 신학 석사 졸업 논문에서 스가랴서 14장에 나타난 '생수'(8절)와 '왕'(9절)을 목자-왕 전승으로 해석했다. 스가랴 9-13장에서 목자가 주요 어휘였다면, 14장에서는 왕의 등극을 선포한다 ("여호와께서 천하의 왕이 되시리니 그 날에는 여호와께서 홀로 한 분이실 것이요 그의 이름이 홀로 하나이실 것이라").

목자는 왕권을 상징하는 어휘이므로, 목자와 왕 사이에 언어적 치환이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따라서 내 주장은 문제 소지가 없다. (그러니 논문 심사를 통과했겠지)

내가 최근 고민하는 지점은 목자-왕 전승과 별개로 '생수'를 왕권과 연결 짓는 용례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앞서 살펴본 예레미야와 이사야가 그러하다. 큰 그림에서는 목자-생수-왕을 서로 연결하여 해석되지만, 지엽적으로 왕권, 더 정확히는 야웨 신앙과 밀착한 사례를 설명해야 한다. 결론적으로는 왕권(kingship)과 신앙(divine kingship) 사이의 관계를 다루는 작업이다.

한 발 더 나가면 초막절도 연결되는 사안이라 이 고민을 지혜롭게 해결해야 한다. 목자, 생수, 초막절은 왕권이라는 거대 담론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지금까지 내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목자와 생수를 왕권과 연결 짓거나, 생수와 초막절을 왕권과 연결 짓는다. 그러나 독특하게도 요한은 초막절(7-10장)을 배경으로 생수(7장)와 목자(10장)를 연결해서 예수의 왕권을 주장한다. 이런 요한의 신학을 자세히 풀어내려면, 지금은 목자, 생수, 왕권을 한 편의 글에 잘 녹여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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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서 '목자'와 '양'이란 어휘를 사용한 선포나 가르침은 언어학적으로 목자-양 은유에 속하지만, 전승사로는 목자-왕 전승으로 분류할 수 있다. 다만 지도 교수는 용어 정의를 중요하게 여겨서 나에게 목자-왕 전승이란 용어가 존재했느냐고 되묻은 적이 있다. 목자-양 비유와 목자-왕 전승은 별개로 구분할 수 있지만, 보통 지도력, 특히 왕권 사상에서 중요한 어휘군으로 사용되었다. 문제는 두 주제를 깊이 있게 연구한 자료가 그리 많지 않다. 통념적으로 당연하게 여겨지는 분위기라고 할까. 내가 해야 할 작업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목자-양 은유를 목자-왕 전승으로 부를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작업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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