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요한복음에서 절기가 갖는 기능을 분석하고 있다. 지난 번에 "요한복음에 언급된 절기의 기능과 의문점들"이란 글을 남겼는데, 요한복음을 분석할 수록 의문점이 더 쌓여간다.
 

요한복음에 언급된 절기의 기능과 의문점들

 
그 이유를 간략하게 말하면, 요한이 유대 전통에 따른 절기의 의미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그것을 예수 그리스도의 증언자로서 창조적으로 변형해 사용하기 때문이다.
 
요한복음에 나열된 절기는 다음과 같다.
 
1. 첫 번째 유월절(the first Passover)
유대인의 유월절이 가까운지라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셨더니 (2:13)
 
2. 유대인의 명절(a feast of the Jews)
그 후에 유대인의 명절이 되어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니라 (5:1)
 
3. 두 번째 유월절(the second Passover)
마침 유대인의 명절인 유월절이 가까운지라 (6:4)
 
4. 초막절 (the Feast of Tabernacles)
유대인의 명절인 초막절이 가까운지라 (7:2)
 
5. 수전절(the Feast of Dedication)
예루살렘에 수전절이 이르니 때는 겨울이라 (10:22)
 
6. 세 번째 유월절(the third Passover)
유대인의 유월절이 가까우매 많은 사람이 자기를 성결하게 하기 위하여 유월절 전에 시골에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갔더니 (11:55)
 
이와 관련하여 가장 먼저 제기되는 질문은 요한복음의 절기 순서가 유대 달력과 맞지 않는다는 의문이다. 유대 전통에 의하면 유월절, 칠질절, 초막절 순서로 나열되어야 한다. 참고로, 이 세 절기는 유대 3대 절기이다(신 16:1-17). 하지만, 두 번째 유월절의 위치는 요한이 예수의 공생애를 1년 주기로 기록했는지 2년 주기로 서술했는지 다루도록 한다.
 
그 다음은 절기의 기능이다.
 
유월절은 출애굽을 기념하는 절기이지만, 요한복음 2장에서는 성전청결이 주요 사건으로 배열된다.
 
칠칠절은 추수감사절이라고도 하며, 일년 농사의 열매를 거두는 시기에 하나님께 감사과 응답하는 절기이다. 하지만 5장에서 베데스다 사건 이후 안식일 논쟁이 핵심으로 자리매김한다.
 
두 번째 유월절은 본문의 위치부터 논쟁이 되고, 예수께서 예루살렘이 아닌 갈릴릴 지역에 있었다는데서 또다른 논쟁거리가 된다. 또한 6장에서 보리떡 다섯개와 물고기 두마리로 모세의 만나 사건과 연결짓고 있다.
 
초막절은 출애굽 이후 하나님의 구원과 임재를 기념하는 절기이지만, 7장부터 유대인의 적대감과 모세의 율법에 관한 논쟁이 증폭되고 있다. '생수의 강'(7:38)은 초막절과 긴밀한 연관성을 보여주지만, 전통 유대인들의 사고와는 다른 방식으로 성취된다. 내 관심사인 10장의 선한 목자 담론에서 예수의 죽음은 전통적인 목자-왕 전승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가르침이다.
 
수전절은 1세기 유대인들에게는 안티파네스와 마카비 항쟁을 연상시키는 절기로 성전성결과 하나님의 임재를 기념한다. 하지만 11장에서는 선한 목자 담론에 대한 논쟁으로 번져 예수의 정체성을 다투고 있다.
 
세 번째 유월절은 나사로의 부활 이후에 위치하여 예수의 죽음을 향해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기독교인들에게는 익숙한 해석이지만, 유대인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분명 요한은 예수의 죽음과 부활를 증언하기 위해 자신의 복음서를 기록하였으며, 본인의 의도대로 유대 절기를 사용하고 있다. 다만 요한의 유대 절기를 변형적으로 사용하여 해석적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래서 단순히 유대 절기의 역사를 조사하는 차원에서 선행연구가 끝나지 않는다. 요한이 이같은 구조를 사용한 의도를 파악하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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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막절은 출애굽 이후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지낸 절기이다. 초막절은 후에 예루살렘 성전 건축 이후 중요성이 덜 강조되다가, 유다 왕국 멸망 이후 포로기를 거치면서 이스라엘의 회복을 선포하는 에스겔과 스가랴와 같은 선지자들에 의해 초막절이 언급된다. 신약에서는 요한복음 만큼 초막절을 강조하는 성경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토세프타(Tosephta)에서 초막절에 관해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 기록은 2세기 후기부터 유대 구전 율법을 수집했다고 알려져 있다.
 
요한복음은 성전 파괴 이후 기록되었다고 함의를 보고 있다. 토세프타의 저술 시기 역시 성전 파괴 이후이다. 요한복음과 토세프타의 저술 목적은 다르지만, 저술 시기가 성전 파괴 이후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유월절처럼 성전 중심의 절기는 더이상 지속하기 어렵겠지만, 초막절은 자신의 집 지붕에 초막을 만들어 준수할 수 있다. 요한복음이 성전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강조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면, 토세프타는 옛 절기를 준수 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길 기대하는 마음을 가지고 기록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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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박사 학위 논문에서 결정적인 논증은 유대 절기(Jewith festivals)이 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전히 선한 목자 담론(10장)을 주요 본문으로 설정하겠지만, 몇 가지 논의를 위해 목자-왕 전승의 중요성을 덜 부각시킬 예정이다.
* 이 글은 내 구상을 정리하는 목적을 위해 작성되었으므로 자세한 인용은 생략한다.

요한복음에 등장하는 절기는 총 여섯 가지이다.

1. 첫 번째 유월절(the first Passover)
유대인의 유월절이 가까운지라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셨더니 (2:13)

2. 유대인의 명절(a feast of the Jews)
그 후에 유대인의 명절이 되어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니라 (5:1)

3. 두 번째 유월절(the second Passover)
마침 유대인의 명절인 유월절이 가까운지라 (6:4)

4. 초막절 (the Feast of Tabernacles)
유대인의 명절인 초막절이 가까운지라 (7:2)

5. 수전절(the Feast of Dedication)
예루살렘에 수전절이 이르니 때는 겨울이라 (10:22)

6. 세 번째 유월절(the third Passover)
유대인의 유월절이 가까우매 많은 사람이 자기를 성결하게 하기 위하여 유월절 전에 시골에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갔더니 (11:55)

유월절이 여섯 번의 절기 중 처음과 나중에 등장하고, 중간에도 언급되어 있다. 그만큼 요한복음은 유월절을 강조하는데, 이를 통해 저자가 유월절과 예수의 구속사를 연결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음이 분명해진다.

이튿날 요한이 예수께서 자기에게 나아오심을 보고 이르되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 (1:29)

요한복음은 유월절을 통해 예수의 죽음을 강조해야 한다. 군사적 메시아를 고대하던 유대인들의 기대와 달리 예수의 죽음이 갖는 차별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후에 펼쳐지는 예수의 부활이라는 사건을 위해서 더욱 그렇다. 현재로서는 유월절의 기능에 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없어보인다.

문제는 나머지 절기와 관련되어 있다. 첫 번째, 요한이 두 번째로 언급한 명절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유대인의 명절'(a feast of the Jews)이라고 일컫은 이유에 대한 의문이다. 선행연구에서는 이 명절을 '익명의 명절'(anonymous festival)이라고 부른다. 두 번째, 초막절과 수전절에 대한 언급이다. 앞서 '유대인의 명절'에서 명절의 이름을 고의로 생략했다면, 이번에는 특정 명절을 언급하고 있다. 또한 두 절기가 선한 목자 담론과 연관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는데, 두 절기와 선한 목자 담론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 글에서는 '유대인의 명절'(5:1)에 대한 논의는 생략한다. 아직 이 부분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초막절과 수전절, 그리고 선한 목자 담론은 내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나는 두 절기와 선한 목자 담론을 같이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한 목자 담론의 앞부분이 초막절(7:2-10:21) 사이에 발생한 사건이고, 그 이후 발생한 예수의 선한 목자에 관한 가르침에 대한 논쟁은 수전절(10:22-39)과 관련이 있다.

초막절은 출애굽 이후 광야에서 시작된 절기이다. 절기의 의미는 애굽으로부터 구원하신 하나님에 대한 감사와 하나님의 통치를 기념하는데 있다. 1세기 당시 유대인들은 광야로 나가는 대신 자신의 집 지붕에 천막을 치고 이 절기를 지켰다.

수전절은 마카비 가문을 필두로 예루살렘을 탈환하고, 에피파네스가 모독한 예루살렘 성전을 정화한 사건에서 시작된 절기이다. 이 절기는 성전 회복에 중점을 두고 있다.

두 절기는 예루살렘 성전과 긴밀한 연관성을 갖고 있고, 무엇보다 '하나님의 임재'를 기념하는 절기적 기능을 한다.

여기서 요한이 예수의 성전 파괴와 회복에 관한 가르침을 2장에 배치한 이유가 설명이 된다. 독자들이 예루살렘 성전 파괴를 예수의 죽음과 부활과 연결짓도록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앞으로 각 절기의 유래와 요한복음 내에서의 기능을 더 분석해야 한다. 그럼에도 요한복음에 등장하는 여섯 절기는 모두 '순례'라는 공통분모를 갖는다는 건 분명하다. 각 구절마다 예루살렘을 언급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라.

유대인들은 특정 절기를 위해 예루살렘 성전을 방문해야 하는 종교적 의무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요한복음이 구전되고 저술될 시기는 성전이 파괴된 이후로 합의를 보고 있다. 여기서 다시 요한복음의 핵심 주장이 명백해진다. 즉 요한은 예루살렘 성전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유지했던 유대인들에게, 성전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한다. 

이처럼 요한복음에서 절기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요한복음의 독특성을 파악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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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J. Wensinck, Arabic New-Year and the Feast of TabernaclesAmsterdam : Koninklijke Akademie van Wetenschappen, 1925.


http://menadoc.bibliothek.uni-halle.de/ssg/content/pageview/836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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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tyndalehouse.com/TynBul/Library/TynBull_1970_21_02_Hillyer_1PeterFeastTabernacles.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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