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들에게.


언약의 양면성

성찰 2020. 4. 8. 01:35

수많은 학자들이 구약은 신명기 사관의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이와 달리 나는 구약의 밑바탕은 언약이며, 더 나아가 신약까지 아우르는 거대 담론이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관점으로 기술된 가장 최신의 책은 토마스 R. 슈라이너의 『언약으로 성경 읽기』(기독교문서선교회)가 아닐까 싶다.

우리가 언약을 다룰 때 유의해야 할 것은, 우리의 기대와 달리 그것이 항상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은혜로 주어지는 약속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구약은 율법, 신약은 은혜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젖어 있지만, 구약에 이미 조건적인 은혜와 무조건적인 은혜라는 개념이 있었다는 견해가 있다. 가령 존 D. 레벤슨은 『시내산과 시온』(대한기독교서회)에서 '시내산 언약'은 조건적인 은혜, '다윗 언약'은 무조건적인 은혜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규정한다. 그의 주장이 옳다면, 늦어도 다윗 왕정 시대에 무조건적인 은혜라는 개념이 있었다. (시내산 언약과 다윗 언약에 율법과 은혜라는 모형론을 적용할 수 있을까?)

이 주장은 신약 저자들이 오랫동안 행위와 구원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자 노력했듯이, 그에 앞서 구약 저자들이 언약이란 개념에서 하나님의 계획과 인간의 순종 사이에서 씨름하고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뒤집어 말하면, 구약 저자들은 이스라엘의 역사를 통해 인간이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할 수 없는 존재임을 간파하고 있었다.

무조건적인 은혜는 인간에게 하나님의 은혜를 통한 궁극적인 승리라는 확신을 주는 동시에 조건적인 은혜는 죄를 탐하는 본성을 향한 씨름 혹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순종이라는 권면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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