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내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작업 중 하나가 왕과 목자에게 적용되는 어휘군 분류이다. 고대 근동과 고대 이스라엘에서 왕과 목자를 동일시했어도, 이러한 용례를 목자-왕 전승으로 칭하더라도, 실제 어휘 사용에서 구분할 수 있는 사례가 많다. 오늘 살펴볼 규/[쇠]막대/철봉은 왕과 목자 모두에게 적용 가능한 어휘이다. 그래서 이 단어의 대상이 왕인지 목자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솔로몬의 시편 영문판에서 'rod'는 두 번(17:24; 18:7) 사용되었다.

17:24 an iron rod
18:7 the rod of discipline of the Lord’ anointed

이 용례를 목자 은유로 해석한 사례가 있으나, 나는 문자 그대로 왕의 '규'로 간주한다. 솔로몬의 시편에서는 왕권에 관해 말하고 있으며, 직역과 은유를 자유자재로 사용하지만, 대부분 직역으로 해석해야 하는 본문이다. 내가 볼 때 목자 은유가 나타난 구절은 단 한 곳(17:40) 뿐이다.

17:40 He shall be strong in his works and mighty in fear of God, shepherding the flock of the Lord faithfully and righteously, and he shall not let any among them become weak in their pasture.

이 문장에서 세 단어 'shepherding', 'the flock of the Lord', 'their pasture'가 목자 은유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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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살펴본 대로, 구약성경에서 '비'는 왕권 사상, 특히 야웨 신앙과 관련이 있다. 제2 성전기 문헌 중 하나인 솔로몬의 시편(The Psalms of Solomon)에도 이 같은 사상이 나타난다.

17:18 They were scattered over the whole earth by lawless men, for heaven withheld the rain from falling on the earth.
17:19 Everlasting springs out of abysses were held back from high mountains, for there was none among them who did righteousness and justice.

17:18 하늘이 땅에 내리는 비를 거두었기 때문에 그들은 무법자들에 의해 온 땅에 흩어졌습니다.
17:19 심연에서 솟아나는 영원한 샘물이 높은 산에서 막혀 있었으니, 그중에는 의와 정의를 행하는 자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위 번역은 DeepL Translate를 이용한 결과이다.

두 구절은 '비'와 '영원한 샘물'이 부재한 이유를 악인에게 돌리고 있다. 반대로 의와 정의를 행한다면 비와 영원한 샘물이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하게 된다.

시편 기자는 의와 정의가 다윗과 같은 왕이 등장해야 가능하다고 믿는다.

17:40 He shall be strong in his works and mighty in fear of God, shepherding the flock of the Lord faithfully and righteously, and he shall not let any among them become weak in their pasture.

다윗 계열의 구원자 사상(Davidic Messianism)과 목자-양 비유의 결합은 다윗 왕권 사상(Davidic Kingship)에서 자주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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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여유롭게 『솔로몬의 시편』에 관한 소논문 4편 정도 읽었다. 글에서 비난하는 왕조에 관한 견해는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하스모니안 왕조이고, 두 번째는 헤롯 왕조이다. 대세는 하스모니안 왕조를 지지하는 견해로 보인다. 둘 중 어떤 견해를 따라도 이스라엘 왕조를 박살 내는 외부 세력은 로마 폼페이 장군으로 일치하는 경향이 있다.

더 많은 글을 읽어봐야겠으나, 지금은 헤롯 왕조라는 견해에 가깝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방인"이나 "외국인"이 누구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과 관련이 있다.

하스모니안 왕조가 다윗 가문의 후손이 아니라는 이유로 왕조의 정통성을 부인할 수는 있지만, 그들은 엄연히 유대인이다. 정치 권력(=왕권)과 종교 권력(=제사장)을 통합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으나, 그들은 제사장 가문이므로 두 영역을 통합했다 하더라도 비판의 대상은 될지언정, 저주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설령 종교 영역에서 부정부패가 있더라도 "이방인"이나 "외국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는 없다. 

반면 헤롯 왕조는 이방인으로 분류할 수 있다. 헤롯 대왕은 유대인 가문이 아닌 혼혈 태생이다. 유대적 정통성을 따지자면, 헤롯 왕조야말로 이방인에 가깝다.

흥미로운 사실은 성전과 관련이 있다. 하스모니안 왕조의 업적 가운데 하나가 바로 성전 청결 사건이다. 로마 제국에 의해 부정해진 예루살렘 성전을 정결하게 하고 수전절을 지키도록 한다. 헤롯 대왕은 통치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헤롯 성전을 증축하도록 했다.

성전 회복과 메시아사상의 연관성을 고려한다면, 마땅히 헤롯 왕조보다는 하스모니안 왕조에 더 정통성을 부여해야 한다. 유대인 정체성을 고려하면 더욱더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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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를 왜 솔로몬으로 설정했는지 의문이다. 솔로몬의 시편 17과 구약 시편 72가 유사하다고 하는데, 내가 볼 때는 다윗 왕조의 영광을 노래한다는 공통점 이외에 무슨 유사점이 있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나타날 다윗 가문의 후손을 노래해서 솔로몬의 이름을 붙였다고 해도, 통일 왕국을 분열시킨 장본인 솔로몬의 이름을 붙였다는 건 모순이다.

17:6은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왕국을 자기네 영광을 위해 호화롭게 세웠습니다. 오만으로 다윗의 왕좌를 황폐하게 만들었습니다." (송혜경 역)

솔로몬을 비판하는 노래라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솔로몬을 저자로 해서 다윗 계열의 메시아를 고대한다? 이해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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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eph L. Trafton은 메시아 사상에 관한 구절에서 다윗과 관련된 구절과 연관성 없는 구절로 나뉜다고 지적한다. 그가 근거로 제시했듯이, 다윗 계열의 메시아 사상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타난다. 여기서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1)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그 다음에는 (2) '하나님이 과연 다윗 계열의 메시아 사상을 말씀하셨는가?'


다윗 계열의 메시아 사상은 유대 메시아 사상 가운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이념 중 하나이지 절대 진리로 간주되지 않았다는 게 내 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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